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6)
[우리 말에 마음쓰기 479] ‘그 존재 자체’, ‘주목할 만한 존재’ 다듬기
ㄱ. 그 존재 자체
.. 봉쇄가 시작된 1971년 이전에도, 무스탕은 그 존재 자체가 외부 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 《백경훈-마지막 은둔의 땅 무스탕을 가다》(호미,2006) 34쪽
┌ 그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았다
│
│→ 있는지 없는지가 알려지지 않았다
│→ 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 있는 줄 아는 사람이 없었다
└ …
‘존재’라는 낱말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쓰는 일도 탈이지만, ‘자체’라는 낱말을 찬찬히 헤아리지 않고 붙이는 일도 탈입니다. 깊이 생각하면서 말을 하는 가운데 탈이 날 까닭이란 없습니다. 찬찬히 헤아리면서 글을 쓰는 동안 탈이 날 일이란 없습니다.
차근차근 생각하면서 하는 일은 밑바탕을 단단히 다지게 됩니다. 깊이 헤아리면서 하는 일은 잘잘못이 없게끔 알뜰히 여밀 수 있습니다. 무늬로만 껍데기로만 허울로만 그럴싸해 보이는 일이 아니라, 알맹이와 속살로 튼튼하고 야무진 일이 되어야 합니다.
일 한 가지를 할 때, 커다란 일이건 자그마한 일이건 어떤 일이건, 우리들은 빈틈이나 잘못이 없도록 차근차근 살핍니다. 대수롭게 여기는 바로 그때 큰코를 다치게 됨을, 수없이 겪고 다시 부대끼면서 배웁니다.
┌ 무스탕이라는 곳은 바깥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 무스탕은 바깥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 …
그런데 어인 일인지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자리에서는 ‘크게 마음쓸 대목’이건 ‘조금 마음 기울일 대목’이건 찬찬히 돌아보는 일이 몹시 드뭅니다. 낱말 하나하나 알맞게 고르고 있는지를, 말투 이곳저곳이 걸맞게 짜여 있는지를 곰곰이 되짚어 보는 사람이 참 드뭅니다.
┌ 무스탕이 있는 줄 아는 바깥사람은 없었다
├ 무스탕 같은 데가 있는 줄 아는 바깥사람은 없었다
├ 바깥사람은 무스탕이라는 데가 있는 줄 몰랐다
├ 바깥사람한테는 무스탕은 없는 땅이었다
└ …
틀림없이 ‘존재’를 함부로 쓰는 일은 탈입니다. 작은 탈일 수 있고, 큰 탈일 수 있습니다. 이런 탈 많은 말 뒤에 ‘자체’를 멋모르고 붙이는 일 또한 탈입니다. 작은 탈로 여길 수 있고, 큰 탈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아무런 느낌이 없습니다. 그 어떤 생각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대충 말합니다. 대충 글씁니다. 대충 삽니다. 대충 생각합니다. 대충 만나고 대충 일하고 대충 놀고 대충 자고 대충 먹습니다. 우리 삶은 한 마디로 대충대충입니다.
ㄴ. 주목할 만한 존재
.. 이치로는 아마추어 시절까지만 해도 우수한 선수이기는 했지만, 프로 스카우터가 주목할 만한 존재는 아니었다 .. 《사이토 다카시/이규원 옮김-도약의 순간》(가문비,2006) 10쪽
“아마추어 시절(時節)까지만 해도”는 “아마추어 때까지만 해도”로 다듬고, ‘우수(優秀)한’은 ‘훌륭한’으로 다듬습니다. ‘주목(注目)할’은 ‘눈길을 둘’이나 ‘눈여겨볼’로 손봅니다.
┌ 우수한 선수이기는 했지만 (o)
└ 주목할 만한 존재는 아니었다 (x)
보기글을 살펴봅니다. 앞쪽에서는 “우수한 선수”라고 나옵니다. 뒤쪽에서는 “주목할 만한 존재”라고 나옵니다. 앞에서는 ‘선수’이고 뒤에서는 ‘존재’입니다. 선수이자 존재인 사람은 ‘이치로’입니다.
곧 ‘선수 = 이치로 = 존재’인 셈입니다. 이런 흐름이자 이음고리임을 살핀다면, “주목할 만한 존재”는 “주목할 만한 선수”를 가리키고, 살짝 다듬어 “눈여겨볼 만한 선수”라고 적어야 앞뒤가 잘 맞습니다. 앞말과 뒷말이 찬찬히 이어집니다.
┌ 잘하기는 했지만, 눈여겨볼 만하지는 않았다
├ 잘하기는 했지만, 눈여겨볼 만한 선수는 아니었다
├ 잘하는 선수였지만, 눈여겨볼 만하지는 않았다
└ …
앞과 뒤에 ‘선수’라고 적으면 성긴 겹치기인 셈이니, 앞이나 뒤 한 곳에만 ‘선수’를 넣어 봅니다. 또는 앞뒤 모두 ‘선수’를 덜어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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