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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의 마애종, 국가문화재로 승격 한 목소리

안양세계 마애종 문화포럼 "문화유적으로 가치가 있다"

등록|2008.11.13 18:21 수정|2008.11.13 18:21

▲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마애종 문화포럼 ⓒ 김신태


지난 12일 오후 2시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안양 마애종의 학술적·예술적 가치와 국가문화재 승격'을 주제로 개최된 '제3회 안양세계 마애종 문화포럼'에서 문화재 전문가들은 "국내에 유일한 마애종이 국가문화재로 승격돼야 마땅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안양군포의왕지부(회장 임종순)와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위원장 황평우)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포럼에 참여한 8명의 문화재 전문가들은 발제와 토론을 통해 "국내 유일의 마애종으로서 그 가치와 의미를 보아 마땅히 국가문화재로 승격하여 체계적인 관리와 보호에 힘써야 한다"며 뜻이 같이해 관심을 모았다.

이날 학술포럼은 현재 지방문화재(경기도 유형문화제 제92호)로 머물러 있는 '安養 석수동 마애종'을 국가문화재로 승격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고, 국내유일의 '마애종'을 현대적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여 그 가치를 높인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기조 강연에 나선 박상국 원장(한국문화유산연구원)은 "안양 마애종은 천년의 세월을 거슬러 선조들이 안양세계(安養世界)를 건설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청사진이다"고 새롭게 해석하며 마애종을 '안양의 종'으로 안양시 상징으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 암벽에 새겨진 국내유일 마애종 ⓒ 최병렬


이어 범종 전문가로 발제에 나선 최응천 교수(동국대 미술사학과)는 "현존하는 삼국시대 범종이 전무하고, 통일신라 것도 극소수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마애종의 문화사적 가치는 대단히 높다"며 "국가문화재로 지정해 보호와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통일 신라의 범종양식과 고려 초기의 범종 양식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확인해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적 가치가 있으며 종을 치는 당목 역시 지금껏 확인되지 못한 고대의 당목을 재현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 교수는 "고려시대 남성 신장의 평균치(162.62cm)를 토대로 종의 크기를 역으로 환산하였을 경우 마애종은 2M 내외의 범종을 묘사한 것"이라고 분석해 관심을 끌었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곽동해 교수(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는 "마애종에 보호각을 설치한 이후 본래의 아름다움을 찾아 볼 길이 없다. 보호각을 철거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마애불은 우리나라와 인도 및 중국 등지에도 사례가 많지만, 마애종은 세계에서 유일한 문화유적으로서 대단히 가치가 높아 국가문화재로 지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해 안양마애종의 희귀성을 높게 평가했다.

▲ 문화포럼에 참석한 스님 ⓒ 김신태


▲ 마애종 문화포럼 ⓒ 김신태


마애종, 중초사(中初寺) 및 안양사(安養寺)와 연관 조사해야

발제에 이어 정우택 교수(동국대)의 사회로 진행된 문화재 전문가들의 토론에서는 흥선스님(직지사 성보박물관장), 황평우 위원장(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임영애 교수(경주대 문화재학부), 박명주 위원장(마애종 포럼) 등이 참여해 열띤 논의를 펼쳤다.

토론자들은 마애종의 조성연대와 인근에 있었던 중초사(中初寺) 및 안양사(安養寺)와 연계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 놓으며 구체적인 조사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마애종에서 불과 150여 떨어진 곳에는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웠던 통일신라시대 흥덕왕때 건립됐던 중초사(中初寺) 터가 있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조성년대(造成年代) 명문이 새겨진 보물 제4호 '당간지주(幢竿支柱)'와 삼층석탑'이 고색창연하게 서있다.

특히 이 터는 예전부터 향토사학자들 사이에서 고려태조 왕건이 창건했다는 안양사(寺) 터일 것이라는 설이 제기되고, 1950년대 (주)유유 안양공장 건설당시 유적조사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청동용두와 사자향로발 등 유물들이 발굴된 바 있기도 하다.

‘안양(安養)’ 지명의 유래가 된 ‘안양사(安養寺)’는 '동국여지승람'의 금천불우조(衿川佛宇條)를 비롯 '신증 동국여지승람' 등 역사기록을 통해 '승려 천명이 불사를 올렸다'는 기록으로 옛 안양사의 규모까지 짐작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위치는 알 수 없다.

▲ 보호각속에 갇혀있는 천년세월 마애종은 언제 울릴까 ⓒ 최병렬


"경이로움과 감탄 그러나 보호각을 씌우면서 슬픔을 느꼈다"

황평우 위원장(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은 "마애종을 통해서 세 번 놀랐다. 처음과 두 번째는 경이로움과 감탄사였지만 세 번째는 보호각을 씌우면서 훼손이 시작된 슬픈 마애종의 모습이었다"고 말하고 "국가문화재 신청 주체인 안양시가 적극적으로 국가문화재로 승격시켜 제 대접을 해야 한다"고 애정어린 조언을 던졌다.

박명주 위원장(안양세계마애종문화포럼)은 "마애종을 국가문화재로 승격시키는 활동과 더불어 새로운 민족문화의 상징으로 삼고자 한다"면서 "향후 '마애종 평화재단'을 설립하여 '평화와 영성의 가치'를 확대하는 지속적인 활동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안양에는 천주교 최경환 성인과 독립운동가 원태우 지사 등 다양한 역사적 인물들이 있다"면서 "이들의 흔적을 새로운 시각에서 발굴∙조명하고, 마애종의 평화사상과 연계하여 안양의 정신으로 알리는 활동을 병행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동안 마애종의 국가문화재 승격운동을 추진해 온 안양민예총 임종순 회장은 "오늘 포럼을 계기로 안양시를 비롯 문화원, 불교계가 함께 동참했으면 싶다. 12월 4일 후속활동으로 진행할 마애종 주제 문화정책토론회에서 좋은 뜻을 모아낼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1천년 전 한 석공이 거대한 암벽에 종을 치는 스님을 새겨 넣으면서 꿈꿨던 안양세계(安養世界). 마애종 속 스님이 종을 치며 간절히 소망했을 '기쁨과 평화만이 있든 세상'을 희망하는 바람이 국가 문화재 승격을 계기로 마음으로 울려퍼지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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