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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2500만원에서 0원, 건설 전공을 버린 이유

건설 경기 어려워 월급 못받는 지인 많아, 고민 끝에 전공 바꿔

등록|2008.11.05 10:26 수정|2008.11.05 10:26

▲ 요즘 '위기의 건설업'이란 표현이 만연하다. 어느 아파트 건설현장 ⓒ 심규상


최근 경기가 매우 좋지 않아 건설업이 많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매스컴에 자주 보도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특별히 지원할 정도로 말이죠. 작년 연말 가장 많이 망했던 사업 1위가 건설업입니다.

제가 학교 다니던 때, 건설에 대해 이런 말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힘들지만 돈을 많이 받는다", "건설을 해야 남자다운 기백이 있다" 등등 긍정적인 말들이 많았죠.  제가 어렸을 적에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빌라촌에서 자랐는데 건물을 짓는 모습을 자주 보면서, 건설에 대한 막연한 꿈이 키웠습니다. 단순 노동자가 아닌 총괄하는 소장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제가 2003년 서울의 한 전문대학 건설과에 입학했습니다. 수능 점수가 대폭 떨어져 실망했지만, 서울의 어설픈 4년제 가는 것보다 내실 있는 전문대 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해 전문대에서 가장 알아주는 곳 중 하나인 학교에 지원을 했고, 합격했습니다.  집안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서 4년제에 정상적으로 진학할 수 없었던 한계도 있었습니다.

더구나, 제가 가장 매력을 느낀 것이 그 학과가 '교수들의 아낌없는 지원 속에' 건설업체 쪽으로 취업이 잘 되던 곳이라서(지금도 취업은 잘되고 있다고 합니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죠.

제가 1학년이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당시 건설업체 신입사원 연봉은 2500만원이었습니다. 4년제 출신 일반업체 신입사원 연봉보다 더 높은 금액이었죠.

건설업체들이 제가 다녔던 학교에 '밀물처럼' 취업 제의를 많이 했기 때문에 연봉이 부쩍 높아졌고, 아무리 적어도 2000만원이었습니다. 주로 서울에서 공사를 맡거나 설계를 담당하는 업체들이 2000~2500만원의 연봉을 제시하더군요. 지방 쪽에서는 1600~2200만원이 대부분이었고, 1200만원 연봉을 제시하는 업체는 학생들끼리 대놓고 비웃을 정도였습니다. 지금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죠.

군대 말년에 건설업체로부터 스카우트 제의 받았지만...

취업하기 위해서는 군대를 다녀와야 했기 때문에  2005년 4월 입대했습니다. 경기도의 전방부대에서 공사감독병이란 보직을 맡으면서 공사 현장 경험을 쌓게 되었습니다.(학교 다닐 때 현장 실습을 했지만, 저 같은 경우 설계업체쪽에 있었기 때문에 공사 현장은 낯설었습니다) 상병 때부터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군 공사를 감독했습니다. 부사수 3명을 거느리는 '영광'을 누리며 이리저리 뛰어 다니면서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제가 흔히 말하는 '왕고'를 맡으면서 책임감이 부쩍 쌓이더군요.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하기 위해 밤새면서 공부하고 노력하다보니 대대장님을 비롯한 간부님들까지 제 열성을 알아줄 정도였습니다. 이렇다 보니, 말년에는 모 건설업체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제의를 단번에 거절했습니다.

왜냐? 막상 공사현장에서 이리 저리 경험하고 여러 업체 분들을 많이 접하면서, 제가 실망했던 것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건설업을 택한 이유는 돈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공사하던 곳 현장소장님 연봉이 2500만원이었습니다. 당시 갓 들어왔던 신입 사원 월급은 많아야 100만원이었고요. 그것도 경기도에 있는 '잘 나가는' 건설업체(물론 성남 쪽에 건설업체가 많긴 하지만요.) 연봉이 이랬습니다.

게다가 건설업체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자기만의 시간이 없습니다. 주7일 근무는 물론이며 특히 지방에서 근무하시는 사람들은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것까지 감수해야만 합니다. 설계 업체 쪽에서는 4~5시간의 취침시간을 제외하고 밤늦도록 업무에 매달릴 정도로 엄청난 일을 해야 합니다.

일반인들이 놀랄지 모르겠지만, 건설 쪽에서는 이것을 단순한 고생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참고 이겨내야 할 과정이라고 받아들입니다.  건설현장에서 열성적으로 업무에 매달리다보니 일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투철합니다. 저도 공사감독병을 하면서 그분들에게 많은 것들을 배우고 생활패턴에 대한 노하우를 익힐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도 저는 적은 돈을 받기 싫어 건설업체에 취직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군대에서 제대하고 몇 달 지나면서도 이 같은 생각은 변함없었죠. 남들이 보기에는 후회하고 있을 거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제 판단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1년 넘게 월급 못받는 친구, 연봉 2500만원에서 0원으로

▲ 건설업이 한창일 때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매우 높은 연봉을 받았다. 왕십리뉴타운 예정지에 건설 중인 고층 아파트. ⓒ 장윤선

작년 가을이었습니다. 건설 업체에 몸담고 있는 선배 친구와 돈 문제 때문에 얽힌 사건이 있었습니다. 선배가 저를 말리는 과정에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상규야. 요즘 건설업체 너무 어려워서 난리다. 내 친구가 2군 업체(회사를 규모에 따라 1군, 2군 등으로 나눕니다. 2군이면 중견업체에 속합니다.) 본사에서 3년 동안 근무했는데 1년 넘게 월급 못받았다. 나한테도 계속 돈 빌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돈 빌리고 계속 그랬거든. 그런데 그 친구 뿐만 아니라 건설업체에서 돈 못받고 일하는 사람들 많아. 심지어 신입사원까지."

그랬습니다. 한때 연봉 2500만원이었던 신입 사원 연봉은 어느새 '실질적으로' 0원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물론 신입 사원은 회사에 정식 입사할 때 업체 내규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받기로 되어 있습니다만 경기 악화 및 건설업 침체로 인하여 제때 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경우가 별로 없을 거라 '믿고 싶지만', 선배 친구분의 고달픈 사연을 듣자니 점점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군 업체(주로 대기업)라면 돈 문제에 대한 걱정이 없겠지만, 1군 업체는 전문대 출신을 신입 사원으로 채용하지 않으려 합니다.

물론, 제가 건설업에 종사하지 않은 것은 최고의 선택이자 판단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작년에 군대에서 제대하자마자 바로 건설 업체에 취직했더라면, 저 또한 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하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죠.

그래도 사람 욕심 때문인지, 이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더군요.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아직까지 사회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계속 되는 방황, '투잡'에 '스리잡'으로도 모자라

군대 제대하고 축구 기자가 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지만 제 부족한 학력과 어설픈 외국어 능력 등 제가 기자로서 성공하는데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아무리 글을 잘 쓰더라도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이 전혀 안되어 있었던 것이죠. 물론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요소이긴 합니다만, 전문대 출신이란 요소 때문인지, 선배 기자님들도 기자를 하지 말라는 충고를 했을 정도였습니다.

지난 7월에는 인터넷 쇼핑몰 창업을 위해 1년 동안 아르바이트 했던 곳을 그만두는 '뼈아픈' 실수를 저질렀습니다.(많은 돈을 벌기 위해 투잡, 스리잡 병행) 돈 많이 벌려고 쇼핑몰 오픈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자본금이 부족하자 결국 창업까지 실패하게 되는 악순환을 거듭했죠. 결국에는 여러 곳을 오가며 단기 아르바이트 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 기간이 끝날 때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마음 속으로 답답하고 초조한 상황입니다.

요즘엔 건설업 침체가 저를 망친 게 아닌가 싶은 '부정적인' 생각도 듭니다. 신입사원 최고 연봉 2500만원이었던 그 시절이 쭉 유지되었으면 제가 망설임 없이 건설업체에 취직했겠죠.

그러나 저는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올해 봄에 4년제 대학교에 편입해서 '전문대 출신'이란 꼬리표를 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공도 토목에서 경영으로 바꾸었습니다.

워낙 이리 저리 많은 실패를 거듭했고, 사람들에게 많은 욕을 먹었고, 많이 맞아가면서 성장했지만, 제가 인생의 무대에서 무너지기엔 25세의 나이가 너무 아깝습니다. 어떻게든 성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저의 인생처럼' 시련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건설업이 '나라의 국력이자 자랑'으로 다시 우뚝 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pulse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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