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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 나간 증권사' 쪽박 종목 버젓이 추천

수익률 -30% 이하 속출... "로스컷 등 투자자 보호장치 필요"

등록|2008.10.29 09:51 수정|2008.10.29 09:51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한 종목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는데도 추천종목을 바꾸지 않는 사례가 잇따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시 폭락으로 증권사 추천주의 수익률이 일주일도 안 돼 30% 이상 떨어질 때까지 해당 종목을 추천 대상에서 유지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지난 22일 추천한 SK에너지는 21일 종가로 7만3천400원이었던 주가가 24일 5만200원으로 마감했다. 이 증권사의 추천을 믿고 주식을 샀다면 사흘 만에 무려 -31.6%의 손실을 봤다.

20일 추천한 대한항공의 주가도 닷새 만에 25.66%나 빠졌고, 22일 추천종목에 올린 삼성전자는 -21.4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증권도 14일 추천한 삼성물산의 주가가 24일까지 -35.9%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톱 10 포트폴리오'에 속하는 10개 종목 대부분이 추천일 이후 -20~-30%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대우증권 역시 21일 네패스를 유망종목으로 제시했으나 23일 -10.18%, 24일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추천주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추천종목의 수익률이 수일간 폭락했음에도 유망주식 리스트에 버젓이 올려놓아 투자자들의 손실이 더 커진 측면이 있는 만큼 앞으로 추천주를 선정하고 운영할 때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는 매수 추천을 낸 기업의 주가가 일정 가격 이하로 빠지면 자동으로 추천 종목에서 제외하는 `로스 컷(Loss Cut)' 규정을 철저하게 적용하고 있는데 국내 증권사도 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증권사 중에는 이번 폭락장에서 대부분 넋을 잃은 사이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한 증권사도 있다.

대신증권은 24일까지 추천종목이 유한양행, LG, 진성티이씨, 슈프리마, LG패션, 한솔제지, 삼성전자, 기아차 등 8개 종목이었으나 27일에는 삼성전자와 기아차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추천주에서 제외한 것.

대신증권의 곽병열 선임연구원은 "자체적으로 수익률이 -20% 이하인 추천종목은 제외하는 로스 컷 규정이 있는데다 이번에는 장 상황이 워낙 안 좋아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추천주를 대거 줄였다"고 말했다.

곽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기아차는 한국 증시의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에서 추천주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추천주의 경우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도 증권사들이 신중한 운영을 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추천주의 펀더멘털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로스 컷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전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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