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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대한 엇갈린 시선 <도쿄!>

판타지가 가미된 3명감독의 독특한 해석 돋보여

등록|2008.10.28 11:21 수정|2008.10.28 11:21
<도쿄!>는 3명의 감독이 일본의 '도쿄'를 주제로 각자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만든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나쁜피>(1986), <퐁네프의 연인들>(1991) 등으로 국내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레오 까락스’ 감독과 <수면의 과학>(2005), <이터널 선샤인>(2004)으로 호평을 받았던 ‘미셀 공드리’ 감독 그리고 한국의 ‘봉준호’ 감독이 바로 그 3명의 감독입니다.

명장으로 알려진 두 명의 프랑스 출신 감독에 한국의 봉준호 감독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국내 관객들은 매우 호감을 가지고 있겠지만, 동일한 주제를 한 편에서 다루는 문제다 보니 화려한 경력을 떠나 제작에 참여한 감독들의 의식적인 경쟁력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감독들의 이전 작품들을 살펴본 후 세 감독의 치열했을 연출경쟁을 음미하는 것도 흥미로운 관람법이 될 듯 합니다.

옴니버스 영화인 <도쿄!>를 진행 순서별로 보면 ‘미셀 공드리’ 감독의 ‘아키라와 히로코’ 를 시작으로 ‘레오 까락스’ 감독의 ‘광인’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순으로 전개됩니다.

아키라와 히로코부푼꿈에 젖은 아키라의 미래는? ⓒ 싸이더스FNH


‘미셀 공드리’ 감독의 ‘아키라와 히로코’는 홋카이도에서 도쿄로 올라온 감독 지망생 아키라(카세 료분)의 여자친구 ‘히로코’(후지타니 아야코분)의 이야기입니다.

부푼 꿈을 안고 입성한 도쿄지만 히로코에게 거대 도시의 현실은 차갑기만 합니다. 부족한 생활비에 일자리는 없고 비좁은 친구집에 빌붙어 살다보니 눈칫밥만 늘어 갑니다. 도쿄라는 도시에 맞게 자신을 포장해 살아가지 못한 채 오히려 거대도시와 대중들로부터 소외돼 가는 한 여성의 심리묘사와 깜짝 변신을 통해서 ‘미셀공드리’ 감독은 외로움을 유발하는 거대도시 도쿄의 차가운 메카니즘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횡패를 일삼는 광인광인이 시민들에게 던지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 싸이더스FNH


두 번째 ‘레오 까락스’ 감독의 ‘광인’은 도쿄 지하에서 살고있는 ‘광인(드니 라방분)’이 도시를 파괴하며 혼란에 빠트린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해괴한 몰골과 행동을 하는 광인의 출몰은 도쿄시민들에게 상반된 반응을 불러옵니다.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된 광인의 메시지를 통해서 ‘레오 까락스’ 감독은 혼돈의 도시 도쿄를 마음껏 조롱하고 있습니다. 세 편 중에서 감독의 제작 의도 파악이 가장 쉽지 않은 작품이 ‘광인’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11년만의 접촉쓰러진 피자배달부를 지켜보는 주인공 ⓒ 싸이더스FNH


세 번째 ‘봉준호 감독’의 작품 ‘흔들리는 도쿄’는 11년째 히키 코모리의 삶을 살던 한 남자가(카가와 데루유키분) 어느 순간 운명처럼 마주친 피자배달부(아오이 유우분)가 히키코모리를 선택하자 11년만의 외출을 감행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거대 도시 도쿄 속에선 모두가 소외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독한 외로움, 고독을 극복하기 위해 서로 애정(터치)을 나누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는 봉감독의 작품은 다른 두 감독의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석하기도 쉽고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판타지적 묘사로 거대도시의 문제점 지적

영화 <도쿄!>의 제작사는 도쿄를 바라보는 세 감독의 이국적이지만 어느 정도 따스한 시선을 기대했겠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거대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다지 긍정적이거나 따스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물론, 세 감독의 전작들을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가는 면이 있지만 국제도시가 된 도쿄,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빌딩과 인파, 첨단을 달리는 도시가 개개인들을 소외시켜 급기야는 사회를 거부하는 현상을 일으키게 된다며 이 점에 대한 반성과 개선을 판타지적 구성을 통해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 감독의 공통성을 찾아 볼수 있습니다.

각 옴니버스 영화에 출연한 다양한 배우들의 캐릭터와 연기력은 <도쿄!>가 가진 장점입니다. 특히 ‘광인’ 편에 출연한  ‘드니 라방’의 광인연기는 왜 ‘드니 라방’이 레오까락스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지를 잘 알 수 있게 합니다. 컬트적인 캐릭터를 통해 관객을 전율에 빠지게 하는 ‘드니 라방’의 연기력을 관찰해 볼 좋은 기회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에 출연한 ‘카가와 데루유키’의 연기는 살인 혐의를 덮어쓴채 재판을 받던 이중적인 캐릭터 미노루역의 <유레루>(2006)를 통해 인정받았던 그의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본인 스스로 히키 코모리였음을 자인한 카가와 데루유키는 두 명의 명감독과의 연출대결에 부담이 많았을 봉준호 감독의 작업에 안정적인 힘을 보태준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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