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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잃어버린 10년'과 화해하나

"전 정권 인사라도 일 맡겨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기용 언급

등록|2008.10.28 09:03 수정|2008.10.28 09:03

▲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 남소연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전 정권 인사라도 일을 맡겨야 한다"며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거론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 초대 금융감독위원장에 이어 재경부장관을 역임하면서 금융권과 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국가 경제를 주물렀다.

그는 19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 몸담았으나 김 전 대통령은 과거를 불문하고 기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또한, 어떻게 보면 참여정부와 '코드'가 안 맞는 그를 삼고초려 끝에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에 기용했다. 그러나 그는 부인 명의 농토의 위장전입 문제를 물고 늘어진 한나라당의 공세에 밀려 낙마했다.

말하자면 이헌재 전 부총리는 한나라당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이른바 '좌파 대북정책'과 '민생파탄 경제'를 숫자로 규정한 '잃어버린 10년'의 한 축을 떠맡은 대표적인 테크노크라트였다. 그런데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이헌재 전 부총리의 '부활'을 거론한 것이다.

홍준표 "참여정부나 DJ정부에서 유능했던 경제 장관들이 많다"

홍 원내대표는 27일 아침 SBS 라디오 <김민전의 SBS 전망대>와 전화인터뷰에서 "만약 다시 (인사의) 틀을 짜게 되면 참여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 중에서도 정말 유능한 사람은 우리가 선발을 해서 일을 맡겨야 한다"며 "특히 경제장관 같은 경우에 참여정부나 DJ정부에서 유능했던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경제 관료는 정권의 이념성향과 관계없이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이해하는 인사라면 전 정권에서 일했어도 다시 기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이헌재 같은 카리스마 있는 분이 들어와서 국민들을 안심시켜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나 그는 '경제팀 교체부터 해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되든 간에 현 경제팀을 중심으로 하나가 돼서 난국을 헤쳐 나가고, 경제팀 교체는 그 다음에 검토해야 한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장관 교체에 한 달반 이상이 소요되므로 경제위기 상황에 국정 공백이 발생한다는 것이 형식논리였다.

그러나 그는 "지금 경제가 어려운 측면은 국제적 요인이 가장 크지만 국내적으로는 경제장관이 시장의 신뢰를 못 받고 있다는 주장이 많다"고 말했다. 강만수 경제팀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과 동시에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기용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연말 개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전 정권 경제 각료의 재기용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한나라당에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규정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집권기에 IMF 구제금융 위기를 극복한 것에 대한 간접적인 재평가로도 볼 수 있다.

홍준표 "'잃어버린 10년' 쓰지 않겠다"

실제로 홍 원내대표는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KBS 라디오 <열린토론>에 출연해 '잃어버린 10년' 탓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청취자 의견에 "이제 대선에서 이겼기 때문에 이런('잃어버린 10년') 슬로건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에서 잃어버린 10년을 계속 얘기하고 있지 않느냐"라는 청취자의 지적에 "저는 사용하지 않겠다"면서 "전 정권에서 잘못한 것은 고쳐야 하지만 전 정권 탓을 계속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쌀 직불금 국정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할 가능성을 언급했던 홍 원내대표는 이날은 다소 완화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몇몇 언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은폐의 당사자로 지목하고 있어서, 언론에 따르면 국정조사 특위에서 증인으로 검토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증인 채택이 한나라당의 의지가 아니라 언론에서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에 자신이 거론한 것이라는 해명이다.

이 때문에 정가에서는 한때 '김대중-노무현 저격수'로 통했던 홍준표 원내대표가 '잃어버린 10년'과 화해하려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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