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유기용제 의문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7일 오후 1시 서울 민주노총 1층 기자회견실에서 한국타이어 집단 사망 사건 관련, 지난 20일 대검찰청 국정 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한국타이어 허기열 사장의 위증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타이어 사업장에서 13명 집단 사망

지난 2006년 5월부터 2007년 9월까지 5500여 명이 근무하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에서 노동자 7명이 급성심근경색, 관상동맥경화증, 심장마비 등으로, 5명이 폐암과 뇌수막종양, 자살(1명) 등 모두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원 등 유관기관들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 한국타이어 현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올해 2월 20일 역학조사팀은 조사결과 발표에서 "근로자들의 심장성 돌연사의 유발요인으로는 작업장 내 고열이,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요인으로는 교대작업 및 연장근무 등으로 인한 과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당시 발표가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원인에 대해 보다 폭넓은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암으로 인한 사망 원인에 대해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들이 지적된 바 있다.

이후 지난 6월 2일 한국타이어 협력업체 직원으로 금산공장으로 파견돼 물류부문 관리직을 맡아오던 고 김현기(50)씨가 '특발성 폐섬유증'이란 희귀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 또다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과태료 냈으면서 부과 받은 적도 없다고 오리발"

10월 20일 국회 법사위 대검찰청 한국타이어 국정 감사에서는 사실 관계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책위는 이날 국정감사에 출석한 허기열 사장이 위증을 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대책위가 제기하는 허 사장의 위증 발언으로는 ▲ 노동부의 지시를 어긴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 받은 적이 없다는 것 ▲ 93명 사망자에는 교통사고나 자연사 등으로 사망한 노동자도 포함되어 있다는 주장 ▲ 12년 동안 한국타이어 노동자 93명이 사망했는데 이는 1년에 7.75명꼴로 그 연령대의 국민 전체 평균 사망률 0.84% 보다 높지 않다는 것 ▲ 13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모두 개선했다는 주장 등이다.

먼저 1394건에 해당하는 과태료 부과에 대해 대책위 박응용 위원장은 "2007년 12월 노동부가 보고한 '안전보건 특별감독 결과보고서'를 살펴보면 위반 사항과 처벌내역이 있다"며 "이후 2008년 9월 노동부가 보고한 '한국타이어 사망사건 추진경과'를 살펴보면 1394건에 해당하는 과태료 7530만원을 부과하였고, 한국타이어가 이를 지급했다는 내역이 있다"고 주장했다. 허 사장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것.

이어 박 위원장은 "2월 20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발표한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결과'를 해석해 보면 93명 사망자의 사망 원인은 100% 산업재해"라고 단언했다. 93명 중 62명이 암으로, 15명이 기계 압사 등으로 사망했고 교통사고나 자연사에 의해서 사망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또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률과 일반인 사망률은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며 "'굳이 비교를 해도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률이 일반인 평균 사망률보다 2.26배 높다고 결론 내렸다"고 지적했다.

국정 감사에서 허 사장이 '위반 사항을 개선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 박 위원장은 "타이어 공장은 기본적으로 개선이 불가능한 곳"이라고 말했다. 유기용제가 칠해지지 않으면 고무가 붙지 않기 때문에 공장 내에는 항상 유해 물질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고무를 붙게 하려면 고온을 유지해야 하고 때문에 환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박 위원장은 "이런 환경의 공장에 환기시설 1~2개를 설치한다고 해서 유해 물질이 차단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환경 개선 결과, 중증질환 추정 노동자 750여명?"

이어 "공장 환경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은 2007년 5월부터 7월까지, 2008년 3월부터 6월까지 을지대학교 병원에서 진행한 현장 노동자 건강검진 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며 "1810명 중 암 질환 및 중증환자로 추정되는 노동자가 100여명, 유기용제 중독 발병 및 중증질환 추정되는 노동자가 650여명이다"고 건강검진 결과를 내보였다.

이들이 암이나 심장돌연사로 언제 사망에 이를지 장담할 수 없는 응급환자들로 추정되는 만큼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게 대책위의 요구 중 하나이다. 더불어 사망한 93명의 역학조사에 대해서도 재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추가 역학조사에 대해 허 사장은 '조사'가 아니라 '연구' 개념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연구는 대학에서 박사 학위 따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집단 사망이 일어났던 작업장에서 연구를 하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허 사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행한 위증 사태에 대해 국회 법사위에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21일 추가 역학조사를 받을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