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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착각, 중국은 연착륙하기 힘들다

[주장] 100년만에 기회는 무책임한 말... 중국의 위기를 대비해야

등록|2008.10.28 12:07 수정|2008.10.28 14:10

▲ 중국의 9% 성장 유지에는 수많은 허점이 있어서 경제를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 ⓒ 김대홍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이 전국 지점장회의에서 한 말이 매체에 보도되었다. 그는 지금이 "100년에 한번 있을만한 절호의 투자기회"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 보도에 따르면 그가 말한 근거는 "국내 철강,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의 제조업체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어 환율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며 금융시장이나 부동산의 동반 부실은 오지 않을 것"을 비롯해 미국이나 유럽이 현재의 상황을 잘 대처하고 있고, 중국이 9%로 선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환매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면 다시 올라갈 시기가 온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들으니 참 걱정스럽다. 이미 엄청난 손실을 본 투자자들도 그렇지만 그의 말을 듣고 혹시 100년만에 한번 오는 투자기회인 줄 알고 뛰어들지도 모를 투자자를 생각하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사실 기자는 미국이나 유럽 시장의 흐름은 잘 모른다. 단지 느낌상으로 판단하는 미국은 이제 위기의 시작점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아직까지도 절대 권력을 가진 미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미국의 가치가 향후 점차 약화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우선 미국은 이제 소비시장으로만 남은 나라지 생산성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이 생산력을 가진 것 중 남은 것은 무엇인가. 자동차나 정보통신은 물론이고 미국을 받쳐주던 가장 큰 힘인 금융이나 투자쪽도 이미 쪽박을 찼다. 이제 미국의 리더십을 믿어줄 곳은 전혀 없다. 또한 향후 긴 시간 동안 미국은 그들의 엉킨 실타래를 푸는 데만 힘을 집중해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 들어가면 돈을 벌 수 없는(단지 찍어낼 수밖에 없는) 미국의 소비시장은 극도로 위축될 것이 뻔하다. 아직 남아 있는 유학시장마저도 서서히 위축될 것이다.

미국 시장의 위축은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게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현재 수출의 30%가 넘는 양을 미국에 집중하고 있다. 거기에 중국이 수출하는 품목은 고부가가치 품목보다는 농산품, 공산품 등이 중심이다.

사실 아직까지 미국의 소비 수준은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는 게 현지 상황을 전하는 일반적인 목소리다. 이 말에는 두 가지 모순이 존재한다. 하나는 금융 위기로 인해 돈을 벌 곳이 없는데 씀씀이는 같다는 이상한 상황이다. 어떻든 미국의 실물경제가 서서히 위축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것을 막고 있는 힘은 미국 자체의 힘보다는 미국의 위기가 불러올 파국을 염려하는 중국 등이 국채를 사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의 붕괴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열정도 얼마 되지 않으면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미국 실물 경제 위기가 다가오고 이 여파는 다시 전 세계를 뒤덮을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가장 큰 위협을 받는 나라가 중국이다. 이미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게 미국은 최고의 채권국이자 소비시장이기도 했다. 중국은 저렴한 생산품을 만들어 미국에 매매하는 것으로 발전 동력을 삼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미국의 위기는 중국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된다.

30평 아파트가 서민 노동자 월급 125년치

중국의 위기는 이미 언론에 보도된 대로 심각한 상황이다. 광둥, 저지앙, 지앙쑤, 푸젠 등 공산품 도시들의 위기는 심각한 상황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시장의 위축은 성장률의 둔화 뿐만 아니라 부동산 경기의 위축을 가져왔다. 중국 부동산시장의 난맥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베이징만 하더라도 서민 노동자의 월급은 1000위안 정도인데 100평방미터 아파트의 분양가는 150만위안을 호가한다. 노동자가 30평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는 월급을 1500개월(125년)이나 모아야 하는 초유의 분양가가 보편화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아파트들을 구입할 때 은행은 최대 90%가 넘는 돈을 대출해 준다. 결국 중국판 서브 프라임 사태가 벌어질 경우 중국 은행이나 서민경제의 부실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박현주 회장의 말처럼 중국이 9%로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중국이나 세계 금융시장이 좋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기자가 보기에 중국의 9% 성장 유지에는 수많은 허점이 있어서 이 역시 쉽지 않다. 문제는 미국이나 중국 경제 위기의 여파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8개월간 우리 돈에 대비해 위안화의 가치는 거의 2배가 상승한 상태다. 올초 1위안을 사기 위해서는 130원 정도였지만 현재 필요한 돈은 231원이다. 불과 8개월만에 78%가 오른 셈이다. 이런 위안화에 대한 우리 돈의 가치하락이 중국에 대한 수출 증대 등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은 한정된 만큼 수출증대로 이어질리는 만무하다.

반면에 중국에서 수입하는 농산품 등이나 공산품의 수입가격 상승은 명약관화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중국 공장의 도산은 수출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문제나 수입 물량의 급속한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 경제에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건의 가격 상승 요소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지만, 중국 수입 단가의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 압력은 너무 뻔한 일이다.

결국 우리 경제는 지금은 상상조차 어려운 위기로 들어갈 공산이 다분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 투자시장에 100년만에 한번 찾아올 기회가 왔다고 하는 그의 말을 도저히 공감할 수 없다. 기자가 보기에 지금의 위기는 시작에 지날 수 있다. 앞으로 다가올 1~2년은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한 거다"라는 진리를 철저히 인식하게 해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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