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을 선택한 네가지 이유
[한옥짓기 2] '한옥의 향기'는 그냥 '집' 이상이다
마눌님부터 부모님, 형제, 친구, 친척, 동네 아저씨. 형님들, 어르신들까지 나에게 묻는다.
당신. 왜, 한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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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도 많이 들고 불편하기 짝이없는 한옥을 왜 지어서 살려고 하나.
- 괜히 동네사람들에게 안좋은(폼재는) 인상만 남기는 것이 아닐까.
- 여기 추워서 못살아요.
- 나무값에 돈 다들어가죠?(나무가 비싸죠)
내게 '한옥'이라는 단어를 듣는 많은 이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그것들은 대강 위 보기와 같이 압축된다.
하나, 경제적인 측면과 주거공간의 효율을 따져보기. 둘, 풍기는 외향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세심함. 셋, 난방효율을 따지는 것으로 가계지출을 고려하기. 넷, 기본 재료에 대한 비용문제를 고려하는 것은 집을 지어봤거나 현장경험이 있거나 하는 경우일 것이다.
내가 그네들에게 차마 한단어로 대답하지 못한 나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하나. 경제적으로 부유하다고 한옥에 사는 사람은 없다. 한옥이 가진 따뜻함. 어린시절의 포근한 기억. 나뭇결이 주는 온화하고 부드러움. 은은한 빛은 한지만이 주는 느낌. 싸아한 나무의 향. 가족이 둘러앉아 화로에 군밤을 굽고, 장작패는 아버지와 나르는 아들 등의 느낌과 모습을 그리고 사는 곳이다.
누워서 모든것을 기계에 맏기고 편안하게 생활 할 수 있고, 한겨울에도 속옷바람으로 생활할 수 있는 그런 '따뜻함'을 원한다면 살 수 없는 집이 분명하다. '멋있다'만 가지고는 도저히 살 수 없다. 내가 거주하는 곳이 숫자로 명쾌하게(?) 표현되고 정열된 차들 사이로 내 차를 넣는 안도감. 올라오는 엘레베이터에서의 고독, 혹은 나와 나란히 선 타인과의 기분좋은 무심함. 이때, 전문적인 여성의 기계적인 목소리가 눈을 감아도 내 집의 높이를 알려주는 곳. 그곳이 몹시도 그리워질 것이다.
둘. 시골에서 사는 것은 도시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좀 더 호기심이 많고 대화의 소재가 지역적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시골사람들은...'이라고 할 것은 별로 없다. 같은 인간이 사는 곳이다. 다만 평균연령이 60세에 육박한다는 점이 걱정이라 할 점이다. 친하고 싶어도 친해지기 힘든 이유는 연령차이와 문화적 관점의 다름, 체력의 차이 등으로 본다면 이방인을 판단하는 기준은 보이는 것들이다.
이사를 오는 시점의 짐의 양과 질. 집을 지으면 집짓기에 들어가는 비용과 타고 다니는 차. 평소의 돈 씀씀이와 찾아오는 친지들. 바로 인간사회에서 통용되는 그것이지 집이 한옥이고 양옥이고는 타인이 나를 판단하는 기준과는 거리가 있다.
셋. 여기 한 악성루머가 있다. 완전 밀폐 구조인 아파트에 살던 사람이 시골 어머님댁에 다녀온다. 시골어머님은 오랜만에 아들이 왔다고 난방을 켜지만, 평소 전기담요 깔고 주무시던 어머님네 집은 갑자기 돌린 보일러에 방바닥이 따뜻해지기엔 시간이 걸린다. 아들은 보일러를 바꾸거나 평소에 난방을 좀 돌리시라고 하지만 '알았어'라는 대답은 그냥 아들을 위한 서비스용이다. 무
심한 혹자는 이런 경험을 부실한 옛 집이 가진 결함 탓으로 돌린다. 이 추운 한옥이 우리 중년의 아들들이 가진 한옥의 이미지이다. 최근에 지어진 한옥을 경험한 이들은 별로 없다. 못 믿겠으면 서울의 게스트하우스나 전주한옥체험관, 안면도휴양림 또는 최근 경주에 지어진 한옥호텔에 가서 주무셔보시라.
넷. 집을 짓는 비용 중 대부분은 기초와 구조가 되는 뼈대에 투입이 되야하는 것이 맞다.
뼈대가 부실하고 화장만 잘 한 집들은 대부분 문제가 생긴다. 삼풍백화점처럼 높이가 있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지 못한 집들은 일이년내에 분명히 커다란 수리를 맞이하게 되거나 집주인을 다른곳으로 내쫓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옥은 고대로 내려온 목조가구식 짜맞춤 건축술을 기본으로 한다. 극동아시아쪽에서 발달한 기술로 특히 우리나라의 한옥 처마선은 고도의 계산을 필요로 하는 장인만이 제대로 '맛'을 낼 수가 있다. 부드러운 곡선은 웅장한 중국과 예리한 일본의 그것과는 명백히 다르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미드 '로스트'에 김윤진님 부분 과거회상신에 나오는 집들은 분명 일본풍이었다. 온라인에서 괜히 배우가 네티즌들에게 욕을 먹기도 했다.
'한옥'은 '아파트'가 아니다. 집은 내몸의 근원과 미래인 가족, 나를 받쳐주고 안아주는 대자연과 그 우주를 담는 곳이다. 물질로 평가하고 나를 조용히 죽여가는 공간은 집이 아닌 '부동산'이 맞겠다.
당신. 왜, 한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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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도 많이 들고 불편하기 짝이없는 한옥을 왜 지어서 살려고 하나.
- 괜히 동네사람들에게 안좋은(폼재는) 인상만 남기는 것이 아닐까.
- 여기 추워서 못살아요.
- 나무값에 돈 다들어가죠?(나무가 비싸죠)
하나, 경제적인 측면과 주거공간의 효율을 따져보기. 둘, 풍기는 외향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세심함. 셋, 난방효율을 따지는 것으로 가계지출을 고려하기. 넷, 기본 재료에 대한 비용문제를 고려하는 것은 집을 지어봤거나 현장경험이 있거나 하는 경우일 것이다.
▲ 하늘 아래 매달려뒷산과 닮아있는 지붕선. 기본은 도리 위에 얹어지는 서까래를 잘 잡는 것이다. 두목수가 한조로 서까래에 못을 박는 과정. ⓒ 임준연
내가 그네들에게 차마 한단어로 대답하지 못한 나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하나. 경제적으로 부유하다고 한옥에 사는 사람은 없다. 한옥이 가진 따뜻함. 어린시절의 포근한 기억. 나뭇결이 주는 온화하고 부드러움. 은은한 빛은 한지만이 주는 느낌. 싸아한 나무의 향. 가족이 둘러앉아 화로에 군밤을 굽고, 장작패는 아버지와 나르는 아들 등의 느낌과 모습을 그리고 사는 곳이다.
누워서 모든것을 기계에 맏기고 편안하게 생활 할 수 있고, 한겨울에도 속옷바람으로 생활할 수 있는 그런 '따뜻함'을 원한다면 살 수 없는 집이 분명하다. '멋있다'만 가지고는 도저히 살 수 없다. 내가 거주하는 곳이 숫자로 명쾌하게(?) 표현되고 정열된 차들 사이로 내 차를 넣는 안도감. 올라오는 엘레베이터에서의 고독, 혹은 나와 나란히 선 타인과의 기분좋은 무심함. 이때, 전문적인 여성의 기계적인 목소리가 눈을 감아도 내 집의 높이를 알려주는 곳. 그곳이 몹시도 그리워질 것이다.
둘. 시골에서 사는 것은 도시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좀 더 호기심이 많고 대화의 소재가 지역적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시골사람들은...'이라고 할 것은 별로 없다. 같은 인간이 사는 곳이다. 다만 평균연령이 60세에 육박한다는 점이 걱정이라 할 점이다. 친하고 싶어도 친해지기 힘든 이유는 연령차이와 문화적 관점의 다름, 체력의 차이 등으로 본다면 이방인을 판단하는 기준은 보이는 것들이다.
이사를 오는 시점의 짐의 양과 질. 집을 지으면 집짓기에 들어가는 비용과 타고 다니는 차. 평소의 돈 씀씀이와 찾아오는 친지들. 바로 인간사회에서 통용되는 그것이지 집이 한옥이고 양옥이고는 타인이 나를 판단하는 기준과는 거리가 있다.
셋. 여기 한 악성루머가 있다. 완전 밀폐 구조인 아파트에 살던 사람이 시골 어머님댁에 다녀온다. 시골어머님은 오랜만에 아들이 왔다고 난방을 켜지만, 평소 전기담요 깔고 주무시던 어머님네 집은 갑자기 돌린 보일러에 방바닥이 따뜻해지기엔 시간이 걸린다. 아들은 보일러를 바꾸거나 평소에 난방을 좀 돌리시라고 하지만 '알았어'라는 대답은 그냥 아들을 위한 서비스용이다. 무
심한 혹자는 이런 경험을 부실한 옛 집이 가진 결함 탓으로 돌린다. 이 추운 한옥이 우리 중년의 아들들이 가진 한옥의 이미지이다. 최근에 지어진 한옥을 경험한 이들은 별로 없다. 못 믿겠으면 서울의 게스트하우스나 전주한옥체험관, 안면도휴양림 또는 최근 경주에 지어진 한옥호텔에 가서 주무셔보시라.
넷. 집을 짓는 비용 중 대부분은 기초와 구조가 되는 뼈대에 투입이 되야하는 것이 맞다.
뼈대가 부실하고 화장만 잘 한 집들은 대부분 문제가 생긴다. 삼풍백화점처럼 높이가 있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지 못한 집들은 일이년내에 분명히 커다란 수리를 맞이하게 되거나 집주인을 다른곳으로 내쫓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옥은 고대로 내려온 목조가구식 짜맞춤 건축술을 기본으로 한다. 극동아시아쪽에서 발달한 기술로 특히 우리나라의 한옥 처마선은 고도의 계산을 필요로 하는 장인만이 제대로 '맛'을 낼 수가 있다. 부드러운 곡선은 웅장한 중국과 예리한 일본의 그것과는 명백히 다르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미드 '로스트'에 김윤진님 부분 과거회상신에 나오는 집들은 분명 일본풍이었다. 온라인에서 괜히 배우가 네티즌들에게 욕을 먹기도 했다.
▲ 모양을 갖추는 집지붕 개판을 덮고 나면 목수들의 역할은 끝이다. 인방을 걸기 전에 지붕구조틀을 갖춘다. 대목마다 상세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기본은 다 같다. 흔들리지 않는 결구를 이루는 것. 그것이 한옥이다. ⓒ 임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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