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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째 쓰레기 줍는 '황샘' 할아버지

영광군·읍 황샘길 '이병기' 옹, 86세에도 정정

등록|2008.11.06 17:48 수정|2008.11.06 17:48
지난 6년간 주민들이 버린 담배꽁초부터 각종 쓰레기들을 주우며 깨끗한 거리를 만들어온 영광읍 이병기 할아버지를 최근 만났다. 그는 크고 작은 잘못에 엄한 타이름보다는 모범으로 깨닫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이병기 할아버지영광군 영광읍 황샘길에서 쓰레기를 줍고있는 이병기 할아버지 ⓒ 채종진

어둑어둑한 새벽 6시 30분경, 영광군 영광읍 군농협 뒤편 '황샘길' 주변엔 어김없이 볼 수 있는 녹색조끼 할아버지가 있다.

한손엔 자그마한 고무통, 다른 손엔 철제 집게를 들고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거나 껌을 떼어낸다.

그렇게 2시간이 넘도록 주변 청소를 마친 그는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진다. 이러기를 7년째, 주변에서는 그를 '황샘길 할아버지'라 부른다.

하지만 황샘길 할아버지가 백발이 성성한 머리에 작은 체구, 86세 이병기 할아버지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적다.

할아버지가 청소를 시작한 것은 아침마다 운동 삼아 타던 자전거에서 떨어져 다친 뒤부터다. 그래서 가벼운 운동 겸 집 앞 황샘거리의 쓰레기 줍기를 시작했다.

남들이 버린 담배꽁초나 휴지 등을 줍는 것은 기본이며 바닥에 붙은 껌도 떼어낸다. 심지어는 개똥까지 처리한다. 3년 전부터는 농협군지부 주변까지 청소 범위를 2배 넘게 넓혔다. 아침마다 2시간에서 2시간 30분 가량을 거리 청소를 하며 7년간이나 이어왔다.

▲ 이병기 할아버지가 휴지줍기 철학을 말하고 있다. ⓒ 채종진

이뿐이 아니다. 할아버지는 서울에서 생활할 때도 똑같은 일을 했다. 근 40여 년간 쓰레기 줍기를 해온 셈이다. 영광에 내려올 때는 청소용 집게를 사서 주변 상인들에게 나줘 주며 뒷일을 부탁할 정도였다.

할아버지는 이로 인해 노인의 날 전남도지사 표창패를 받았고, 서울에 있을 때는 광진구청장 표창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런 모두는 공명심을 알린 부끄러운 일에 불과하다며 손사래다.

대신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운동과 결합한 자신만의 휴지수거 기본 철학을 말한다. 그는 건강을 위해서는 많이 움직이며 환경에 봉사하라고 말한다.

또한 자라나는 학생들과 양식 있는 성인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시범을 강조한다. 80 넘은 노인이 길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줍는 모습을 보고는 그 곳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를 하다 요주의 지역에는 아예 자그마한 그릇을 가져다 놓고 지정장소를 마련하기도 했다.

▲ 황샘 할아버지가 수상한 표창장과 좌우명 ⓒ 채종진


그렇게 황샘거리에서 할아버지의 7년간 노력은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황샘거리는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찾기 어려워졌다. 읍내 어느 거리와 비교해도 깨끗할 정도다. 주변 성인들조차 할아버지의 노력에 버렸던 꽁초를 다시 주워 담거나 할아버지가 놓아둔 작은 그릇을 찾아간다고 한다.

이는 깨끗해진 도로 뿐 아니라 할아버지가 바라던 시범으로 깨우친다는 기본 철학의 성과다. 할아버지는 "누구나 크고 작은 잘못을 하지만 이를 엄하게 나무라는 것 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모범적인 사례를 통해 마음을 깨우쳐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자식들에게도 '바른 일을 하면 무서워할 것이 없고, 드러나지 않는 사실은 없으니 나쁜 일은 하지 말라'는 뜻을 좌우명으로 가르쳐 왔다.

▲ 이병기 할아버지가 생활하는 황샘길에있는 집 ⓒ 채종진


이병기 할아버지는 고창군 대산면 해룡리 태생으로 영광초등학교(29회)를 졸업했으며 34년간 서울에서 부동산업을 뒤로하고 영광에 자리 잡은 지 7년째 7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과거 제 2대 면의원 부의장 경력과 군대에서는 종군기자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부인 표맹임(79)씨와 영광읍 도동리 황샘길에서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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