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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보고서, 왜 <중앙일보>만 다르지?

[경제보도 비평] 대다수 언론은 재건축 수익성을 의심하는데...

등록|2008.11.11 20:04 수정|2008.11.12 01:24

▲ 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에 있는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이곳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재건축 완화 대책으로 난리 났을텐데, 이번엔 좀 조용하다"고 말했다. ⓒ 선대식



"재건축, 별 재미 못 본다" <한겨레>

"재건축 규제 완화에도 '대박' 없을 듯" <연합뉴스>
"재건축 수익성... 실속 없다" <한국경제>

10일과 11일 많은 언론들은 주거환경연구원이 10일 발표한 11·3 '종합대책 재건축사업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이처럼 전했다. 재건축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져 정부가 당초 기대했던 재건축 활성화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유독 <중앙일보>만 다른 시각으로 보고서를 바라봤다. '재건축 용적률 완화로 가구당 부담금 1억 줄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다른 언론의 기사와는 다르게 재건축의 수익성을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왜 하나의 보고서를 두고 서로 다른 기사가 나왔을까?', '왜 유독 <중앙>만 다르게 썼을까?'하는 의문이 따라붙었다.

보고서는 "재건축 활성화에 제약 요인 있다"는 건데...

▲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우선 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자.

주거환경연구원 정책연구실의 김태섭 선임연구위원과 강현귀 연구원이 10일 '11·3 종합대책 재건축사업 경제적 효과'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의 연구 목적은 침체되고 위축된 재건축 시장의 심리적 불안요인 안정화와 재건축 아파트 거래 활성화 등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나와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조합원 공급 400세대, 일반분양 198세대, 임대주택 130세대 등 모두 728세대로 이뤄진 서울의 A재건축사업 신축아파트를 대상으로 임대주택 폐지, 용적률 상향에 따른 조합원 평균 분담금의 변화를 계산한 것이다.

현재 용적률 210%를 기준으로 한다면 재건축에 드는 조합원 평균 분담금은 2억4113만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것으로 전제한 이 아파트의 3.3㎡ 당 분양가격은 1777만~1802만원이다.

이제 재건축 수익성을 분석한 부분을 살펴보자. 우선 첫 번째 시뮬레이션은 임대주택 의무비율 폐지에 따라 임대주택 130세대를 일반분양으로 돌렸을 경우다. 이 경우, 수입 총액이 380억원 증가한다. 조합원들 평균 분담금은 9507만원씩 준 1억4623만원이다.

그렇다면 용적률 상향에 따른 수익성 변화는 어떨까? 용적률을 270%로 올렸을 경우, 조합원 물량 400세대와 함께 일반분양 448세대, 보금자리주택 89세대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모두 400억원의 수익이 창출돼, 조합원 평균 분담금은 1억4137만원이다.

이때의 분담금은 용적률을 그대로 둔 채, 임대주택을 짓지 않았을 때보다 486만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또한 용적률을 최대인 300% 올릴 경우 조합원 분담금은 9823만원으로, 용적률이 270%였을 때보다 분담금이 되레 늘어난다.

이 같은 시뮬레이션 결과는 용적률을 높일수록 재건축의 수익성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보고서는 그 이유로 분양가 상한제를 들었다. 이어 보고서는 "재건축 부담금(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장치)이 상존해 있어 (재건축 활성화에) 제약 요인이 있다"고 밝혔다.

재건축 수익성, <중앙>만 긍정적... 왜?

▲ 4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에서 한 주민이 사다리차를 이용해 이삿짐을 나르고 있다. ⓒ 선대식


보고서의 결론은 보고서의 목적에 맞게 재건축 부담금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를 두고 <한겨레>, <연합뉴스>, <한국경제신문>, <문화일보> 등 대부분의 언론들은 재건축 규제 완화에도 수익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11일 '용적률 상향 효과 제한적' '재건축 앞길 여전히 험난' 등의 부제를 이용하면서 분양값 상한제, 초과이익 환수 영향 등으로 재건축 사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앙>만 달랐다. <중앙>은 재건축 수익성을 많이 떨어뜨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장치 부분을 쏙 뺀 채, "재건축 사업비 부담이 가구당 1억원 가량 줄어든다"며 재건축 사업의 긍정적인 면만 강조했다.

<중앙>의 기사는 주거환경연구원이 시뮬레이션한 3가지 사례 가운데 용적률을 270% 했을 때를 제외한 나머지 사례는 기사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이로써 용적률을 270%→300%로 늘릴 경우, 오히려 사업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내용이 들어갈 수 없었다.

대다수 언론들이 비슷한 시각으로 보는 보고서를 <중앙>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이유는 뭘까? 11·3 대책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중앙>의 보도 태도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중앙>은 5일 경제 섹션 1면을 ;36㎡→99㎡로 … '개포동의 꿈' 무르익는다;는 기사로 채웠다. 재건축 대상인 개포동 주공아파트의 사정을 설명한 뒤, 개포동의 부동산 시장이 11·3 재건축 규제 완화로 활기를 띄고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다른 신문에서는 거래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조선>은 같은 날 <재건축 규제를 완화했지만 시장은 '시큰둥'>이라는 기사를 내놓았다. 매도 희망가가 올랐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일부 언론은 부동산 기득권 세력하고 연계돼 있다"며 "그런 언론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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