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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128) 지도적

― '지도적으로 활동한 사람', '지도적 위치' 다듬기

등록|2008.11.12 21:42 수정|2008.11.12 21:42

ㄱ. 지도적으로 활동한 사람

.. 그 1백 명 가운데는 과학자, 사회봉사자, 문화인, 여성운동가 등 사회 각계에서 지도적으로 활동한 사람으로 차 있는 것 말고는 전혀 정치가는 뽑히지 않았다 ..  《고은-얼마나 나는 들에서 들로 헤매었는가》(웅진출판,1991) 24쪽

 “1백 명(名)”은 “백 사람”으로 다듬어 봅니다. “여성운동가 등(等) 사회 각계(各界)에서”는 “여성운동가처럼 사회에서 두루”나 “여성운동가를 비롯하여 사회 곳곳에서”로 손질합니다. ‘전(全)혀’는 ‘조금도’나 ‘하나도’로 손보고’ ‘활동(活動)한’은 ‘뛰는’이나 ‘애쓰는’이나 ‘힘쓰는’ 들로 손봅니다.

 ┌ 지도적(指導的) : 어떤 목적이나 방향으로 남을 가르쳐 이끌 만한
 │   - 지도적 위치 / 지도적 인사 / 모든 힘 있는 지도적 인물을 빼앗긴 조선 /
 │     지도적인 역할 / 그는 우리 모임에서 지도적인 지위에 있다
 ├ 지도(指導)
 │  (1) 어떤 목적이나 방향으로 남을 가르쳐 이끎
 │   - 지도 편달 / 지도를 맡다 / 지도를 받다 / 선배님의 많은 지도를 바랍니다
 │  (2) = 학습 지도
 │  (3) = 생활 지도
 │
 ├ 지도적으로 활동한 사람
 │→ 앞장서서 뛰는 사람
 │→ 힘차게 일하는 사람
 │→ 다부지게 힘쓰는 사람
 └ …

 이끌어 나가는 무엇을 가리키는 ‘지도 + 적’입니다. 이끄는 사람이라면 ‘지도적 인사’가 될 테고, 이끄는 자리에 있다면 ‘지도적 위치’가 될 테지요. 그러나 생각해 봅니다. 이끄는 사람이니 “이끄는 사람”이라고만 하면 넉넉하지 않을까 하고. 이끄는 사람을 “이끄는 사람”이 아닌 “지도적 인사”라고 적어야 할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끄는 자리에 있는 모습을 “이끄는 자리”가 아닌 “지도적 위치”로 적으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 모든 힘 있는 지도적 인물을 빼앗긴
 │→ 모든 힘 있는 지도자를 빼앗긴
 │→ 모든 힘 있고 앞장서는 어른들을 빼앗긴
 │
 ├ 지도적인 역할 → 앞장서는 노릇
 └ 지도적인 위치에 있다 →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

 이끄는 사람은 뒤에서 이끌지 않습니다. 앞에서 이끌어 나아갑니다. 그래서 “지도적 위치”란 남보다 앞에 서서 이끌어 가는 모습입니다. 토박이말로 ‘앞서다’와 ‘앞장서다’가 이와 같은 모습을 잘 나타내 줍니다.

 앞장서는 사람은 뒤서는 사람보다 여러모로 ‘애쓰고’ ‘힘쓰고’ ‘용쓰고’ ‘기운써야’ 합니다. 이리하여, 앞에서 이끄는 사람을 두고 “여러모로 애쓰는 사람”이라 하거나 “무척 힘쓰는 사람”이라 하거나 “참으로 기운쓰는 사람”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또는, “온몸 바치는 사람”이라 하거나 “온힘 다하는 사람”이라 하거나 “힘차게 일하는 사람”으로 적어 보아도 괜찮습니다.


ㄴ. 지도적 위치

.. 정치인, 경제인, 공무원 등 무릇 지도적 위치에 있는 모든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  《남영신-남영신의 한국어용법 핸드북》(모멘토,2005) 146쪽

 “공무원 등(等)”은 “공무원처럼”이나 “공무원 같은”으로 다듬습니다. ‘위치(位置)’는 ‘자리’나 ‘곳’으로 손봅니다.

 ┌ 지도적 위치에 있는
 │
 │→ 지도자 자리에 있는
 │→ 앞장서는 자리에 있는
 │→ 앞에서 이끄는 자리에 있는
 └ …

 우리 말로 ‘앞장서다’라 말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지도’라는 한자말에 남다른 뜻이나 느낌이 배어 있다고 보는 분이라면, “지도적 위치”가 아닌 ‘지도자’라는 낱말을 쓰면 되지 싶습니다. “그는 지도적 위치에 있습니다”라 하지 말고 “그는 (우리) 지도자입니다”라 하면 된다고 봅니다. 아니면, “그는 지도자 자리에 있습니다”라 하거나 “그는 지도자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 해 줍니다.

 ┌ 남보다 더 애써야 하는 자리
 ├ 누구보다 몸바쳐야 하는 곳
 ├ 기꺼이 온몸 내맡기는 데
 └ …

 앞에 서서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어떤 매무새여야 할까 생각해 봅니다. 앞장서는 사람들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할까 헤아려 봅니다. 얼마만큼 애쓰고, 어떻게 힘써야 하는가를 곱씹어 봅니다. 어느 만큼 마음을 쏟고 어떻게 땀흘려야 하는가를 살펴봅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인이나 경제인이나 공무원이라 한다면, 아무래도 ‘앞장서서 이끄는 사람’이라는 느낌보다 ‘쇠밥그릇 챙기거나 큰힘 휘두르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짙습니다. 낮은자리 사람들한테 몸바치면서 더 힘써야 할 노릇이지만, 정작 이들이 하는 일은 낮은자리 사람을 억누리는 모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고야 맙니다.

 흔히 말하는 ‘사회 지도층’이나 ‘사회 지도 인사’란 얼마나 허울좋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우리들은 ‘지도’가 무엇을 뜻하는 말인 줄 제대로 모르면서 아무렇게나 이런 이름을 붙이고 있지 않나 궁금합니다. ‘이끄는’ 사람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끄는’ 일이란 무엇인지를 집에서고 학교에서고 마을에서고 일터에서고 한 번도 배우지 못하는 가운데 유행에 끌리고 돈에 매이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나 모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적'붙이 말씀씀이를 왜 털어내야 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고, 굳이 이런 말투를 털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 본들 고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말투가 얼마나 쓸 만한지, 또 얼마나 두루 쓰이고 있는지를 살피면서 알맞게 쓸 우리 말을 찾아보면서 자기 글매무새와 말매무새를 다스리는 사람이 드뭅니다. '지도적'이라는 말투도 이와 마찬가지라, 그냥저냥 넘기거나 대충대충 쓰면서 우리 스스로 우리 말투를 어지럽히지 말고, 우리 깜냥껏 알맞게 쓸 말투를 헤아리자는 뜻에서 글 하나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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