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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더럽히는 우리 삶 (52) 포토그래퍼

[우리 말에 마음쓰기 463] '사진쟁이'와 '사진가'와 '사진꾼'과...

등록|2008.10.29 11:49 수정|2008.10.29 11:49

.. 나의 어린 시절부터 포토그래퍼가 된 지금까지의 경험과 생각을 뒤집어 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한다 ..  《조선희-왜관 촌년 조선희,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황금가지,2004) 7쪽

‘나의’는 ‘내’로 고치고, “어린 시절(時節)”은 “어린 날”이나 “어릴 때”로 고쳐 줍니다. “지금까지의 경험(經驗)과 생각을”은 “지금까지 겪은 일과 생각을”이나 “지금까지 겪으며 생각한 여러 가지를”로 손질하고, ‘감사(感謝)한다’는 ‘고맙게 느낀다’나 ‘고맙다고 느낀다’나 ‘고맙다’로 손질해 봅니다. “있게 된 것에”는 “있게 되어”나 “있게 되어서”나 “있게 되어”로 다듬습니다.

 ┌ photographer : (신문·잡지 등의) 사진가, 촬영자, 카메라맨
 │
 ├ 포토그래퍼가 된
 │→ 사진가가 된
 │→ 사진쟁이가 된
 └ …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림꾼’ 또는 ‘그림쟁이’이지만, 우리들은 따로 한자로 이름을 지어서 ‘畵家’라고도 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꾼’ 또는 ‘글쟁이’이지만, 우리들은 이 또한 따로 한자로 이름을 삼아서 ‘作家’라고 합니다.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으레 ‘사진꾼’이나 ‘사진쟁이’여야 할 텐데, ‘사진’이라는 말은 살리지만, 뒤에는 ‘-家’나 ‘-作家’라는 말을 붙여서 ‘사진가’나 ‘사진작가’라고만 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이 나라에서 사진을 한다는 분들은 ‘사진가’나 ‘사진작가’라는 말도 버리고 ‘포토그래퍼’가 되고 맙니다.

 ┌ 사진 찍는 사람이 된
 ├ 사진 찍는 일을 하게 된
 ├ 사진을 찍으며 살게 된
 └ 사진을 찍으며 사는

신을 기우니 ‘신기료’요, 구두를 닦으니 ‘구두닦이’며, 장사를 하니 ‘장사꾼’입니다. 과일을 파니 과일장사꾼이요, 나물을 파니 나물장사꾼이며, 두부를 파니 두부장사꾼입니다. 월부든 뭐든 책을 팔면 ‘책장사’입니다. 지식을 다루거나 파니까 ‘지식장사’입니다. 땅을 사고파니 ‘땅자사’이며, 돈 놓고 돈 먹는 일을 하니까 ‘돈장사’입니다.

뒷돈을 챙기거나 검은돈을 주고받으니 나쁘지, 장사가 나쁘지 않습니다. 사냥꾼, 장사꾼, 일꾼, 농사꾼처럼, 문화와 예술을 다루는 사람들 또한 글꾼, 그림꾼, 사진꾼입니다. 책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컬어 출판노동자라고도 하지만, ‘책꾼’이라고 일컬어도 잘 어울립니다.

 ┌ 사진과 함께 사는
 ├ 사진으로 살아가는
 └ 사진밥을 먹는

책마을에서 일하는 사람은 ‘책밥’을 먹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기름밥’을 먹습니다. 광산에서 돌을 캐면 ‘돌밥’을 먹을 테지요. 그림을 그리며 살림을 꾸린다면 ‘그림밥’을 먹고, 사진을 찍어 살림을 이끈다면 ‘사진밥’을 먹습니다.

사진으로 살아갑니다. 사진과 함께 삽니다. 사진을 늘 옆에 끼고 살아갑니다. 사진을 벗삼거나 동무삼습니다. 사진이 길동무가 되거나 스승이 됩니다. 이슬떨이이기도 한 사진이며, 어깨동무인 사진입니다.

 ┌ 사진가 길을 걷는
 ├ 사진길을 걷는
 └ 사진쟁이로 살아가는

이리하여 사진가라는 길을 걷습니다. 사진쟁이라는 길을 걷습니다. 사진꾼이라는 길을 걷습니다. 제 나름대로, 제 깜냥껏, 제 재주껏 사진길을 걷습니다. 사진으로 살고 사진으로 죽으며, 사진으로 날고 사진으로 깁니다. 사진으로 뜨고 사진으로 지며, 사진으로 밥먹고 사진으로 잠잡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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