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여성들이여! 소리를 질러 <뮤지컬 Shout>
최고의 여성잡지'Shout'와 함께 하는 다섯 여자들의 변화무쌍
▲ 뮤지컬 샤우트 공연 포스터 ⓒ 뮤지컬샤우트
인생은 살다보면 시원하게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가 있다. 학생은 다가오는 시험기간에, 직장인은 상사한테 잔뜩 혼나고 나서 미친듯이 울부짖고 싶다. 그러고보면 세상은 '악'하는 소리를 억지로 유발시키는 장치를 곳곳에 배치해 둔 덫과 같다. 우리가 지를 수 있는 소리도 계급이 있다.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는 선지자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단말마 비명소리는 시끄러운 소음에 불과하다. 동일한 외침이라도 반응이 다르다. <뮤지컬 Shout>(연출 이용균)는 1960년대 영국의 시대상을 통해 여성 혹은 여자를 향해 외친다.
<뮤지컬 Shout>는 lulu가 부르는 노래 제목이며 최고의 여성잡지 이름이다. 레드, 오렌지, 옐로우, 블루, 그린을 이름으로 가진 다섯 명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그녀들의 이름은 대부분 우리들의 눈에 익숙한 색깔이면서 강렬한 원색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원색은 강하지만 튀기만 할 뿐 어떤 존재감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
▲ 출연진포스터다섯 명의 여성들 ⓒ 뮤지컬샤우트
무대는 오색찬란한 막대사탕을 보는 듯하다. 그 곳을 채우는 1960년대 짧은 미니스커트와 원색의 옷을 입은 다섯 명의 여성들이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춘다. 그녀들이 가진 고민은 지금 시대와도 맞닿는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이야기, 이별, 짝사랑, 스타를 사랑한 이야기, 동성애까지 각각의 고민은 하나의 챕터와 노래로 만들어진다. 5개의 고민 상담이 끝나면 뮤지컬도 마무리된다.
다섯 여성들이 한 명씩 'Dr.필'이라는 당대 최고의 상담 칼럼니스트에게 편지를 보낸다. 상담 칼럼니스트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서툰 한국말로 상담을 해주는 목소리가 상당히 코믹하다. 자신들의 이름에 맞는 강렬함과는 달리 여자들은 Dr.필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신처럼 신봉한다. 그래서 Dr.필이 말하면 무조건 그대로 행동에 옮긴다. 그런 그녀들의 모습이 사랑에 빠지면 간과 쓸개를 남자에게 모두 내주는 어리석은 곰을 연상시킨다. 곰이 여우가 되는 지점은 항상 호되게 당한 후부터다.
다섯 명의 여성들은 Dr.필의 답이 전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때부터 원색의 여자들이 소리친다. 공연의 마지막 마무리는 'shout'가 여러 번 등장하는 노래로 끝을 낸다. 다섯 여성들이 객석을 뛰어다니면서 콘서트 현장의 뜨거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화끈한 마지막 마무리 때문에 <뮤지컬 shout>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그녀들의 의상 중에 블루가 입었던 객석과 무대를 전체를 감쌌던 은색드레스에 대한 기억이 강렬하다.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옷이라는 가정 아래 입었는데 반짝이는 반사를 통해 정말 다이아몬드로 옷을 입은듯한 착각이 들었다. 클래지콰이의 호란이 맡은 레드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수가 무대에 등장한다는 자체는 관객에겐 또 다른 즐거움이다.
공연은 무대에서 빛을 발한다. 녹화된 공연은 생명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뮤지컬 제작자들은 스타마케팅을 도입해 관객과 스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노래 'shout'로 일관한 그녀들의 외침에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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