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로, 돈줘봤니? 여자는 다 그래...이게 뭐야?
[온고을 사람들 22] 창작 오페라 올리는 전주 성악아카데미 회장 이용승씨
혹시 이런 제목 들어보셨습니까? '피가로, 돈줘봤니? 여자는 다 그래!'
물론 오페라 제목입니다. 웬만한 오페라는 두루두루 보았노라고 자부하는 오페라 마니아도 아마 이 오페라는 난생 처음, 금시초문일 것입니다. 그도 그럴듯이 창작 오페라니까요. 전주성악아카데미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코믹 옴니버스 오페라 <피가로, 돈줘봤니? 여자는 다 그래!> 웃음부터 배시시 흘러나오는 이 오페라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유명 아리아만을 따로 불러 연주하는 '갈라콘서트'라는 것도 있습니다만, 이번 무대는 그 경우는 아닌 것 같구요. 그 속내를 좀 알기 위해 지난 27일 연습현장을 찾았습니다. 궁금하시다구요? 자, 전주성악아카데미 회장인 이용승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어떤 내용의 오페라인가? 제목이 무척 특이하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돈조바니> <코지판투테(여자는 다 그래)>의 내용을 합하고 섞어서 만든 새로운 형식의 오페라다."
- 어떻게 그런 작업이 가능한가?
"이 세 개의 작품은 '다 폰테'라는 극작가가 순차별로 쓴 것이다. 주제는 자유로운 연애담이다. 같은 작가가 쓴 것이다보니 세 작품 내용도 비슷하고 캐릭터도 유사한 부분이 많다. 후속작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그 내용과 주제가 비슷해서 서로 호환(?)할 수 있었다."
- 이런 시도는 처음 보는 것 같다.
"내가 아는 한 국내 최초일 것이다. 피가로의 결혼이나 코지판투테와 같은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개별적으로 보긴 했지만 이렇게 '짬뽕' 시킨 오페라는 처음이다."
- 무척 궁금하다. 시도의 이유가.
"재밌게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남들이 안 해본 방법을 시도해 보고 싶었다. '피가로의 결혼'이나 '코지판투테'의 오페라는 수도 없이 많다. 여기서 좀더 다른 각도와 방법으로 실험해보고 싶었다."
전대미문의 코믹 옴니버스 오페라
-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동기가 있나?
"작년 전주성악연구회의 정기연주회로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올렸다. 원래 이 곡은 톤 24곡으로 이루어진 연가곡이다. 남성 연주자 한 명이 전곡을 연주한다. 그런데 문제는 일반인에겐 지루하다는 거다. 그래서 남성독창, 여성독창, 남녀혼창 등 여러 버전으로 단락을 나뉘어봤더니 훨씬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무대를 만들자고."
- 이번 작품도 그런 연장선인가.
"그렇다. 사실 지역에서 오페라를 즐겨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대가 적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페라하면 무조건 어렵다는 선입견이 무쇠처럼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 하지만 어려운 건 사실이다.(웃음) 사실이지 않나. 인정할 건 인정해달라.
"물론 어려운 부분도 있다. 오페라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레치타티보'(주인공들이 대사를 말하듯이 부르는 노래) 때문인 경우가 많다. 사실 지루하기도 하다. 오페라 마니아들 조차 아리아 한 곡 들으려고 그 레치타티보를 '견디는' 사람도 많다."
- 그럼 이번 작품에서 레치타티보는 어떻게 처리했나.
"레치타티보를 과감히 버렸다. 대신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마치 연극을 보는 것처럼."
- 아리아는 어떤가.
"아리아는 원어 그대로 부른다. 공연 당일에는 자막제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리아의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인터뷰를 잠시 중단하고 연습 현장을 잠깐 엿보았습니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서일까요. 모차르트의 해학과 익살 바이러스에 전염되서일까요. 극은 매우 유쾌했습니다. 배우들도 극 자체를 즐기고 있는 듯보였습니다. 우리 귀에 익숙한 아리아도 자주자주 등장합니다. 하긴 세 작품의 유명 아리아를 모아놓았으니 아리아가 세 배쯤 풍성해졌겠죠. 밝고 환한 빛이 가득한 듯한 아리아들을 듣고 있으니 귀가 다 즐겁습니다.
- 잠깐 연습장면을 보았는데 어떤 작품의 어떤 부분을 혼합시켰는지 잘 모르겠다. 얼핏 보면 피가로의 결혼을 보는 듯하다.
"피가로의 결혼을 뼈대로 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여자의 정절을 걸고 내기를 한다는 설정은 '코지판 투테'에서 따왔다. 바람기 많고 허영심 가득한 백작의 캐릭터는 '돈지오바니'의 '돈주앙'에 덧칠을 조금 더 한 것이다.
'이 세상은 살아볼 만한 것'... 위안이 되는 오페라
- 하필 모차르트의 작품인가? 푸치니도 있고 베르디도 있는데.
"우리가 생각한 건 오페라 세리야(규모가 큰 정통 오페라 '나비부인' '라보엠' 등 진지한 요소가 깃든 작품)가 아니라 오페라 부파(코믹적인 요소가 깃든 희가극)다. 그렇다면 모차르트를 빼놓을 수 없다.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우선 재밌다. 쾌활하고 유쾌하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기만 한 것만은 아니다. 그 한편, 삶의 활력과 생명력이 곳곳에 넘쳐난다. '그래. 세상은 한 번 살아볼 만한 것이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요즘 세상살기 너무 어렵지 않나. 신문 뉴스를 보면 온통 어둡고 우울한 소식뿐이다. 조금 더 환한 웃음을 주고 싶었다. 그것도 어렵다고 생각되는 오페라를 통해서. 어려울 때 격려해준 친구가 오래 남듯이 요즘 같이 우울한 현실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면 오페라와 친밀감이 더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 이 작품의 주제는 뭔가.
"모든 사랑은 진심이 이긴다는 것이다. 백작이 아무리 수잔나를 꼬드겨도, 수잔나와 피가로 사이를 떼어놓으려고 해도 결국 진실한 사랑은 마침내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그 길이 조금 멀고 험난할 지라도."
- 제목이 압권이다. 누가 지었나
"내가 지었다(웃음) '돈지오바니'를 조금 코믹하게 바꿨는데 요즘 세태와도 너무 잘 어울린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살기가 조금은 더 편해진다."
물론 오페라 제목입니다. 웬만한 오페라는 두루두루 보았노라고 자부하는 오페라 마니아도 아마 이 오페라는 난생 처음, 금시초문일 것입니다. 그도 그럴듯이 창작 오페라니까요. 전주성악아카데미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코믹 옴니버스 오페라 <피가로, 돈줘봤니? 여자는 다 그래!> 웃음부터 배시시 흘러나오는 이 오페라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 예술총감독 이용승 회장 ⓒ 안소민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돈조바니> <코지판투테(여자는 다 그래)>의 내용을 합하고 섞어서 만든 새로운 형식의 오페라다."
- 어떻게 그런 작업이 가능한가?
"이 세 개의 작품은 '다 폰테'라는 극작가가 순차별로 쓴 것이다. 주제는 자유로운 연애담이다. 같은 작가가 쓴 것이다보니 세 작품 내용도 비슷하고 캐릭터도 유사한 부분이 많다. 후속작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그 내용과 주제가 비슷해서 서로 호환(?)할 수 있었다."
- 이런 시도는 처음 보는 것 같다.
"내가 아는 한 국내 최초일 것이다. 피가로의 결혼이나 코지판투테와 같은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개별적으로 보긴 했지만 이렇게 '짬뽕' 시킨 오페라는 처음이다."
- 무척 궁금하다. 시도의 이유가.
"재밌게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남들이 안 해본 방법을 시도해 보고 싶었다. '피가로의 결혼'이나 '코지판투테'의 오페라는 수도 없이 많다. 여기서 좀더 다른 각도와 방법으로 실험해보고 싶었다."
전대미문의 코믹 옴니버스 오페라
▲ 연습장면. 그 유명한 '편지 이중창'이다 ⓒ 안소민
-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동기가 있나?
"작년 전주성악연구회의 정기연주회로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올렸다. 원래 이 곡은 톤 24곡으로 이루어진 연가곡이다. 남성 연주자 한 명이 전곡을 연주한다. 그런데 문제는 일반인에겐 지루하다는 거다. 그래서 남성독창, 여성독창, 남녀혼창 등 여러 버전으로 단락을 나뉘어봤더니 훨씬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무대를 만들자고."
- 이번 작품도 그런 연장선인가.
"그렇다. 사실 지역에서 오페라를 즐겨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대가 적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페라하면 무조건 어렵다는 선입견이 무쇠처럼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 하지만 어려운 건 사실이다.(웃음) 사실이지 않나. 인정할 건 인정해달라.
"물론 어려운 부분도 있다. 오페라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레치타티보'(주인공들이 대사를 말하듯이 부르는 노래) 때문인 경우가 많다. 사실 지루하기도 하다. 오페라 마니아들 조차 아리아 한 곡 들으려고 그 레치타티보를 '견디는' 사람도 많다."
- 그럼 이번 작품에서 레치타티보는 어떻게 처리했나.
"레치타티보를 과감히 버렸다. 대신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마치 연극을 보는 것처럼."
- 아리아는 어떤가.
"아리아는 원어 그대로 부른다. 공연 당일에는 자막제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리아의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인터뷰를 잠시 중단하고 연습 현장을 잠깐 엿보았습니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서일까요. 모차르트의 해학과 익살 바이러스에 전염되서일까요. 극은 매우 유쾌했습니다. 배우들도 극 자체를 즐기고 있는 듯보였습니다. 우리 귀에 익숙한 아리아도 자주자주 등장합니다. 하긴 세 작품의 유명 아리아를 모아놓았으니 아리아가 세 배쯤 풍성해졌겠죠. 밝고 환한 빛이 가득한 듯한 아리아들을 듣고 있으니 귀가 다 즐겁습니다.
▲ 연습장면 ⓒ 안소민
- 잠깐 연습장면을 보았는데 어떤 작품의 어떤 부분을 혼합시켰는지 잘 모르겠다. 얼핏 보면 피가로의 결혼을 보는 듯하다.
"피가로의 결혼을 뼈대로 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여자의 정절을 걸고 내기를 한다는 설정은 '코지판 투테'에서 따왔다. 바람기 많고 허영심 가득한 백작의 캐릭터는 '돈지오바니'의 '돈주앙'에 덧칠을 조금 더 한 것이다.
'이 세상은 살아볼 만한 것'... 위안이 되는 오페라
- 하필 모차르트의 작품인가? 푸치니도 있고 베르디도 있는데.
"우리가 생각한 건 오페라 세리야(규모가 큰 정통 오페라 '나비부인' '라보엠' 등 진지한 요소가 깃든 작품)가 아니라 오페라 부파(코믹적인 요소가 깃든 희가극)다. 그렇다면 모차르트를 빼놓을 수 없다.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우선 재밌다. 쾌활하고 유쾌하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기만 한 것만은 아니다. 그 한편, 삶의 활력과 생명력이 곳곳에 넘쳐난다. '그래. 세상은 한 번 살아볼 만한 것이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요즘 세상살기 너무 어렵지 않나. 신문 뉴스를 보면 온통 어둡고 우울한 소식뿐이다. 조금 더 환한 웃음을 주고 싶었다. 그것도 어렵다고 생각되는 오페라를 통해서. 어려울 때 격려해준 친구가 오래 남듯이 요즘 같이 우울한 현실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면 오페라와 친밀감이 더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 이 작품의 주제는 뭔가.
"모든 사랑은 진심이 이긴다는 것이다. 백작이 아무리 수잔나를 꼬드겨도, 수잔나와 피가로 사이를 떼어놓으려고 해도 결국 진실한 사랑은 마침내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그 길이 조금 멀고 험난할 지라도."
- 제목이 압권이다. 누가 지었나
"내가 지었다(웃음) '돈지오바니'를 조금 코믹하게 바꿨는데 요즘 세태와도 너무 잘 어울린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살기가 조금은 더 편해진다."
천하의 바람둥이인 알마비바 백작은 인내심 많고 착한 부인 로지나를 놔두고 바람을 피운다. 그러던 어느날 백작은 돈나 안나라는 여인을 겁탈하고자 그녀의 집에 숨어들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만 기사장인 그녀의 아버지를 칼로 찌르고 도망을 간다. 망을 보며 기다리던 백작의 시종 피가로는 신세한탄을 하며 백작을 기다린다. 이때 피가로는 알폰소라는 자칭 철학자를 만나게되고 남녀관계에 대한 자문을 구하게 된다. 알폰소는 여자의 정절을 믿을 수 없는 것이라도 말하며 피가로와 결혼을 약속한 스잔나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스잔나의 정절을 두고 서로가 이길 것을 내기한다. 사실 알폰소는 젊은 시절 백작에게 백작부인 로지나를 빼앗긴 바르톨로이다. 피가로는 백작이 초야권을 발동해서 스잔나를 차지하려고 하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이번 기회에 스잔나의 진심을 알아보고 백작의 계략을 물리치고 그녀와 결혼하고자 한다. 궁지에 몰려 도망쳐 온 백작은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고 초야권을 발동해서 스잔나를 차지하려는 그의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백작의 유혹에 조금씩이나 흔들리는 스잔나, 스잔나를 보며 화가 난 피가로, 그리고 스잔나와 피가로의 극적인 화해, 내기에 이기게 되었다고 즐거워하는 바르톨로, 백작에게 겁탈당할 뻔한 돈나안나, 백작의 바람기에도 끝까지 백작을 사랑하는 백작부인 로지나 모두는 각자의 속셈을 가지고 서로 자기의 계획을 진행하는데 얽혀있던 모든 이야기는 피가로의 꾀로 인해 극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피가로의 계획은 성공하게 되고 극은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극본을 쓴 김승곤(피가로 역)씨와 일문일답. - 극본을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느 부분에 어떤 작품을 가미시킬 것인가의 문제였다. 생각보다 방대했고 힘든 작업이었다." - 주안점을 둔 점은? "어디까지나 코믹 오페라라는 점을 상기하려했다. 까닥하면 '코미디'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수위를 조절하는게 힘들었다." - '돈죠바니'는 두 작품에 비해 조금 무겁지 않나? "돈주앙 캐릭터를 백작의 이미지에 조금 더 더했다. 처음 시작할 때 돈주앙의 서곡으로 시작한다." - 대사도 보통 연극처럼 쉽다 "일부러 쉽게 갔다. 레치타티보를 포기하고 대신 대중성과 재미를 살리려했다. 누구든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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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10월 30일(목) 오후 7시 30분
장소: 전주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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