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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제 '여포'신발만 신어야 하는 걸까

장년층 사이에서 부는 '건강신발' 열풍... 내게 진짜 좋은 신발은?

등록|2008.11.02 16:33 수정|2008.11.02 16:33

▲ 건강신발을 신은 친구의 모습. 뒤꿈치부터 바닥에 내딛는다. ⓒ 정현순


지난여름 백화점 세일 때 큰 마음먹고 굽이 무려 5~6cm나 되는 하이힐을 하나 샀다. 사실 구두를 살 때부터 '높은 걸 신는 게 조금 무리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못 신을 것도 없지'란 생각이 더 강해, 그냥 확 사버리고 말았다.

함께 쇼핑하러 간 언니도 "너 나이 더 먹기 전에 최후의 발악 한 번 해봐"라고 하기에 두 번 주저 없이 산 것이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친구들 모임 때 한 번 신고 나갔다가 엄청 후회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발뒤꿈치에 물집이 생긴 것은 물론이요, 발바닥은 벌게졌고 불이 나는 듯 뜨거웠다. 내심 '앞으로는 그렇게 폼 나는 신발은 정말 못 신는 건가'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우리집 신발장에는 그렇게 한두 번 신고 넣어둔 신발이 여러 켤레 있다. 하지만 이건 내가 사치스러워서도, 직장에 다녀서도 아니다. 내 발이 평발과 가까워 나에게 꼭 맞는 편한 신발을 만나기가 힘들기 때문. 어쨌든, 나는 이제 예쁜 신발을 포기하고 '여포(여자기이를 포기한)' 신발만 신어야 하나 보다.

건강신발 신으면 몸이 깃털 같아질까?

▲ 건강신발을 신는 친구의 모습. ⓒ 정현순


그렇게 평발에 가까운 내 발을 원망하며 편한 신발을 찾아 헤매던 중 눈이 번쩍 띄는 모습을 목격했다. 며칠 전 그림 공부를 하는 날이었다. 양손에 그림 그리는 도구를 잔뜩 들고 발걸음 가볍게 가는 친구 A를 만났다. 그 친구의 발걸음이 왠지 가벼워 보여 신발에 대해 물었다.

"그 신발 정말 편해? 아주 잘 신고 다니네."
"그럼 언니, 이운동화가 나를 살려준다니깐. 이거 두 켤레 가지고 사계절 다 신잖아. 이것 봐. 얼마나 많이 신었으면 이렇게 닳았을까? 이거 신고 걸음은 뒤꿈치부터 땅에 닫고 이렇게 걷는 거야. 이 신발을 만난 것은 내 인생에서 즐거운 일중에 한가지야."

그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 운동화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운동할 때, 외출할 때, 놀러갈 때 등등 뭔가를 신을 일이 생기면 그 운동화를 신고 나간다고 한다. 이러게 A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B도 한마디 거든다.

"나도 오래전부터 허리아파서 엄청 고생했는데 요가하고, 건강운동화 신고부터 괜찮아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멀쩡하잖아."

그 역시도 허리가 아파서 한방, 병원, 지압 등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건강신발을 신고부터 괜찮다니. 무슨 마술을 부리는 운동화인가? 진짜 그렇게 효능이 좋은 건가? 그 운동화, 앞뒤가 올라가서 마치 바다 위에 뜨는 배처럼 생겨 잘못하면 넘어질 것 같은데, 보기와는 달린 편한가 보다.

편한 것도 좋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네

▲ 건강신발을 신는 친구의 모습. ⓒ 정현순


그날 그림공부를 마치고 수련관 1층 로비로 내려왔다. 70살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할머니들 몇 분이서 운동화를 '신어봐라', '싫다'하면서 작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나도 그 옆으로 가 봤다.

A할머니 : "이 신발 우리 아들이 명품이라면서 28만원주고 사왔어. 신어보니깐 정말 가볍고 편해. 세상에 이렇게 편한 신발은 처음 신어봐. 얼른 한번 신어봐."
B할머니 : "싫어 내가 왜 남의 신발을 신어봐. 나는 245mm신는데 그건 235mm라면서 작아서 어림도 없어."

A할머니가 자신의 신발을 벗어 기어이 B할머니에게 신기고 말았다. 건강운동화를 신어본 B할머니, 생각보다 괜찮았나보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약간은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B할머니와 그곳에 있던 다른 할머니들이 은근히 걱정되었다.

그날 집에 돌아가 어쩌면 아들·며느리에게 "OO할멈은 아들이 늙은이들이 신으면 좋다는 신발을 사줬다는데 허리도 안 아프고, 가볍고, 발도 편해서 아주 좋단다"하지나 않을런지. 그런데 건강신발 가격은 왜 그리도 비싼지. 요즘 많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그 신발을 신고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아무리 오래 걸어도 힘든지 모른다'는 거였다. 하기사 발이 불편하면 온몸이 빨리 피곤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발은 제2의 심장이란 말도 있듯이 발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내 몸에 맞는 게 가장 편한 신발

오래 전 유행했던 '효도신발'이란 것이 생각났다. 그것도 신으면 발을 아주 편하게 해준다고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 모두에게 인기 있었다. 그 신발가격이라면 괜찮을 법도 한데. 어쨌든 건강신발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알게 모르게 널리 퍼져나가는 것도 현실인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신발을 우리 모두가 신어야 하는 걸까?'하는 거다. 남이 신어서가 아니라, 다른 신발도 내가 신어서 편하면 되는 거란 생각이 든다. 내가 꼭 그 신발을 신어야 하는지는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러면서도 그 신발에 끌리는 이유는 또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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