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페라에 쉽게 빠져들게 하는 길잡이

허영한의 〈오페라에 빠지다〉를 읽고서

등록|2008.11.11 14:19 수정|2008.11.11 14:19

책 겉그림허영한의 〈오페라에 빠지다〉 ⓒ 아이세움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오페라는 쉽지 않는 분야다. 그들은 오페라보다는 힙합이라는 대중음악이 더 친숙하다. 오페라가 우리 노래보다는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 외국 노래들이 대부분이고, 현대극으로 연출한다 할지라도 고전극이 그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은 적잖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허영한의 〈오페라에 빠지다〉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오페라에 쉽게 젖어들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한다. 오페라의 언어나 노래가 외국말로 된 것이라 할지라도 거기에는 아름다운 선율 자체가 있고, 이전과 달리 무대 양 옆에 설치한 스크린을 통해 번역된 가사를 볼 수 있어서 외화를 보는 듯 다른 묘미도 있다고 한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이다. 여기에는 작곡가와 연출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성악가와 발레, 음향과 조명 등 모든 부분들이 녹아들어가는 합작품이다. 이 책에서는 무대 위에 선 배우들의 음역과 음색을 오페라 감상의 기초로 삼고 있다. 달리 말하면 극 중 소프라노를 맡은 여자 주인공을 '프리마 돈나'(prima donna)라고 일컫는 것이나, 여성이 소년 역을 맡는 경우를 일컬어 '바지역'이라고 한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한편 판소리의 '아니리'에 해당하는 것이 오페라의 '레치타티보'이며, '창'에 해당하는 부분이 '아리아'라고 한다. '레치타티보'가 극적 상황을 관객들에게 전달해 준다면, '아리아'는 주인공의 감정 표현에 치중한다고 한다. 당연히 '레치타티보'는 산문풍이고, '아리아'는 시에 가깝다고 한다. 그 유명한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백작부인의 노래나 실연당한 젊은 아가씨의 노래가 아리아이다.

오페라에도 독창과 중창과 합창이 있단다. 독창을 흔히 '혼자 노래하기'라고 하는데, 그것이 오페라의 꽃임에는 틀림없고, 아리아를 그렇게 부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주목받는 성악가가 그것을 소화해낼 것이다. 중창은 노래하는 사람의 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한꺼번에 처음부터 합창하듯 하지 않고 서서히 가세한다고 한다.

합창은 독창이나 중창과 달리 그 자체로 훌륭한 볼거리일 것이다. 합창이 극 전체의 진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웅장한 음악과 함께 오페라의 화려함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종종 오페라의 시작과 끝을 합창으로 장식한다고 하는데, 비제의 〈카르멘〉은 합창으로 시작하는 대표적인 오페라라고 한다.

"베르디의 〈나부코〉에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이탈리아에서 국가(國歌)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2막의 '대장간의 합창'과 3막에 나오는 '군인들의 합창'은 널리 알려진 합창곡이다. 특이한 합창으로는 푸치니의 '나비부인'에서 합창단이 무대에 등장하지 않고 노래하는 '허밍 코러스'가 있다."(33쪽)

이 책의 3장에는 오페라에 친숙하게 빠져들 수 있도록 명작 오페라 10편의 감상부분과 함께 명곡 17편을 부록 CD로 담고 있다. 청춘남녀의 사랑을 다룬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어떠한 사회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표현한 앙리 뮈르제의 지아코모 푸치니의 〈라 보엠〉, 남녀노소와 국적을 불문하고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으로서 모든 곡들이 관객들의 귀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 〈마술피리〉등이 그것이다.

그 밖에도 〈나비부인〉과 〈투란도트〉는 서양인들이 동양을 소재로 한 오페라 중에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고 한다. 〈나비부인〉이 일본을 배경으로 하였다면 〈투란도트〉는 중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란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은 모두 이탈리아의 작곡가 푸치니가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는 없는 것일까? 바로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한 메노티가 작곡한 것이 유일한데, 메노티는 서울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시집가는 날(The Wedding)〉을 만들었다고 한다. 물론 그것은 오영진의 〈맹진사 댁 경사〉(1942)를 각색한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오페라에 쉽게 빠져들 수 있도록 한 이 책은 그들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이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알뜰하게 써 놓았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오페라가 대중화되지 못한 점이 아쉬울 뿐인데, 이는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는 이해력의 부족도 없지 않겠지만 그것의 관람료 또한 값비싼 이유도 있지 않을까 싶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