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세월도 닳으면 우뚝 솟은 기둥으로 남을까?

'천연기념물 제443호' 제주도 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

등록|2008.11.11 10:27 수정|2008.11.11 10:27

▲ 제주도 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 ⓒ 서종규


▲ 제주도 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 ⓒ 서종규


제주도에 늘 그리운 곳이 몇 군데 있다. 언제나 찾고 싶은 한라산 백록담이 그립고, 바다 가운데 우뚝 박혀 무한한 상상력과 그리움을 자아내는 성산 일출봉, 그리고 바다 끝까지 밀어내는 그리움이 바람에 붙잡혀 되돌아오는 마라도, 그리고 군데군데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늘 그립게 만드는 오름들.

수많은 해식애 중에서 중문·대포 해안 주상절리대도 그립다. 세월도 닳아지면 우뚝 솟은 기둥으로 남을까? 바다에 그대로 박혀 병풍처럼 쳐 있는 수많은 바위 기둥들, 파도의 끝없는 애무에 몸을 맡긴 육각 기둥들이 우두커니 서서 다시 파도를 기다린다. 몸은 시커멓게 변했지만 천만년의 그리움은 그대로 파도 되어 세상 끝까지 퍼져갈까?

11월 5일(수) 오전 11시, 그 자리에 서 있는 자체로도 가슴 두근거려지는 제주도 중문·대포 해안 주상절리대를 찾았다. 이 주상절리대는 두 곳에서 접근할 수 있다. 한 곳은 중문동 주상절리대 매표소가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는 주상절리대를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 또 한 곳은 배를 타고 가서 바다에서 볼 수 있다.

돌고래쇼로 널리 알려진 퍼시픽랜드에 가서 상그릴라호라는 요트를 탔다. 유럽형 초호화 요트투어를 자랑하는 이 배의 요금은 조금 비싸지만 승무원들의 깔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특히 바다로 가서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주상절리에 부서지는 파도며, 기기묘묘하게 솟구쳐 있는 바위기둥들을 수면의 눈높이에서 바라 볼 수 있다.

▲ 제주도 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 ⓒ 서종규


▲ 제주도 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 ⓒ 서종규


▲ 제주도 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 ⓒ 서종규


배가 주상절리에 가까이 다가가기 전 멀리서 보니 돌로 된 울타리가 병풍처럼 바다를 에워싸고 있는 느낌을 준다. 돌울타리는 여러 개의 바위기둥을 수직으로 바다에 박아 놓은 듯하다. 돌울타리에 잔잔한 파도가 찾아가 부서지곤 하니, 하얀 포말이 발끝에서 부서진다. 해안선을 따라 박힌 돌 울타리들이 천연의 요새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까이 다가니 주상절리는 잔잔한 파도를 그대로 감싸 안으며 바다 깊숙이 박혀 있다. 수많은 기둥들이 묶음이 되어 물 위에 서 있다. 사각형인지 오각형인지 벌집처럼 형상화된 주상절리의 기묘함이 그대로 바다 위에 떠 있다. 무등산 서석대나 입석대의 위용과는 또 다른 바다 위의 장관을 드러내고 있다.

'절리'라는 말은 암석에 발달한 갈라진 면을 말하고, '주상절리'라는 것은 주로 현무암질 용암류에 형성되는 기둥 모양의 평형한 절리로서 고온의 용암이 급격히 냉각되는 과정에서 수축작용에 의하여 생겨난 틈을 말한다고 한다. 위에서 보면 4-6면체의 다각형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곳 57,265㎡가  2005년 1월에 천연기념물 제443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옛날에는 옛이름인 '지삿개'를 살려 '지삿개 바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주상절리로 통한다. 이곳의 주상절리는 최대 25m에 달하는 수많은 기둥모양의 암석들이 해안선을 따라 2km 정도 규칙적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조물주가 다듬어 놓은 듯 정교하게 겹겹이 쌓은 검정 육모꼴의 돌기둥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주상절리대, 세월의 흔적과 자연의 위대함, 조물주의 기기묘묘한 솜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천혜의 절경이다. 아득한 옛날 화산폭발과 용암의 분출 등 지각변동으로 인해 생긴 주상절리대를 보고 어느 석수장이의 애절한 사연이 그대로 전설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잠깐 동안의 요트 유람은 끝났다.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었던 벅찬 감동을 잔잔한 파도에 띄워놓고 물러났다. 융숭한 대접까지 받은 초호와 요트의 유람으로 신선이 된 것 같은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다. 날이 저물 때까지 그 배에 몸을 실어 주상절리를 하나하나 어루만지고 싶은 욕망을 뒤로 한 채 조용히 육지에 발을 디뎠다.

▲ 제주도 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 ⓒ 서종규


▲ 제주도 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 ⓒ 서종규


▲ 제주도 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 ⓒ 서종규


차를 타고 육지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으로 갔다. 제주컨벤션센타 옆에 전망대로 가는 길이 있다. 물론 입장료를 내야만 하지만 바다에서 보았던 주상절리의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하고 급하게 달려갔다. 때마침 이곳은 수학여행을 온 많은 학생들로 붐볐다.

주상절리대 바로 위에 세워진 전망대는 바위기둥 위에 있다. 묶음으로 묶어 놓은 바위기둥 다발을 밟고 있는 느낌이다. 우뚝 솟은 기둥들의 느낌, 천년의 세월이 그대로 발끝에 전해져 온다. 그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데, 자연은 그대로 자연이어야 한다는 속삭임 같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바위는 벌집 모양의 다각형 모습이 선명하다. 그 속에서 금방 벌이라도 한 마리 날갯짓을 할 것 같다. 파도에 씻기듯 하얀 포말이 부서지는 가운데 다각형의 모양은 조물주의 신기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돌이 저렇게 각을 이루며 기둥처럼 박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전망대에서 나와 서쪽으로 쭉 난간이 쳐져 있다. 수직으로 서 있는 많은 돌기둥들이 각도가 달라지자 새롭게 변한다. 솟구치는 용트림 모양으로 보이기도 하고, 땅에 박아 놓은 수많은 말뚝으로 보이기도 한다. 가끔은 소나무에 가려 검은 이무기로 보이기도 하고, 톱니바퀴처럼 맴돌기도 한다.

제주도에 대한 기사가 많지만, 이곳 주상절리대만큼은 꼭 사람들에게 다시 알리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오름에 대한 기사를 읽을 때마다 오랜 지기처럼 느껴졌던 제주도의 시민기자 한 사람을 만난 반가움처럼 주상절리대가 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 제주도 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 ⓒ 서종규



▲ 제주도 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 ⓒ 서종규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