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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수능시험 보는 날, 씁쓸한 마음만

학생들이 행복해지는 시험은 없는가

등록|2008.11.13 11:59 수정|2008.11.13 11:59

▲ 박미자 I '촛불시위'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2008 ⓒ 박미자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
자살률만 제일 높은 것이 아니라
사교육비도 제일 높고

교육의 평등권이 무너지니
갈수록 서민들은 더 배우기 힘들고
살기 빠듯해 지고

이젠 지구촌의 관심거리인
인권과 환경문제까지
아시아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손가락질 당하고 있으니

세계 10대 무역국이라는
우리나라 체면이 말이 아니구나

그러니 누가 애를 낳고 싶겠는가
결혼을 하고 싶겠는가
출산율이 바닥인 건 당연하고
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소리 아닌가

정치란 잘 살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인데
서민을 위한 정책은 없고

뉴타운 개발하면서
그나마 서민의 보금자리까지
개발업자들에게 넘겨주려하니
요즘 같아선 정말 살맛이 나겠는가

게다가 남녀평등지수는
세계 100권 밖으로 밀려나고
OECD 국가 중 노인복지는 바닥을 치고

학생들은 교육의 이름으로
고문에 가까운 공부를 강요받고
이런 아이들이 커서
그런 박탈감을 어떻게 달래주려고

혹시 그들이 앙심을 품거나 복수심으로
방화범이라도 되면 어떻게 하려고
언제 사람다운 세상 만드는 교육을 열려나

잘 사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살맛나는 세상을 꿈꾸게 해야지
나만 잘 살고 배터지면 다란 말인가

수능의 높은 점수만 따면 좋은 세상이 오고
인생이 다 보장되는 듯 그렇게 내몰고 있으니  

그런데 세상에 이런 시험이 또 있는가
돈 줄인다고 하루치기 시험으로
한 인생의 운명을 좌우하려 하다니

오늘 듣기시험 때는
하늘 나는 외국비행기까지 통제한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구나

학생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이런 획일적인 일제고사는
일제 때나 통할 법한데

학생들이 무슨 시험 보는 기계인가 동물인가
오직 하나의 잣대로
학생을 평가하는 이 나라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괴롭고 힘들겠는가

이런 교육 백날 해야
그 별 볼일 없는 노벨상 하나도 못 타고

사교육비도 그렇지만
이젠 국민생활의 기본인
전기세, 수도세, 가스요금, 의료보험까지 다 올리겠다니
국민들 어떻게 살란 말인가.

제발 정부는 정신 좀 차리고
국민들 마음을 읽고
어루만져줘야 하지 않겠는가

거기다 북한까지 이젠 정부를 얕보고
난리를 치고 있으니
하긴 정부의 투명성 세계평가도 떨어지고
국민의 신뢰도가 날로 낮아지니 그런가

수능시험 보는 날
정부가 국민시험 봐야하지 않겠는가

정말 수능시험 보는 날
마음은 씁쓸하고
나라걱정이 절로 앞선다

2008-11-13 수능시험 보는 날
덧붙이는 글 박미자 화백(65)은 첫 개인전인 '할머니의 가출'전을 2008년 9월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었다. 그의 남편 하종현화백은 한국미협이사장, 홍익대미대학장, 서울시립미술관장 등을 거친 원로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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