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사무실 앞 천막살이 66일, 드디어 웃었다
중증장애인활동보조예산 상임위 통과... 농성천막 철거
▲ 장애인들이 소원을 적은 고무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내고 있다. ⓒ 윤성효
▲ '66일 천막 승리.' ⓒ 윤성효
장애인들이 활짝 웃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예산소위원회는 20일 일부 삭감됐던 '2009년도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예산'을 회복해 확정, 통과시켰다. 이 예산은 앞으로 국회 예결특위와 본회의를 거치게 된다.
장애인활동보조사업은 참여정부 때인 2007년부터 시작되었으며, 2008년에는 총 738억원이 배정되어 이미 집행되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장애인단체는 2009년에는 활동보조예산을 1246억원 책정하기로 합의했는데, 지난 9월 당·정 협의 과정에서 163억원이 삭감되어 1083억원으로 배정되었다.
이에 장애인단체는 예산 삭감 철회를 요구하며 안 의원 사무실 앞에서 투쟁을 벌였다. 안 의원은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의 한나라당 간사이기에 예산 배정에 책임이 있다고 보았던 것. 이들은 지난 9월 안 의원 사무실 점거농성에 이어 천막·노숙농성을 벌여왔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20일 우리들에게 들려온 소식은 그동안 과로와 울분을 잊게 해 주었다. 바로 국회 상임위 예산소위에서 삭감되었던 163억원이 다시 회복되어 확정, 통과되었다는 소식이었다"고 밝혔다.
▲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소속 장애인들이 20일 마산 소재 안홍준 의원 사무실 앞에서 천막철거 기자회견을 열기 전 소원을 적은 고무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내기 위해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 윤성효
이들은 "활동보조는 중증장애인의 목숨이다"며 "이렇듯 생존과 직결된 활동보조예산은 앞으로도 그 어느 누구도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위 속에서 밥을 먹고, 잠을 청하며 보낸 66일. 주위에 장애인 화장실이 없어 400m 이상 떨어진 마산역 화장실까지 휠체어를 밀고 다니느라 지쳐서, 화장실 출입 횟수를 줄이기 위해 물조차 제대로 시원하게 마시지 못했던 시간들. 창녕으로 가포로 양산으로 창원으로 보건복지위 간사이자 당정협의회에 들어가는 유일한 국회의원 안홍준 의원을 만나기 위해 헤맸던 날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우리의 생존 권리를 찾겠다는 의지를 막을 순 없었다."
이들은 "오늘 이 결과는 천막이 뜯겨나가는 순간까지도 눈물로 그 자리를 지켰던 장애인들을 비롯하여, 추위에 농성장을 지키다 목숨마저 잃을 뻔했으면서도 병원에 누워서조차 상임위 결과를 걱정하며 농성장으로 돌아온 한 중증장애인의 피맺힌 소망에 하늘도 감동한 것이 아닐는지요"라고 설명했다.
"농성장에 직접 찾아와 반찬과 먹을거리를 가져다 주셨던 분들, 거리캠페인을 할 때마다 따뜻한 음료를 사주시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여러 시민들, 또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예산은 손대지 말라며 같은 마음으로 인터넷에 항의글을 올려주셨던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66일간 안홍준 의원 사무실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였다. ⓒ 윤성효
이들은 "앞으로 다시는 이런 모습으로, 안홍준 의원을 찾아오는 일이 없기를 바랄 따름이다"며 "자신이 당연하게 누릴 권리를 잃고 사는 사람들에게, 자유와 평등을 찾아 절규하는 장애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정부'부터 되어주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박상호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대표는 이날 어눌한 말투로 소감을 피력했다. 그는 "오늘 참으로 개인적으로 가슴 깊숙한 곳에서 눈물이 난다"면서 "왜 이렇게 천막을 치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되고 눈물이 날 정도다"고 말했다.
▲ 장애인들은 안홍준 의원 사무실 앞에서 66일간 천막농성을 벌였다. ⓒ 윤성효
이 단체 간부 등 6명은 그동안 벌인 활동으로 인해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되어 있다.
송정문 대표는 "앞으로 조사를 받아야겠지만,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25일부터 국회 예결특위 위원인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창원갑) 사무실 앞에서 1인시위에 들어간다.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예산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투쟁의 고삐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다.
장애인들은 이날 안홍준 의원 사무실 앞에서 천막을 철거하면서 갖가지 소원을 적은 고무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냈다.
▲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상호 부대표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윤성효
▲ 장애인들이 날려보낸 고무풍선이 안홍준 의원 사무실 간판 위로 날아오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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