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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곡사 가면 환상의 부도 세계 펼쳐진다

다양한 문양 조각 새겨진 문화재급 부도 많아

등록|2008.11.21 12:00 수정|2008.11.21 15:08
지리산 자락의 아늑한 사찰 구례 연곡사에 다녀왔다. 신라시대 연기조사가 창건하여 고려초까지 번성한 이 곳은 지금은 단촐한 사찰이다. 중심 법당인 대적광전 내에는 비로자나불이 모셔져 있는데 손 모양이 일반적인 것과 달리 좌우 반대로 표현되어 있다. 

부도의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져 있는 곳

우리나라 부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도 조각 중 하나로 손꼽히는 부도가 이곳에 있다. 조금 법당을 돌아 가면 동부도(浮屠)가 있다. 통일신라 말기의 승탑으로 추정되며, 국보 제53호인 이 부도는 기단부 · 탑신부 · 상륜부 모두 있으며 8각원당형 부도로 도선국사의 묘탑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대석 아랫부분에는 운룡을 새기고 윗부분에는 사자가 조각되어 있다. 중대석각 면에는 안상 안에 팔부신중상이 조각되어 있다.

동부도각 부분에 새겨진 조각들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아름답다. ⓒ 김환대


상대석에는 각 모서리에 둥근 마디 기둥을 세우고 그 안에는 가릉빈가(극락조)를 조각했다. 탑신의 각 면에는 문비가 새겨져 있고 사천왕상이 얕게 조각되어 있다. 지붕돌에는 목조 건축의 서까래와 기왓골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고, 추녀의 끝부분이 약간 위로 올라가 경쾌한 느낌을 준다. 상륜부는 봉황 · 앙화 · 보륜으로 구성되어 있다. 많은 조각들이 사실적으로 새겨져 있어 조각 솜씨만 보아도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부도 조각동부도에는 각 부분에 조각들이 미술품 그 자체이다. ⓒ 김환대


동 부도 앞에는 보물 제153호 동부도비가 있는데 비 몸돌은 없어지고 받침돌과 머릿돌만이 현재 남아 있다. 네 다리를 사방으로 쭉 뻗고 엎드린 용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등에 새겨진 새의 날개 모양은 이채롭다. 등 중앙에 비좌에는 구름무늬와 연꽃무늬가 장식되어 있다. 머릿돌은 구름 무늬가 새겨져 있고, 꼭대기에는 보주가 조각되어 있다. 조각 솜씨로 보아 다소 작품성이 떨어진 고려시대의 비로 추정된다.

동 부도비거북모양의 등에는 하늘을 금방이라도 날 것 처럼 펼쳐진 날개가 새겨져 있어 주목되고 머릿돌인 이수의 용 조각도 살아 숨쉬 듯 사실적이다. ⓒ 김환대



국보 제54호 북부도는 산 중턱쯤에 올라가면 있는데,  동부도를 보고 다소 모방하여 건립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 받침돌 아래에는 구름무늬가, 위에는 연꽃무늬가 각각 새겨져 있다. 윗받침돌은 연꽃과 돌난간을 아래위로 꾸몄다. 윗단에는 가릉빈가가 돋을새김 되어 있다. 몸돌에는 각 면에 향로와 사천왕상이 새겨져 있고 지붕돌에는 서까래와 기와의 골을 새겼다. 윗 부분에는 날개를 활짝 편 봉황과 연꽃무늬를 새긴 돌이 있다.

연곡사 북부도연곡사 북부도도 동부도 만큼이나 조각이 우수하다. ⓒ 김환대



북부도 조각 가릉빈가가릉빈가 조각들이 안상속에 잘 새겨져 있다. ⓒ 김환대


이제 조금 방향을 바꿔서 내려가면 보물 제154호 서부도가 있으나 사람들은 그다지 잘 찾지 않는 곳이다. 소요대사 사리를 모신 사리탑으로 탑신에 새겨진 기록을 통해 조선 효종 원년(1650)에 세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요대사 서부도동부도와 북부도에 비해 다소 작품성이 떨어진다. 인왕상 들의 표정은 그나마 잘 남아 있다. ⓒ 김환대



탑신 몸돌 한 면에만 문짝 모양을 새기고, 다른 곳에는 팔부신중상을 돋을새김하였다. 지붕돌은 귀퉁이마다 꽃 장식을 얹어두었으며, 꼭대기 부분도 비교적 완전하게 잘 남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앞에서 본 동부도와 북부도 보다 조각 솜씨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있다. 주변에는 석종형 모양의 부도 3기도 있다.

이 곳에서 내려오면 담양 출신 의병장 고광순의 비가 있는데, 고광순은 1907년 8월26일 이곳 연곡사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의병활동을 전개 하였으나 기습을 받아 패전하고 순절하였다고 한다.

고광순 비미처 못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 곳이다. ⓒ 김환대



마치 용이 움직일 듯 표현된 탑비

보물 제152호 현각선사탑비가 이제 보인다. 귀부는 마치 색이 다른 곳에서 보는 돌이 아닌 불탄 돌과 비슷하다. 비신은 없어졌으나 머리돌인 이수 표현은 정말 볼만하다.

크기면에서도 압도하며  부리 부리한 두 눈과 크게 표현된 입이 이채롭다. 코 구멍도 엄청 크게 되어 있어 주목된다. 등 중앙에 비를 꽂아두는 비좌에는 안상과 꽃 조각이 새겨져 있다. 머릿돌에는 여러 마리의 용이 서로 물고 있는데 한 마리는 마치 만화 속의 주인공인 공룡아기공룡 둘리와 같이 혀를 내밀며 표현되어 있어 웃음이 나온다. 앞면의 가운데에 이름이 새겨져 있어 현각선사의 탑비임을 알 수 있다.

현각선사탑비그 크기와 조각 솜씨에 압도 당한다. ⓒ 김환대


현각선사 탑비 이수 부분용의 혀를 내밀며 발을 올린 표정은 만화 주인공 같다. ⓒ 김환대



삼중 기단의 삼층석탑

보물 제151호 삼층 석탑은 특이하게 3중의 기단 위로 3층의 탑신을 올렸다. 탑신은 몸돌과 지붕돌이 각각 하나의 돌로 되어 있으며, 지붕돌은 밑면의 층급받침이 각 층마다 4단이고 처마 밑은 수평이다. 통일신라 후기의 석탑으로 기단이 높아서인지 다소 높아 보이는 탑이다.

연곡사 삼층석탑삼중기단의 석탑으로 보물이다. ⓒ 김환대



연곡사에는 부도가 환상의 세계를 자아내고, 범종각은 단청이 칠해져 있지 않아 고풍스러우며, 화장실은 가 본 사람들은 알 만한 구조이다. 주변은 아직 단풍이 빨간 색을 자아내고 은행잎과 낙엽들이 바람 소리에 따라 온통 바닥을 가득 채운다. 으스스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옷깃을 여미우며 가을의 막바지에 경관을 만끽한다. 길 떠나는 이들의 답사길은 계절에 따라 언제나 그 느낌은 이렇게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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