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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의원 "총선 출마 위해 부인 앞에 무릎 꿇어"

선거법 위반 사건 첫 공판서 ..."이방호 복귀 시나리오에 맞서 싸울 것"

등록|2008.10.29 18:39 수정|2008.10.29 21:35

▲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29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과 관련해 1차 공판을 가졌다. ⓒ 김은호


민주노동당 대표인 강기갑 의원(사천)은 18대 총선 출마를 만류하는 부인을 설득하기 위해 무릎을 꿇은 뒤 승낙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법 위반 혐의(사전선거운동)로 기소된 강 의원은 29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모두진술을 통해 총선 출마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빨리 시시비비 가려지길 바란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17대 때 금배지를 달았던 강 의원은 4·9총선에서는 고향인 경남 사천에서 출마해 당선됐다. 강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알려진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눌러 재선에 성공해 관심을 모았다.

강 의원의 부인 박영옥씨는 남편의 재선 도전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에 따르면 당시 부인은 "할 만큼 하지 않았느냐. 평범하게 살자"며 총선 출마를 반대했다는 것.

그러자 강 의원은 부인 앞에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 그는 이날 법정에서 "총선 출마에 반대하는 집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빌었다"면서 "당에서도 나가라고 하고, 하늘의 뜻이라 생각했으며, 정말 열심히 한번 더 해보자고 하면서 사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17대 국회가 끝나갈 즈음 거의 모든 의원들은 지역구로 내려가 선거운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한미FTA 때문에 국회에서 보름 동안 단식투쟁하기도 했다"면서 "사실 사전선거운동이니 그런 것을 할 겨를도 없이 있는 그대로 선거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막상 출마하니까 실무진들이 당선시키기 위해 의욕적으로 했던 것인데… 법정에서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 본다"면서 "정말 제대로 된 선거를 하고 싶었는데 막상 법정에 섰다는 것 자체가 유권자뿐만 아니라 국민한테 죄송스럽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사전선거운동이라 하는데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면서 "사천에서는 벌써 새로운 선거 이야기를 하는 등 온갖 흉흉한 분위기인데, 빨리 시시비비가 가려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29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열린 강기갑 의원의 선거법 위반사건 공판에는 권영길 의원과 이정희 의원 등이 동행했다. ⓒ 김은호


강 의원의 첫 공판은 이날 오후 1시간10분 가량 진행됐다. 강 의원의 변론은 변호사인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비례대표)과 정주석·박영식 변호사 등이 맡았다.

이날 방청석에는 권영길 의원(창원을)과 오병윤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손석형·김미영 경남도의원, 제갑생 사천시의원, 이병하 경남도당 위원장 등이 참석해 재판과정을 지켜보았다.

검찰측이 제시한 증거자료에 대해 변호인 측은 "증거가 불확실하고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측은 증인 10여 명을 다음 공판 출석을 신청했다.

강 의원에 대한 공판은 앞으로 매주 수요일 오후에 열리는데, 11월 5일과 12일로 예정되어 있다.

민주노동당 "이방호 복귀 시나리오에 맞서 싸울 것"

▲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은 강기갑 의원의 재판에 앞서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 김은호




한편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은 이날 오후 공판에 앞서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 의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마침내 이명박정부의 촛불탄압이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외치며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촛불대항쟁을 이끌어온 누리꾼에 대한 구속수배와 함께 유모차를 앞세운 어머니들에 대한 연행조사, 그것도 모자라 구시대 유물로 청산해야할 국가보안법을 앞세운 진보진영에 대한 무차별 탄압의 칼끝이 민주노동당을 겨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강기갑 대표는 촛불민심의 대변자였다. 촛불 정국 한가운데에서 민심을 이끌어온 국민의 대표였다. 촛불이 번지는 곳에는 항상 강 대표가 서 있었다"면서 "국민 건강권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사회 공공성의 위기에 정면에서 맞섰던 국민의 대표 심부름꾼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동당은 "검찰의 강기갑 대표에 대한 기소는 사천의 기적을 일구어낸 사천 표심에 대한 협박이며, 전체 촛불진영에 대한 모독"이라며 "국민의 심부름꾼을 내쫓고 그 빈자리에 권력의 심부름꾼을 부활시키기 위한 집권여당의 정치적 계산이 뒷받침하고 있다면 이는 민의를 저버리는 정치폭거"라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은 "국민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폭주와 민주주의 전면후퇴에 대해 강력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며 "그 전면전은 이방호 복귀 시나리오의 뿌리를 근원적으로 뽑아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거짓이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 민주주의 역사는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당의 명운을 걸고 강기갑 대표를 지켜낼 것"이라며 "전당적인 촛불항쟁을 불사하겠다. 또한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법정공방을 치열하게 벌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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