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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봉지에 라면봉지...컵 회수대 안보이나요

[1회용컵을 모아라①] 1회용컵 회수대 설치된 송파구를 둘러보다

등록|2008.11.15 11:27 수정|2008.11.15 11:27

▲ 무심코 버리는 1회용컵. 모두 자원낭비다. ⓒ 김대홍


무심코 마시고 버리는 1회용컵. 이 컵들이 그대로 버려지면서 생기는 자원 낭비가 심각하다.

게다가 지난 3월 20일,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전문점에서 고객이 1회용 컵을 이용한 뒤 다시 가져오면 50-100원을 돌려주는 '컵 보증금 제도'가 폐지됐다. 이후 1회용 컵이 쓰레기통 주변, 지하철역 입구, 빌딩주변 등에 버려지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1회용 컵 수거체계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송파구(구청장, 김영순)이 (사)자원순환사회연대, 강동송파환경연합과 함께 10월 29일부터 1회용컵 수거 시범사업을 실시한 것은 이런 점을 깊이 느껴서다. 그동안 서울시 몇 곳에 종이컵 회수대를 설치하긴 했지만, 쓰레기통으로 전락하면서 쓸쓸히 철거해야만 했다.

과거 경험을 토대로 이번엔 꼼꼼하게 작전을 세웠다. 우선 잠실역, 신천역, 성내역, 방이동, 올림픽공원 주변 지역 등 회수대 70여개를 설치했다. 관리인원을 지정해 매일 한 번씩 회수대를 돌면서 분리 배출된 1회용 컵을 회수한다. 회수한 1회용 컵은 사회적 기업인 (주)에코그린에 위탁 판매하면서 역할 나누기를 분명히 했다.

사람들 관심을 끌기 위해 29일 오전 10시 잠실역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서 '1회용 컵 수거 시범사업' 발대식 및 캠페인을 가졌다. "1회용 컵으로 한반도가 숨이 막힙니다"라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고자 했다.

1회용컵 수거 선포식 1회용 컵 수거 선포식 및 탄소 줄이기 켐페인 및 퍼포먼스 ⓒ 양동정


내가 사는 곳이 송파구다. 서울에서 처음 벌어지는 이번 캠페인에 대해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사업이 시작된 지 열흘이 조금 지난 11월 9일 저녁 7시경 1시간 정도 회수대가 설치된 잠실역과 성내역 주변을 둘러봤다.

시간이 늦어서인지 1시간 동안 회수대를 이용하는 사람은 한 명도 못봤다. 잠실역과 성내역 모두 회수대 속 내용물이 많이 없다. 아직 회수대 제도가 익숙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내역 1회용컵 회수대성내역에 설치되 1회용 컵 회수대에는 비닐로 된 과자 봉지가 들어가 있기도 하다. ⓒ 양동정


예상은 했지만, 상태가 좋지는 않다. 성내역 수거대 플라스틱 컵 넣는 곳에 비닐로 된 과자봉지가 들어있다. 라면봉지도 보인다. 남은 음료수를 쏟지 않은 상태로 수거함에 넣은 것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남은 음료가 통 안에 쏟아져 나머지 것들까지 모두 재활용 불가 상태로 만들어버린다. 안넣으니만 못하다.

사람들이 회수대에 적힌 분류 문구를 제대로 읽지 않은 듯하다. 첫 시행하는 것이니만큼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성내역처럼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에는 안내문구를 설치하면 좋겠다. 글자 수는 20-30자 정도로 10여초 정도에 읽을 수 있는 게 적당하리라 본다.

잠실역의 1회용 컵 회수대분리수거가 제대로 된 잠실역의 회수대 ⓒ 양동정


잠실역 3개소는 성내역에 비해 상태가 좋았다. 분리 투입이 제대로 이뤄져 있다. 잠실역은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젊은층 참여가 생각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다행인 것은 두 곳 다 깨끗하다는 점이다. 침이 떨어져 있거나, 껌 등 눈살 찌푸리게 하는 쓰레기들이 없다. 회수대 주변에 거의 재활용통과 재떨이가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직까지 성과를 논하긴 그렇다. 지자체 차원에서 거리 1회용컵 수거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 도입된 제도가 쉽게 뿌리내릴 수 있을 만큼 사람 습관이 쉽게 바뀌진 않는다. 의미있는 제도니만큼 홍보와 교육에 초점을 두고 꾸준히 시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파구에서 성공하면 서울시 및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하니, 송파구민들과 이곳을 이용하는 서울시민들이 책임감을 갖고 참여해줬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양동정 기자는 송파 1동 동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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