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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인생 교수의 '마지막 강의'

[서평]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

등록|2008.10.30 12:20 수정|2008.10.30 12:20

▲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 겉표지와 동영상 DVD ⓒ 살림


서점가 베스트셀러를 쫓아다니는 편이 아니어서 인터넷 서점에서 <마지막 강의> 책 광고를 보면서도 무심히 지나쳤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지인들에게서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추천을 거푸 받았다. 결국, <세계를 감동시킨 마지막 강의>를 읽고 나 역시 다른 독자들처럼 '큰 감동'을 받고 강의 동영상도 보게 되었다.

<마지막 강의>는 랜디 포시가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시작하면서 자신이 일하던, 카네기멜론대학 퇴임을 앞두고 "개인적 삶, 그리고 직업적인 삶의 여정에 대한 감상"을 들려주는 특별강의다.

이 책은 랜디 포시가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제자와 동료, 친구들에게 하였던, 마지막 강의를 보완하여 월스트리트 저널 칼럼리스트 제프리 재슬로가 책으로 엮은 것이다.

랜디 포시는 마지막 강의 제목을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라고 정하였다. 그가 마지막 강의를 위해 띄운 슬라이드 화면에는 다음과 같은 그의 꿈 이야기가 요약되어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강의가 제자와 동료, 친구들에게 하는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세상에 남기고 떠나야하는 세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단다.

▲ 무중력 상태에 있어보기 ▲ NFL 선수되기 ▲ 세계백과사전에 내가 쓴 항목 등재하기 ▲ 커크 선장되기 ▲ 봉제 동물인형 따기 ▲ 디즈니의 이매지니어 되기.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는 그가 슬라이드로 보여 준 어린 시절 꿈을 어떻게 이루었는지, 그리고 그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들려준다. 이 책이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가 어릴 적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배운 지혜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도 꼭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장벽이 가로막는 이유

대학생들에게 무중력상태 체험을 시켜주는 NASA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그는 첫 번째 꿈을 실현한다. 프로젝트 지도교수는 참가할 수 없다는 NASA 규정에 가로막히지만, 그는 대학이 있는 지역 신문기자는 탑승할 수 있다는 규정을 찾아내어 인터넷에 체험 결과를 올리고, 신문사에 자료를 보내겠다는 제안으로 상대방을 설득해낸다.

랜디 포시는 "조그만 기회라도 포착할 수 있다면, 당신은 그 기회를 발판 삼아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그는 <마지막 강의> 도중에 여러 번 '장벽 사진'을 보여준다.

"장벽이 거기 서 있는 것은 가로막기 위해서가 아니며,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보여를 기회를 주기 위해 거기에 서 있는 것이다. …… 장벽은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걸러내려고 존재합니다. 장벽은,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멈추게 하려고 거기 있는 것이지요."(본문 중에서)

그는, 장벽이란 결국 장벽 앞에서 멈추는 사람들에게만 '장벽'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일을 절실하게 원하는 사람들 앞에 장벽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을 가로막는 장벽 앞에서 멈추지 않았던 랜디 포시는 어린 시절 꿈을 모두 이루었다.

어린 시절 '세계백과사전'을 끼고 살던 그는 카네기멜론대학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가상현실'에 대한 자신의 글을 백과사전에 기고하게 된다. 유년기 TV 드라마를 보면서 '커크 선장'이 되는 꿈을 꾸었던 그는 훗날 자신이 운영하는 '가상현실 연구소'을 찾아 온 커크 선장 역을 맡았던 배우 '월리엄 새트너'를 만나게 된다. 그는 어린시절 우상이었던 커크 선장이 자신의 연구소를 찾아오는 것으로 꿈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는 놀이공원에서 고리를 던져 커다란 봉제인형을 따내는 '달인'이 되었음을 동영상 강의를 통해서 직접 보여준다. 그는 수많은 봉재인형을 따낼 수 있었던 비결은 끈기와 신체조건, 적절한 요령, 편안한 마음 그리고 여기에 돈을 쓸 수 있는 적절한 소득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카네기멜론대학 박사과정을 마치면서 디즈니랜드에 지원하였다가 실패한 랜디 포시는 대학교수가 된 후에도 꾸준히 장벽을 넘기 위한 시도를 하게 된다. 버지니아 대학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끈질긴 시도 끝에 디즈니 이매지니어링 부서책임자와 접촉하여, 안식년 휴가기간 동안 디즈니 이매지니어가 되는 꿈을 이룬다.

<마지막 강의>에는 끝내 그가 'NFL 풋볼 선수'가 되는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이들에게 도저히 가능해 보이지 않는 과제를 내주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될 때까지 열심히 노력하는 풋볼 코치에게서 '장벽'을 넘는 법과, 스포츠 활동을 통해 '헤드 페이크(우회적인 가르침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털어놓는다.

'준비와 기회가 만나는 것이 행운'

마지막 강의가 끝난 후에 그는 NFL 피츠버그 스틸러스 선수들과 연습경기에 참가하게 되며, 2008년 12월 개봉 예정인 스타트랙 영화에 대원 중 한 명으로 출연하기도 하였단다. 결국, 그는 어린 시절 꿈을 모두 이루고 지난 7월 25일 세상을 떠났다.

훗날 그가 개발한 놀이를 통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는 '엘리스 프로그램'은 바로 풋볼에서 배운 헤드 페이크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한다.  그가 떠난 후에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엘리스 3.0은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하여 "배우는 사람이 다른 흥미로운 것을 배우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놓고 실제로는 다른 것을 가르치는 것이 가능하다"는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강의>에는 마치 격언집이라는 느낌을 받을 만큼 인생의 지침으로 삼을 만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닿는 것은 앞서 소개한 '장벽'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장벽이야기와 '준비와 기회가 만나는 것이 행운'이라는 이야기에 가장 공감되었다.

▲ 행운이란 준비가 기회를 만날 때 생기는 것이다 ▲ 만약 첫 번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다시 시도해라 ▲ 경험이란 당신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했을 때 얻는 것이다 ▲ 누군가 당신을 위해 했던 일을 당신도 다른 이들을 위해 하라 ▲ 무성의한 사과는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 손해와 이익을 계산하는 방법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독자들에게 더 이상 알려드릴 수는 없다. 이 말들에 담긴 뜻을 이해하려면, 직접 책을 읽거나 동영상 강의를 보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 강의>는 '어떻게 당신의 꿈을 달성하느냐에 관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당신의 인생을 이끌어갈 것이냐'에 관한 것이다.

책을 먼저 읽고 동영상 보길...

세계를 감동시킨 동영상 강의와 책은 '헤드 페이크' 기술이 적용되었다.  이 강의는 그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였지만, 사실은 자녀들에게 남기는 유리병 속 '메시지'다. 그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하여 마지막까지 노력한다.

"내 생각에 부모의 임무란, 아이들이 일생 동안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꿈을 열정적으로 좇을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이다. 아이들을 향한 나의 꿈은 매우 확실하다. 나는 아이들이 꿈의 성취로 가는 자기만의 길을 발견하기를 원한다. …… 아버지가 너희들이 무엇이 되기를 바랐는지 알려고 하지 마라. 나는 너희들이 되고 싶은 것이면 그게 무엇이든, 바로 그것을 이루기를 바랄 뿐이다."(본문 중에서)

그는 세상에 남기고 가는 세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자신들을 끔찍이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그는 훌륭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도 남은 시간을 모두 쏟아 붓는다. 당연해 보이면서도 놀라운 사실은 훌륭한 아버지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는 랜디 포시에게는 자애로운 부모님이 있었다는 것이다.

<마지막 강의>에는 어린 시절 자신의 방에 벽화를 그리도록 허락해주는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자녀들에게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열정이 불꽃으로 피어날 수 있다고 말 한다.

랜디 포시는 불굴의 의지로 죽음을 극복하는 영웅이 아니라 우리에게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알려주는 '길라잡이'다. 우리들에게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깨우쳐주는 책이다. 동영상 강의는 공짜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동영상 강의를 보는 것이 훨씬 더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 제프리 재슬로 씀, 심은우 옮김 - 살림/ 286쪽,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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