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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132) 역사적

― ‘역사적으로 이 지역은’, ‘역사적 온천 유적지’ 다듬기

등록|2008.11.23 19:38 수정|2008.11.23 19:38
ㄱ. 역사적으로 이 지역은

.. 역사적으로 이 지역은 한때 티벳의 일부였던 것이다 ..  《쿤가 삼텐 데와창/홍성녕 옮김-티벳전사》(그물코,2004) 263쪽

“이 지역(地域)”은 ‘이곳’이나 ‘이 땅’으로 손보고, “티벳의 일부(一部)였던 것이다”는 “티벳땅이었다”나 “티벳사람이 살던 곳이었다”로 손봅니다.

 ┌ 역사적(歷史的)
 │  (1) 역사에 관한
 │   - 역사적 고찰 / 역사적인 사실
 │  (2) 오랜 세월을 두고 전해지는
 │   - 역사적 관습 / 역사적 유래
 │  (3) 역사로서 기록될 만큼 중요한
 │   - 역사적 사건 / 역사적 인물
 ├ 역사(歷史)
 │  (1)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
 │   - 역사를 기록하다 / 역사를 쓰다 / 우리나라는 반만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
 │  (2) 어떠한 사물이나 사실이 존재해 온 연혁
 │   - 국어의 역사 / 도예의 역사
 │  (3) 자연현상이 변하여 온 자취
 │   - 지구의 역사 / 한국 춘란의 역사
 │  (4) = 역사학
 │   - 그는 역사, 교육, 음악 등 모든 학문에 뛰어나다
 │
 ├ 역사적으로 이 지역은
 │→ 역사로 보면 이곳은
 │→ 역사를 살피면 이곳은
 │→ 오랫동안 이 땅은
 │→ 얼마 앞서까지 이 땅은
 └ …

세 가지 뜻으로 쓴다고 하는 ‘역사적’입니다. 그러나 이 ‘역사적’과 ‘-적’을 안 붙인 ‘역사’하고 얼마나 다른 쓰임새가 있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됩니다. 우리가 “역사 고찰”과 “역사 사실”로 적지 않고 “역사적 고찰”과 “역사적 사실”로 적으면서 어떤 뜻이나 느낌을 더할 수 있는지, 얼마나 깊고 너르게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역사에 적힐 만한 일이니 “역사 사건”이요 “역사 인물”이 아닐까요. 오랜 세월 이어져 왔으면 “역사 관습”이며 “역사 유래”입니다. 그리고, ‘역사적 (2)’은 ‘오래된-오랜-오래 이어온-오랜 세월 이어온’ 들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 역사 관습 → 오래 이어온 버릇
 └ 역사적 유래 → 오랜 뿌리

아무래도 일제 강점기부터 들어와 역사학자나 숱한 지식인들이 쓰고 있는 낱말 ‘역사적’이라고 하겠습니다. 여느 사람들은 안 써도 우리 사회를 주름잡는다는 지식인들은 이 말을 안 쓰면서 살 수 없다고 느끼고 있어서 쉬 걸러내거나 다듬기 어렵습니다. 하도 오랜 세월 온갖 곳에서 온갖 지식인들이 이 말을 쓰고 있어서 털어내거나 씻어내기 고달픕니다.

이제라도 차근차근 돌아보면서 그동안 밀쳐두고 있던 알맞고 살갑고 올바르고 마땅한 우리 말을 되찾아야 할 터이나, 우리 스스로 우리 역사도 제대로 안 찾으려고 하는 주제에,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제대로 찾으려는 마음을 갈고닦을 수 있을까 없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하루빨리 가다듬거나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될 우리 역사이듯, 서둘러 추스르거나 다독이지 않으면 안 될 우리 말과 글입니다. 언제까지 엉터리 역사를 우리 역사인 듯 잘못 알도록 아이들한테 가르칠 수 없고, 허구헌날 엉터리 말과 글을 우리 아이들한테 얄궂게 가르칠 수 없는 노릇입니다.

ㄴ. 역사적 온천 유적지

.. 역사적 온천 유적지인 로만 바스는 온천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  《유승호-문화도시, 지역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일신사,2008) 146쪽

“온천을 중심(中心)으로”는 그대로 두어도 되고, “온천을 사이에 놓고”나 “온천을 가운데에 놓고”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형성(形成)되어’는 ‘이루어져’로 손봅니다.

 ┌ 역사적 온천 유적지
 │
 │→ 역사가 있는 온천 유적지
 │→ 역사가 깃든 온천 유적지
 │→ 역사가 서린 온천 유적지
 │→ 역사가 깊은 온천 유적지
 │→ 역사가 오래된 온천 유적지
 │→ 역사가 남다른 온천 유적지
 │→ 역사가 길고 긴 온천 유적지
 └ …

우리가 만드는 역사요 우리가 일구는 역사입니다. 처음부터 길디긴 역사란 없습니다. 첫 발자국부터 깊디깊게 내디딛는 역사 또한 없습니다. 이 땅에서 부대끼는 사람 스스로 가꾸는 역사이며, 누가 시킨다고 이룰 수 없는 역사인 한편, 우리 스스로 즐거워서 빚어내는 역사입니다.

 ┌ 오래된 온천 유적지
 ├ 오랜 세월 이어온 온천 유적지
 ├ 오래도록 이어온 온천 유적지
 └ …

우리가 만드는 말이요 우리가 일구는 글입니다. 처음부터 아름답거나 마땅한 말이란 없습니다. 첫 발자국부터 넉넉하거나 푸지게 쓸 수 있는 글 또한 없습니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 스스로 돌보는 말이며, 누가 가르친다고 모두 받아들이게 되는 말은 아닌 한편, 우리 스스로 기쁘고 반갑게 맞아들여야 빛낼 수 있는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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