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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역사교과서 개편 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등록|2008.11.02 11:55 수정|2008.11.02 11:55
교육과학기술부는 국사편찬위원회의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보수 세력이 좌 편향이라고 주장한 <한국근현대사> 내용을 분석했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보수 세력이 수정을 요구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6종 253개 항목 중, 102곳은 집필진이 자체수정하기로 했으며 55곳에 대해서는 수정권고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에 보수 세력은 자신의 승리를 즐기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반면 개혁세력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수정권고를 친 일본, 친 재벌, 친 독재 시각에서 나타난 결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역사교과서 개편을 두고 벌어지는 보수와 개혁 사이의 대결! 불행하게도 볼모는 우리의 자녀이다. 과연 현명한 해결방법은 없는가? 출발점은 현재의 역사교과서가 좌 편향되어 있는지의 문제이지만, 역사 이외 어떤 인물이나 단체도 여기에 대한 객관적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보수 세력의 주장처럼 현재의 역사교과서가 좌 편향되어 있을 수 있다. 개혁세력은 현재의 역사교과서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며, 보수 세력은 좌 편향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개혁세력의 주장처럼 현재의 역사교과서가 객관성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 현 정권에서 보수 세력이 극우로 치닫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의 주장이 옳던 옳지 않던, 이 문제는 역사교과서 개편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의 내용인지 아닌지가 중요할 뿐이다. 역사는 우리 민족의 존재이유 그 자체이며, 역사교육은 아이들에게 균형적 역사관을 구축하도록 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역사교과서는 개편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가 내 놓은 대책, 즉 역사교과서 일부를 수정하는 방법은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없다. 현재의 논란을 끝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정권의 성향에 따라 교과서가 개편될 여지를 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다 근원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째, 현재의 역사교과서 체계를 유지하면서, 개편논란을 종식시키는 방법이다. 우선 역사교과서를 개편하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역사학회가 추천한 역사학자가 되어야 한다. 정부가 교과서 개편의 중심에 서면, 친정부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역사학자들로 <교과서개편위원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위원회는 다양한 이념을 가진 학자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들이 토론을 통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사건 자체만 기술하고, 의견일치가 되지 않는 부분은 삭제해야 한다. 물론 논란의 여지가 있는 표현과 해석은 교사의 재량에 맡기되, 이 부분은 교내 및 입시시험에서 배제되어야 한다. 이 방안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역사 교사의 자질향상이다.

둘째, 현재의 역사교과서 체계를 허무는 방법이다. 즉 논란의 여지가 있는 근현대사 교과서를 아예 없애는 것이다. 이 대안에는 그만한 근거가 있다. 어떤 사건에 대한 표현과 해석이 분분하다는 것은 아직 여기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평가가 끝나지 않은 내용을 교과서에 싣는다는 것은 지속적인 논란을 예고한다. 교과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편되는 불운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근현대사 교과목을 아예 없애고, 참고도서 형태의 별책으로 발행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사고의 틀을 넓혀줄 수 있도록, 별책에는 역사적 사건을 기술하고 극좌에서 극우의 의견까지 다양한 해석을 담아야 할 것이다.

분명 정부의 교과서 개편정책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야당과 개혁적 성향의 학회 및 시민시회집단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정부의 교과서 개편 안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부의 의지대로 역사교과서가 개편된다고 해도, 정권이 바뀌면 또 다시 우 편향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교과서 논란을 잠재울 보다 근원적 대책이 필요하다. 방법은 바로 위에서 제시된 2가지이다. 어느 것을 선택하던 정부의 자유이다. 필요한 것은 정부가 교과서개편의 기준을 객관성에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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