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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스님 10여명, 이런 절이 있었네

향적산 '무상사', 모든 건물 콘크리트로 지어 화재에도 끄떡 없어

등록|2008.11.07 18:24 수정|2008.11.08 12:32

무상사외국인 스님들이 있어 더욱 유명해진 계룡시 향적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무상사 전경. 무상사는 대웅전과 선원동, 요사채의 세개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 김동이


"와~ 산사(山寺)와 울긋불긋 단풍이 제법 잘 어울리네요."

감탄이 절로 나왔다.

6일. 계룡시 향적산의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즈음 향적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외국인 스님들이 많기로 유명한 '무상사(無上寺)'라는 절을 찾았다.

무상사 주지 대진스님 ⓒ 무상사 홈페이지

무상사는 10여년 전인 1998년 향적산 자락에 터를 잡고 공사를 시작하여 2000년 3월에 창건된 절로, 이 절이 특히 유명한 것은 무상사 주지인 '대진(전에는 무심이라고 불림) 스님'을 비롯해 외국인 스님들이 10여분 기거하는 등 외국인 스님들이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무상사 홈페이지에는 이 사찰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2000년 3월에 창건된 무상사는 오랜 역사와 강한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의 선에 관심 있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쉽게 배우고 수행할 수 있는 국제적인 선원입니다. 5년의 기간 동안 계룡산의 여러 곳을 주의 깊게 둘러보신 숭산큰스님께서는 마침내 1998년 말, 현재의 장소를 선택하셨습니다. 국사봉 정맥이 바로 아래에 위치하며, 오래 전부터 무학대사가 800명의 위대한 선사나 국사가 배출된다고 예언하였던 바로 그곳입니다. 무상사는 대웅전, 선원동, 요사채 세 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하략)"

▲ 산사의 가을단풍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여스님의 모습. ⓒ 김동이


산사를 찾은 이날 사찰 입구에는 참선 수행중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어 조심스럽게 차에서 내려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산사의 가을 풍경을 관람했다. 아름다운 가을 단풍과 산사의 풍경을 카메라에 열심히 담고 있는 여스님의 모습도 보였다. 특히, 산사 처마 밑에 매달려있는 풍경이 가을바람에 휘날리며 '댕, 댕' 하고 소리를 낼 때면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사색에 젖곤 했다.

무상사의 단풍단풍과 선원동 건물이 제법 잘 어울린다. ⓒ 김동이


비록 참선 수행으로 인해 내부를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무상사에 기거하는 어떤 분의 안내로 사찰의 이곳저곳을 둘러봤으며, 특히 무상사를 짓기까지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도 들어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무상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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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무상사의 가을풍경산사의 적막을 깨는 풍경소리와 산사 주변의 가을단풍이 제법 잘 어울린다. 외국인 스님 10여분이 기거하는 무상사는 목조가 아닌 콘크리트 건물로 지어졌다고 안내인은 전한다. 산사와 제법 잘 어울리게 물든 가을단풍을 감상해보자. ⓒ 김동이


안내인은 지난 1998년 현재의 부지에 사찰을 짓기로 결정한 뒤 부지 매입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이야기와 함께 대웅전, 선원동, 요사채의 세 개 건물의 비밀에 대해서 귀띔해 주었다.

다른 많은 사찰들이 그러했듯이 대게 사찰은 목조건물로 지어져 있어 과거 수많은 외세의 침략으로 인해 많은 사찰이 불에 타 없어지는 등의 수난을 겪기도 했다. 나와 함께 이날 무상사를 찾은 일행과 함께 사찰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누가 보아도 목조건물로 보였다.

하지만, 안내인은 무상사 건물 세 채가 모두 철골구조로 되어 있고, 특히나 지붕 밑으로 뻗어 나와 있는 둥근 모양의 틀도 나무가 아닌 주물로 만든 콘크리트 틀이라고 말해주었다.

▲ 무상사 대웅전 ⓒ 김동이


"이 모든 건물이 나무로 지은 게 아니라 콘크리트로 지은 거라구요?"
"네. 저 밑에 가면 아직까지 그때 썼던 틀도 남아있어요."
"대단하네요. 단청도 아주 잘 그려진 것 같구요. 다 짓는 데 얼마나 걸렸나요?"
"3년 정도요. 건물 한 채마다 1년씩 걸린 셈이죠. 그런데 아직도 진행중이라 언제 끝날지 몰라요. 조금씩 보수하고 있으니까요. 계룡시와 협조해서 주차장 부지도 확보할 예정이고, 농어촌 도로도 절 바로 앞에까지 확장하기로 얘기가 다 됐어요."

"건물을 받치고 있는 주춧돌이 검은색을 띠며 마치 오랜 세월을 견뎌온 것처럼 보이는데요?"
"예. 그 돌은 오석이라고 충남 보령에서 공수해 온 것들이죠. 그런데 돌을 축조하는 데 아주 오랜 시일이 걸렸죠."
"왜요?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
"본래 돌은 널찍하게 깔아야 무너지지 않고 튼튼하게 쌓을 수 있는데, 애초에 돌을 쌓을 때 세워서 깔았었어요. 그런데 1년도 채 안돼서 무너져 다시 쌓은 겁니다. 두 번 일한 셈이죠."


안내인은 이런 말을 전하며 잠시 공사를 하면서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리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무상사는 안내인의 말처럼 목조건물이 아닌 전부가 콘크리트 건물이고, 축대를 쌓은 주춧돌이 오석이어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기품을 풍기고 있다는 점을 비밀로 간직하고 있었다.

앞으로 아이들을 위한 영어교실도 열 계획

무상사 대웅전대웅전 처마와 처마에 매달린 풍경, 그리고 가을 단풍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 김동이


산사 외부를 돌며 안내인으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덧 처음 출발했던 무상사의 입구에 다다랐다. 안내인에게 안내를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나려는데 안내인이 연락처를 남겨줄 것을 부탁해 입구에 위치해 있는 안내실로 갔다.

그곳에는 외국 스님 두 분이 책을 읽고 있었고, 보살님 한 분이 연락처를 기재해 달라며 펜을 건넸다. 연락처를 남기고 안내실을 나와 산사를 떠나려는데 안내인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저희 사찰에서는 외국인 스님들이 많아서 앞으로 아이들을 위한 영어교실도 열 계획입니다. 주지스님께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멀지 않은 시일 내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요?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네요. 신도들한테도 영어를 가르치면 좋을 텐데요."
"아직까지는 신도들이 그리 많지 않아서요."


▲ 탑속에 있는 동자승의 모습이 이채롭다. ⓒ 김동이


신도가 늘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며 한참 동안 일행들을 안내해 준 안내인과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산사를 빠져나오면서 다시 한 번 뒤를 돌아 산사를 바라보았다.

고즈넉해 보이는 산사의 가을풍경은 아름다웠지만 왠지 '신도가 많지 않아 아쉬움이 많다'는 안내인의 마지막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무상사 스님들이 앞으로 포부도 많고 포교활동에 열심이니 언젠가는 신도들이 많이 늘어 이들의 근심걱정도 사라지리라 생각하며 산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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