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에 고치를 뽑아서 실을 만들고 있어요~^-^ ⓒ 이슬비
나는 누에를 정말 싫어한다. 누에뿐만 아니라 벌레 종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거미도 싫어하고 바퀴벌레도 싫어한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에 누에를 질릴 만큼 보았다. 전남 나주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농업박람회에서다.
농업박람회에는 볼 것이 정말 많았다. 평소 보지 못한 새로운 농기계들도 볼 수 있었다. 내 몸무게만큼 나가는 호박 같은 희귀한 농산물도 많았다. 악어거북, 뱀거북 같은 희귀한 동물도 보았다. 도리깨로 콩을 타작하는 체험도 처음 해보았다.
하지만 그런 누에가 실을 뽑아낸다는 것은 신기하다. 몇 년 전에 아빠와 중국에 갔을 때 실크공장에 간 적이 있다. 나는 거기서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는 것을 보았다. 그때 하얀 누에고치가 하얀 실을 뽑아냈다. 그것도 나는 신기하게 쳐다본 적이 있다.
▲ 왼쪽은 컬러 누에 고치로 만들어 놓은 펭귄, 병아리, 닭 작품이 있어요. 오른 쪽은 누에 고치에서 실을 빼고 있어요. ⓒ 이슬비
그런데 이번에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신기한 장면을 보았다. 하얀 줄만 알았던 누에가 노란색, 파란색, 자주색도 있었다. 그 누에의 고치에서 나오는 실도 누에의 색깔과 같이 노란색, 파란색, 자주색으로 나왔다. 너무너무 신기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정말 궁금했다.
전시관에서 안내를 하고 있는 분한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답변을 듣고 보니 누에가 그렇게 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간단했다. 바로 누에가 태어날 때부터 색소가 들어간 인공 사료를 만들어 먹여서 색깔이 그렇게 변한다는 것이었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신기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는 체험도 해보았다. 실 뽑기는 가스렌지 위에 물과 누에고치를 담은 그릇을 올려놓고 열을 가하면 단단하던 누에고치가 허물어졌다. 그렇게 허물어진 누에고치에서 실 한 줄을 잡아내면 줄줄이 실이 이어져 나왔다. 나는 누에고치에서 실을 찾아내 물레에 감아 돌려보았다.
하얀 고치에서는 하얀 실이, 빨간 고치에서는 빨간색 실을 뽑았다. 고치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실이 나오는 것을 내 눈으로 보면서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 누에 고치의 실을 직접 연결하고 있어요. ⓒ 이슬비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만약에 인공사료의 색깔을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깔로 만들면 누에가 어떻게 될까? 무지개 색깔의 누에로 자랄까 아니면 여러 가지 색깔이 다 섞여서 검은색에 가깝게 변해버릴까? 정말 궁금하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물어보고 싶다.
누에 생태관을 나오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누에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누에의 희생정신이 대단하다. 꼭 촛불이나 연탄불과 닮은 것 같았다. 촛불은 자신을 녹여가며 세상을 밝혀주고, 연탄은 자신을 태워 방을 따뜻하게 해주고 음식도 익혀주기 때문이다.
누에도 그에 버금간다. 고치로 집을 지어 실을 제공하고 또 나중에 번데기는 간식으로 변해 사람들의 배를 채워준다. 얼마나 희생적인지 누에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다른 것은 몰라도 나도 누에처럼 희생정신을 가질 수 있을까.
▲ 누에 고치에서 실을 뽑아서 물레에 연결 하고 있어요! ⓒ 이슬비
덧붙이는 글
이슬비 기자는 광주 동신여자중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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