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성난 사진기자들 "앞으로도 욕 먹으면서 사진찍어야 하나..."

사진기자협회 게시판, 유인촌 장관 욕설성토 글로 넘쳐나

등록|2008.10.28 16:27 수정|2008.10.28 21:17
[기사 보강: 28일 오후 5시 45분]

'야당'에 뺨 맞고, '사진기자'에 화풀이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사진기자들을 향해 욕설을 해서 물의를 일으킨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6일 오후 세종로 문화관광체육부 기자실에서 '국민과 언론인께 사과드립니다'는 제목의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뒷짐을 지고 있다. ⓒ 권우성


지난 금요일(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회의실에서 벌어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욕설 파문과 관련 사진기자들의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유 장관은 26일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사진 기자들은 유 장관이 겨우 5분 정도 뒷짐을 진 채 기자회견을 하는 등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사진기자협회(회장 김낙중) 홈페이지 내부 게시판에는 분노한 사진기자들의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난 사진기자들 "문광부 앞에서 1인시위하자"

한 사진기자는 "글은 대부분 유 장관의 부적절한 언행을 비판하고 있으며 '당시 욕설을 들은 사진기자들이 항의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올라온 글들은 ▲ 문광부 앞에 카메라를 내려놓고 1인시위를 하고 싶다 ▲ 사진기자로 오래 일했지만 이렇게 분한 적은 없었다 ▲ 현 정부의 언론에 대한 시각이 드러났다 ▲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욕 먹으면서 사진 찍어야 할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등의 내용.

그는 "성명서 한 장만으로는 되레 유 장관에게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며 "전국 500여 명의 사진기자들이 모두 카메라를 들고 문광부 장관실 앞에 서서 '앞으로 당신 사진은 절대로 찍지 않겠다'고 결의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 사진기자단은 지난 26일, 사진기자협회는 지난 27일 각각 유 장관을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사진기자협회는 이번 주 안에 회의를 열어 이후 행동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김낙중 사진기자협회장은 28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유 장관의 언행은 경솔하고 악의적인 것으로 공인임을 포기한 것"이라며 "29일 집행부 회의를 열고 주중에는 회원사 부장단 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사진기자협회가 성명을 통해 '회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다"며 "유 장관이 지금처럼 무대응으로 일관하면 협회 차원에서 구체적 대응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진기자들을 향해 욕설을 하고 있다. ⓒ YTN 화면 촬영


욕설 직접 들은 <연합뉴스> 사진은 왜 없나

지난 24일 국감 현장에서 유 장관에게 욕설을 들은 사진 기자는 <연합뉴스>와 <뉴시스> 소속 기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연합뉴스>는 28일까지도 당시 유 장관이 욕설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내보내지 않고 있다.

<뉴시스>는 사건 발생 이틀 뒤인 26일 저녁에야 단 1장의 사진을 내보냈다. 28일 <한겨레>는 "문화부가 통신사 국고 지원 주무 부서이기 때문에 이들 통신사들이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실제로 한 통신사 관계자는 사진 전송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회사 윗선에서 결정한 일'이라고 말했다"며 "<연합뉴스> 관계자는 '현장 사진기자가 당황한 상태에서 촬영해 쓸 만한 사진이 없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성연제 <연합뉴스> 노조 사무국장은 28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당연히 유 장관 사진이 나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늘에서야 보도되지 않은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그러나 노조에서 사진부와 해당 사진기자에게 확인한 결과 찍힌 사진의 앵글이 좋지 않아 내보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성 국장은 "국고 지원 때문에 사진을 고의로 뺀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며 "금방 큰 파문이 일 사건이라는 게 뻔한데, (회사가) 그랬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고명진 <뉴시스> 사진영상국장은 "현장기자의 보고를 듣고 중요한 뉴스가 아니라고 생각해 내보내지 않았다"면서 "토요일 점차 이슈화가 되고 일요일에 유 장관 기자회견 보도자료가 오는 등 파문이 커지는 것을 보고 내보냈다"고 말했다.

고 국장은 "사진 출고에 대한 부분은 전적으로 내가 책임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눈치를 봤다든지, 윗선에서 판단했다든지 하는 말은 상식에 맞지 않다"면서 "만일 이것저것 눈치를 봤다면 아예 내보내지 않지 일요일에 내보냈겠냐"고 말했다.

[관련기사]
☞ MB·여당·보수언론 "잃어버린 10년" 정치구호, 슬며시 내렸네
☞ 성난 사진기자들 "유인촌, 찍지 않기로 결의하자"
☞ "꼼수" 고려대에 묻는다, 니들이 자격 있니?
☞ 오바마에 대한 찬반뿐, 매케인 얘기는 사라졌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