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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걸린 대둔산 삼선계단, 스릴 만점!

전북 완주군 대둔산에서 가을의 끝자락을 잡고

등록|2008.11.20 10:27 수정|2008.11.20 10:27

금강구름다리에서 바라다본 삼선바위. 대둔산의 명물인 삼선계단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 김연옥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 충청남도 논산시 벌곡면과 금산군 진산면에 접해 있는 대둔산(大芚山, 878m). 산행 길에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 등으로 아기자기한 재미를 맛볼 수 있는 그곳은 내가 꼭 한 번 가고 싶은 산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 16일, 마침 대둔산 산행을 떠나는 산악회가 있어 나는 논산으로 산행을 나서게 되었다.

오전 7시 40분에 마산서 출발한 우리 일행이 충청남도 대둔산도립공원의 수락계곡 주차장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11시 30분께였다. 10분 남짓 포장된 길을 따라 걸어가자 왼쪽으로 위치한 대둔산 승전탑의 표지석이 나오면서 이내 산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대둔산 303계단을 오르는 등산객들.  ⓒ 김연옥


마천대 정상에 우뚝 솟은 개척탑.  ⓒ 김연옥


우리는 수락폭포 쪽으로 계속 걸어갔는데, 얼마 가지 않아 303계단에 이르렀다. 303개나 되는 계단을 딛고 올라가면서 지루함을 전혀 못 느낀 일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이다. 더욱이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손끝만 대도 바스락 소리를 내며 금세 부서질 것 같은 낙엽들의 스산한 풍경에 괜스레 마음이 쓸쓸하기도 했다.

대둔산 마천대 정상에서.  ⓒ 김연옥


그렇게 1시간 30분을 걸었을까. 주봉인 마천대 정상에 우뚝 솟은 개척탑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등산객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도 아스라이 들려왔다. 거기서 10분을 채 못 가 나는 마천대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개척탑 주위는 오르내리는 등산객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그래서 나는 마천대 정상에서 곧장 금강구름다리 쪽으로 서둘러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금강구름다리에 서서 삼선계단의 스릴을 떠올리다

삼선계단에서 내려다본 금강구름다리.  ⓒ 김연옥


20분 정도 내려가자 삼선계단이 나왔다. 많은 등산객들이 그 계단을 한 번 오르기 위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전북 완주군에서 올라온 것 같아 보였다. 우리 일행은 논산시를 산행 기점으로 삼았기 때문에 일방통행으로 만든 삼선계단을 올라가려면 그곳까지 내려가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 삼선계단을 오른 뒤 하산을 위해 다시 내려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랐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둔산으로 산행을 와서 삼선계단을 놓치고 간다면 정말이지, 남들에게 대둔산 산행을 했다 말하기가 멋쩍을 것이 뻔했다. 지난 1985년 9월에 완공된 삼선계단은 2단 127개 계단으로 45도 경사를 이루고 있다. 전체 길이가 40m이고 너비는 0.5m이다. 너비가 그렇게 좁다 보니 삼선바위 꼭대기까지 한 사람씩 올라가야 했다.

▲ 삼선계단에서. 금강구름다리의 모습도 아스라이 보인다.  ⓒ 김연옥


개인적으로는 아찔하다기보다 스릴이 있어 재미있었다. 뒤따라 올라오는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그렇지 시야가 탁 트여 오히려 아슬아슬한 스릴을 더 즐기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덤덤한 일상의 유쾌함이라고 할까,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이런 계단을 설치하려고 한 그 발상이 꽤 멋지다.

해발 670m에 이르는 삼선바위에는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고려 말 한 재상이 나라가 망한 것을 한탄하여 딸 셋을 데리고 이곳으로 들어와 여생을 보내게 되었다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딸들이 바위로 변해 버렸는데, 그 바위 형상이 마치 세 명의 선인(仙人)이 능선 아래를 지켜보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삼선바위라 불렸다는 이야기이다. 

▲ 금강구름다리  ⓒ 김연옥


나는 금강구름다리 쪽으로 내려갔다. 길이 가팔라 완주군 운주면에서 산행을 시작한 등산객들이 올라오면서 힘들어 했다. 게다가 돌계단이라 하산할 때도 조심조심해야 한다. 자칫 한눈팔면 다치기 십상이다. 금강구름다리 또한 일방통행이다.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잇는 금강구름다리는 길이 50m, 너비 1m, 높이 81m로 삼선계단과 함께 대둔산의 명물이 되었다.

이쪽과 저쪽을 이어 주는 다리를 건너가면 일상으로 팍팍해진 우리들 마음도 하나로 이어지는 기분이 들어 좋다. 한꺼번에 200명이 건널 수 있는 그 다리에서 바라보는 삼선바위의 풍경 또한 장관이었다.

▲   ⓒ 김연옥



하산길에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처음 보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그 바위 밑에서 3일을 지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동심바위를 멀리서나마 쳐다보았다. 큰 바위 위에 또 큰
바위가 떨어질 듯하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그는 동심바위에서 과연 어떤 깨달음을 얻었을까.

문득 661년에 의상과 함께 당나라로 가는 유학길에서 간밤에 마신 물이 해골에 괸 물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서 모든 것은 다 마음에 달렸다는 것을 크게 깨닫게 되어 그냥 돌아왔다는 그의 유명한 일화가 떠오른다.

▲ 대둔산 케이블카  ⓒ 김연옥


▲ 가을의 끝자락을 잡고 있는 대둔산에서  ⓒ 김연옥


내 머리 위로 케이블카가 빠른 속력으로 지나갔다.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대둔산의 절경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예전에 한듬산이라 불렸다는 대둔산. 그날 갈색 가을의 스산함이 내 마음속까지 밀려들었다. 그러나 하산길에서 마치 가을의 끝자락을 꼭 부여잡고 있는 듯한 대둔산 단풍의 아름다움에 나는 환호성을 질러 댔다.
덧붙이는 글 <찾아가는 길>

*대전 흑석동→벌곡→수락→대둔산
*익산 I.C, 삼례 I.C→봉동→고산 →운주→대둔산
*호남고속도로 서대전 I.C→ (대전 방향) 안영 I.C→복수→진산 →대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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