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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입혀 하늘나라로 보냈습니다"

선천성심장병 앓던 이영준군 끝내 하늘나라로 ... 10일 창원대방중 추모제 열려

등록|2008.11.10 21:20 수정|2008.11.10 21:20

▲ 선천성심장병을 앓다 지난 8일 사망한 고 이영준군의 추모제가 10일 오후 창원대방중학교 교실에서 열렸다. ⓒ 윤성효



"교복을 입혀 보냈습니다. 명찰도 달았습니다. 영준이는 앞으로 영원한 대방중학교 학생입니다."

10일 오후 4시30분 창원대방중학교 1-6반 교실. 선천성심장병(무심실기식증)을 앓다 지난 8일 하늘나라로 간 이영준(14)군의 어머니가 아들이 공부했던 교실을 찾아 아들 친구들 앞에서 "여러분은 건강해야 됩니다"고 당부하며 눈물을 쏟았다.

영준이는 대방중 학생과 교사,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많은 격려와 응원을 가슴에 안고 지난 8일 서울대병원 중환자실 격리4방에서 눈을 감았다. 선천성심장병을 앓았던 영준이는 지난 8월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뒤 끝내 교실로 돌아오지 못했다.

영준이의 안타까운 소식은 지난 10월 31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알려진 뒤 생명나눔재단이 1000만원을 긴급지원한 뒤 모금운동을 벌였다. 창원대방중학교는 성금 1860만원을 모아 지난 3일 영준이 어머니께 전달하기도 했다.

선천성심장병 전문사이트 키드(www.kidheart.com) 홈페이지에는 영준이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기도 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격려의 편지를 써서 영준이 어머니께 전달하기도 했다.

▲ 선천성심장병을 앓다 지난 8일 하늘나라로 간 고 이영준군의 부모들은 10일 오후 아들이 다녔던 창원대방중학교 1-6반 교실을 찾아 간단한 추모제를 열었다. ⓒ 윤성효



영준이 부모들은 장례를 치른 뒤, 10일 오후 4시 30분경 아들의 영정을 들고 대방중학교를 찾았다. 이날 아침 전교생이 고인에 대한 묵념을 했다.

영준이가 앉아 공부했던 책걸상에는 이날 주인을 대신해서 영정과 조화가 놓여 있었다. 친구들과 교사들은 울음바다 속에 간단한 추모제를 열었다. 학생 대표가 "아침에도 묵념을 했지만 한번 더 묵념하자"고 말했다.

영준이 어머니는 담임교사를 부둥켜 안으면서 "선생님, 영준이 교복 입혀서 보냈어요. 명찰도 달아 주었구요. 영준이는 영원히 대방중 학생입니다"고 말했다.

영준이 어머니는 "지난 봄에 영준이 수업을 보기 위해 이 교실에 왔던 기억이 난다"면서 "영준이는 학교 가는 게 재미있다고 했으며, 지난 추석 때도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많은 분들이 격려와 응원을 하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영준이한테도 기적이 일어나는 줄 알았습니다. 오늘은 날씨도 좋고 단풍도 들었습니다. 이제 영준이는 하고 싶어 했던 축구도 할 것이고, 피도 안 흘릴 것입니다. 그동안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은 건강하십시오."

영준이 아빠는 "여러분은 모든 일 열심히 하고, 건강을 챙기면서 영준이를 생각해 주었으면 합니다"면서 "정말 감사합니다"고 인사했다.

어머니 "영준이 동생을 꼭 대방중학교에 입학시키겠다"

영준이 부모들은 교장실로 자리를 옮겨 인사했다. 배춘기 교장은 "지난 토요일 이야기를 듣고 가족과 같은 심정이다"며 "지역 여론까지 나서서 한 생명을 살려보자고 해서 기적이 일어나는 줄 알았는데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배 교장은 영준이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진 뒤 창원 (주)HNT 김열규 대표이사가 맡긴 500만원과 학교 앞 서점에서 맡긴 30만원을 대신해서 영준이 어머니께 전달했다.

영준이 어머니는 "정말 고맙습니다. 영준이 동생을 키워 꼭 대방중학교에 입학시키겠습니다"고 인사했다. 영준이 담임 교사는 "영준이의 소식을 듣고 모두 슬퍼하고 있다"면서 "영준이는 좋은 곳으로 갔을 것이며, 부모님께서 빨리 힘을 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묵념. ⓒ 윤성효


▲ 묵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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