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향기에 가을도 취하겠네
2008대한민국국향대전, 깊어가는 가을 추억도 차곡차곡
▲ 슬비와 예슬이가 형형색색으로 물든 국화에 푹 빠져 마음 속까지 물들이고 있다. ⓒ 이돈삼
형형색색으로 물든 국화가 한 폭의 대형 수채화를 그렸다. 꽃의 아름다움에 반한 아이들이 그 그림 속을 헤집고 다니며 즐거워한다. 금세 마음 속까지 색색으로 물들어간다. 꿀을 모으는 벌들도 그 향기에 푹 빠져든다.
국화 들녘을 찾은 관광객들도 꽃의 자태와 향기에 취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그 소리만큼 가을의 낭만이 짙어간다. 가족 간의 사랑도 깊이를 더해간다. 사람도 국화꽃 물결에 젖어들고 가을도 국향에 취해만 간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국향대전은 '나비대축제'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전라남도 함평에 있는 함평자연생태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함평자연생태공원은 서해안고속국도 함평나들목에서 영광 방면으로 5㎞ 거리에 있다.
▲ 드넓은 국화들녘. '국화평야'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 이돈삼
국화들녘부터 압권이다. 수십 가지 국화가 활짝 펴 국향을 뿜어낸다. 규모가 자그마치 9만3000㎡에 이른다. 흡사 국화물결 일렁이는 '국화평야' 같다. 다소곳한 자태의 하얀색은 물론 노랑, 빨강, 주황, 분홍 등 형형색색의 국화가 수채화 빛으로 가을의 정취를 한껏 뽐내고 있다.
관광객들은 꽃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며 국향에 흠뻑 젖는다. 한켠에선 국화꽃 따기 체험도 한다. 꽃차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식용국화들이다. 국향대전의 품격을 높여주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생태공원으로 들어가는 길 양쪽에는 국화로 만리장성을 만들어 놓았다. 그 길이가 400m를 넘는다. 가로 29.7m, 높이 7.1m의 마법의 성을 비롯 높이 6m의 첨성대와 에펠탑, 높이 3m의 피사의 사탑 그리고 피라미드, 거북선 등 세계 유명 건축물의 형상을 한 대형 기획작품이 곳곳에 배치돼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그것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국화로 다시 태어난 숭례문. '2008대한민국국향대전'의 히트작이다. ⓒ 이돈삼
▲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등장한 오바마 포토존. 슬비와 예슬이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 이돈삼
특히 지난 2월 화재로 타버린 국보1호 숭례문을 실제 모습의 2분의 1 크기로 재현한 국화조형물은 많은 사람들의 애틋한 시선을 끈다. 관람객들은 국화로 다시 태어난 숭례문을 돌아보며 다시 한번 문화재 보호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미국의 새 대통령 당선자인 오바마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순발력 있게 만들어 놓았다.
여러 군데 전시관도 황홀경이다. 국화작품 전시관에는 줄기가 뿌리보다 낮게 처지도록 가꾼 현애대작과 원형의 다륜대작, 서 있는 입국 다간작, 복조작 등 관람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국화작품만도 700여 점을 웃돈다는 게 함평군의 설명이다.
전국의 국화동호회원들이 애지중지 가꾼 국화분재와 목부작, 곤충모형 작품으로 가득하다. 각양각색의 국화분재가 화려하면서도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각양각색의 국화분재가 화려하면서도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이돈삼
▲ 국화작품으로 표현한 우리나라 역사지도. 단순한 국화전시가 아닌 아이들의 학습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 이돈삼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우리나라 역사를 국화작품 지도로 배우는 국화 한국사도 40여 점이 연출돼 있다. 옛 고구려의 영토가 그렇게 넓었는지, 마한세력은 어느 시대에 어느 나라와 함께 살았는지 금세 알 수 있다.
국향대전에는 고향의 향수를 듬뿍 담아갈 수 있는 체험거리도 넉넉하다. 수수깡을 이용한 공작물 만들기, 절구방아 찧기, 널뛰기, 투호놀이 등등. 밤·고구마 구워먹기, 콩 볶아먹기 등 토속적인 가을 먹거리를 맛보는 이색적인 체험코너도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밤과 고구마 구워먹기 체험이 인기를 더하고 있다.
살아있는 나비와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등과 함께 귀뚜라미, 메뚜기, 사마귀 등 가을곤충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나비·곤충표본전시관은 덤이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나비·곤충모형 관광열차도 운행된다. '2008대한민국국향대전'은 23일까지 계속된다.
▲ 체험은 언제나 즐겁다. 슬비와 예슬이가 다듬이질과 지게질, 멧돌돌리기 등을 체험해 보고 있다. ⓒ 이돈삼
국화축제는 영암 왕인박사유적지와 진도 첨찰산 쌍계사에서도 열리고 있다. 국립공원 월출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2008왕인국화축제'는 지난달 29일 군서면 왕인박사유적지에서 시작, 오는 16일까지 계속된다.
기린 등 동물과 팔각정 모형작품을 비롯 현애작, 다륜대작, 옥국, 분재국, 동호회원 출품작 등 6만2000여점이 선보인다. 가수 안치환 등이 출연하는 국향콘서트도 마련된다. 국화차시음·판매장도 설치 운영된다.
운림산방과 어깨를 맞대고 있는 쌍계사 국화대축제도 오는 28일까지 계속된다. 대국 300여점, 현애작 100여점, 분재국 100여점이 사찰 대웅전 앞에 만발해 있다. 진돗개와 석탑을 형상화한 형상국도 볼거리다. 소원등 달기, 전통등 전시, 전통차 시음 그리고 가을 정취에 어울리는 산사음악회 등이 마련된다.
▲ 은은한 국향은 영암 왕인박사유적지에서도 느낄 수 있다. 유적지와 어우러진 국화가 고풍스런 느낌까지 선사한다. ⓒ 이돈삼
▲ 첨찰산 쌍계사와 어우러진 국화. 수도승 같은 기품이 느껴진다. ⓒ 이돈삼
▲ 안팎에서 옥죄는 금융위기에 지쳐만 가는 몸과 마음을 국화가 위로해 주는 것 같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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