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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 먹으면 감기 떨어진다요"

건강지킴이 생강수확이 한창입니다

등록|2008.11.19 09:00 수정|2008.11.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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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광양 옥룡 운곡마을 생강 수확을 영상에 담았습니다. ⓒ 조도춘


볼을 스치는 바람이 차갑다. 제법 겨울이라는 느낌이 든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 시골들녘이 바쁘다. 지난 17일 옥룡 운곡리 마을 들녘을 찾았다. 아버지는 이웃집 함씨네 생강 수확하는 일을 도우려 간다고 한다.

함씨 할머니는 동네 사람들의 날품을 사가며 생강 수확을 하느라 바쁘다. 벼 수확 그리고 보리파종을 끝으로 가을 농사일이 끝인 줄 알았는데 생강수확이 끝이 나야 늦은 가을걷이가 끝이 난다고 한다.

겨울 김장에 빠져서는 안 되는 양념인 생강. 감자나 고구마처럼 뿌리를 뽑아 식용과 약용으로 쓰는 식물이다. 가을가뭄 때문에 뿌리는 농부의 정성에 비해 기대한 만큼은 못 미치지만 손바닥만 하게 덕지덕지 뻗은 뿌리는 그래도 농부의 입가에 작은 미소를 번지게 한다.

생강늦은 가을걷이 생강수확이 한창입니다. ⓒ 조도춘


작년 공판장 도매금이 20킬로그램에 3천원에서 2만원까지 시세의 폭이 컸다고 한다. 생강농사에 들어간 비료값 인건비에 턱없이 모자란 가격이었지만 올해는 5만원이 조금 넘어 시세가 좋다고 미소를 짓는다. 낮은 벼 수매가에 울상을 짓던 모습과는 다르게 기뻐하는 모습에 왠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조릿대 같은 생강

생강조릿대을 닮은 생강 ⓒ 조도춘


생강은 모양새가 꼭 조릿대 같다. 댓잎처럼 끝이 뾰족하고 가늘게 쭉 빠진 잎은 조릿대 잎을 닮았다. 마디를 만들어 뻗은 뿌리를 보면 대나무를 많이 닮았다. 녀석은 대나무 사촌 쯤 되는 모양이다.

생강을 보면 이른 봄이면 돌산 바위틈에 자리 잡고 노랑꽃을 피우는 생강나무가 생각이 난다. 잎이 돋아나기 전에 산수유 꽃처럼 앙증맞게 노랑꽃을 피워 봄을 일찍 알리는 녀석이다. 일부러 녀석의 향을 맡기 위해 짓궂게 가지를 부러뜨리곤 하였다. 녀석에게서는 생강과 똑같은 향기가 난다. 그래서 생강나무라고 한다고 한다.

땅속에서 뿌리째 뽑혀져 나온 생강을 줄기와 뿌리를 뚝 끊어 분리를 하면 진한 향이 독특하다. 수박의 향기처럼 코끝에서 느껴지는 신선한 향은 멀리에서도 느껴진다. 싫지 않은 향기다. 일부러 코를 실룩 실룩거리며 코를 가까이 하게 만든다.

건강지킴이 생강

▲ 생강 ⓒ 조도춘


"생강이 어디에 좋은가요?"
"한약에 많이 들어가고, 감기 기침에 좋고 그래."

"설탕에다 재났다가 먹고."
"감기올 때 귤 한 조각 넣고 팍팍 삶아갔고 먹으면 감기 떨어진다요."

생강은 생강차 생강주 그리고 겨울김장에 빠져서는 안 되는 식자재이다. 한방에서는 뿌리줄기 말린 것을 건강(乾薑)이라는 약재로 쓴다고 한다. 소화불량, 구토, 설사에 효과가 있다고 하며, 혈액 순환을 촉진하며, 항염증과 진통 효과가 있다고 한다.

생강이 맛을 돋우는 양념으로 건강을 지키는 약재로 뿌리를 내린 지는 오래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사'에 있는 생강에 대한 기록으로 보아 고려시대 이전부터 재배했으리라 추정하고 있으며, 고려시대 문헌인 '향약구급방'에는 약용 식물로 기록돼 있다.

거울 앞에 앉아서 얼굴을 바라보니 꽃다운 내 청춘 어디로 가고
뒤돌아보니 세월은 벌써 저만치 가고 있구나.
<중간생략>
부귀영화 별거더냐 마음먹기 달렸더라. 마음먹기 달렸더라.
그 누가 인생을 고해라 했나~했나

생강을 다듬던 유두이(75) 할머니는 유행가 노랫가락을 구성지게 뽑는다. 가수 김보성이 불렀던 '마음먹기 달렸더라'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감정실어 한 곡조 뽑자 함께 일하던 할머니들 사이에서 박수소리가 들린다.

할머니의 깜짝 이벤트에 찬바람도 노동의 피로함도 낙엽 따라 가버린 세월도 이 순간만큼은 모두 싹 가게 만든다.

▲ 생강 수확 ⓒ 조도춘

덧붙이는 글 u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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