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장갑 들고 얼른 뛰어와~"
친정 코앞으로 일부러 이사온 지 한달 째 되던 지난 일요일 드디어 예상했던 부름을 받았습니다.
제 앞에 높여진 과제는 겨울철 별미 김치 동치미를 담그기 위한, 40여개의 무를 씻는 일이였습니다. 처음 10여분은 재미있게, 그리고 나머지 30여분은 땀 뻘뻘 흘리면서 무를 씻었습니다.
동네에서 최여사라고 불리는 울 엄마는 강원도 분이세요. 강원도 음식의 특징이라면 '원재료의 맛'을 살리는 단순함이니 어렸을 때는 엄마의 음식이 정말 맛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 모두 굽거나 찌거나 하면 바로 간식거리가 되는 것들이고, 나물이래야 마늘냄새도 안나고 참기름냄새도 안나고, 그 흔한 들깨가루도 들어가지 않는 풀냄새만 나는 것들을 주로 상에 올리셨거든요.
그런 이유로, 엄마는 자극적이고 달달한 음식을 찾던 저희 3남매에겐 정말 인기없는 요리사셨고, '우리엄마는 요리를 못해'라는 말이 집안에서는 뭐 대수롭지 않은 대화였어요. 그런데 5년전부터 아빠의 건강상이유로 자연스럽게 식이요법이 필요했던 그때 마침 불어닥친 웰빙바람으로 각종 미디어에 소개되었던 웰빙음식들, 조미료없이 재료고유의 맛을 살리는 그 요리법, 바로 우리 엄마식이었던겁니다. 그래서 집에서의 30년간 요리 못하는 엄마로서의 굴욕을 한 번에 벗어던지신거죠.
다만, 엄마가 걱정하는 건 시집간 딸래미 '음식 가르치지 못했다'는 것이었는 데, 결혼 5년만에 친정근처로 돌아온 딸에게 '강원도의 맛'을 전하겠다고 다짐이 대단하십니다. 그래서, 그 첫번째로 정말 요리에 소질없는 당신의 큰 딸도 할 수 있다며 간단한 '동치미'를 알려주시겠다고 연락하신거죠.
저희 친정엄마께 배운 강원도식, 초간단, 초담백 동치미 비법을 알려드릴께요.
첫째, 재료를 준비합니다.
1. 무는 동치미용 무가 따로 있더라구요. 알타리무보다 크고 보통 무보다 작은 무로 예쁜애들만 골라서 3단 구입했어요. 개수로 40개 정도.씻다가 팔 떨어지는 줄 알았답니당.
2. 갓도 한단 준비했어요.
3. 싱싱한 쪽파는 두단 준비하구요.
4. 알이 꽉찬 통통한 배추는 1통 준비해서 굵은 소금에 1시간정도 절여요.
5. 마늘과 삭힌 고추(요건 집에 있는 걸루다가, 슈퍼에서도 팔던데요^^)는 양파망에 넣어서 준비합니다.안보이지만 양파도 2개 들어있어요.
둘째, 준비한 재료들을 모두 깨끗히 씻어서 다듬어 놓으면 됩니다.
여기서 잠깐.
"엄마, 사과랑 배 안 넣어?"
"응"
"인터넷에서 보니까 넣어야 맛있다는데"
"안 넣어도 맛있어"
"ㅠㅠ"
셋째, 준비한 재료를 '배추->무->나머지 재료' 순으로 항아리에 차곡차곡 개켜놓습니다
넷째, 소금물을 만듭니다(생수6통정도에 굵은 소금 한 대접 정도, 오로지 최여사 감으로 다가)
"소금 얼만큼 넣어?"
"좀 짜다싶을 정도로.."
"ㅠㅠ"
다섯째, 소금물을 항아리에 재료들이 다 잠길정도로 붓고, 고정용 돌멩이^^를 두어개 얹은 후 항아리를 닫습니다.
여섯째, 한달을 기다려서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엄마, 이거 무 하나 잘라죠~"
"왜?"
"사진찍어서 블로그에 올리게, 동치미 했다고 자랑해야지^^"
"안돼, 동치미는 12월10일날 줄테니까, 그 때 찍어"
"ㅠㅠ"
이래서 완성 사진은 없답니다. ^^ 베란다 잠가버리셔서 항아리 뚜껑닫은 후 모습도 못찍었어요 ㅠㅠ
그렇게 서너시간만에 동치미 담그기 도전은 끝이 났습니다. 처음으로 엄마 따라다니면서 음식을 배웠습니다. 엄마랑 김장하면서 엄마가 좋아하는 '조미미'씨 노래를 집안에 쩌렁쩌렁 울리게 틀어놓고 모녀가 흥얼거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인터넷 레시피만큰 다정하지도 않고, 자세하게 알려주지도 않는 우리 엄마지만 그 맛은 매년 겨울 제가 맛보는 바로 그 손맛을 배운거니까, 올해의 동치미 맛에 대한 기대감은 12월까지 계속 높아만 갈 꺼 같습니다.
다음번에는 결과물이 바로 나오는 음식으로 좀 자세히 가르쳐달라고 엄마를 졸라 볼려구요^^. 우선은 음식하는 데 사진기 들고 정신사납게 한다고 혼나지 않을 방법을 우선 찾아봐야겠지만요.ㅎ
친정 코앞으로 일부러 이사온 지 한달 째 되던 지난 일요일 드디어 예상했던 부름을 받았습니다.
동네에서 최여사라고 불리는 울 엄마는 강원도 분이세요. 강원도 음식의 특징이라면 '원재료의 맛'을 살리는 단순함이니 어렸을 때는 엄마의 음식이 정말 맛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 모두 굽거나 찌거나 하면 바로 간식거리가 되는 것들이고, 나물이래야 마늘냄새도 안나고 참기름냄새도 안나고, 그 흔한 들깨가루도 들어가지 않는 풀냄새만 나는 것들을 주로 상에 올리셨거든요.
그런 이유로, 엄마는 자극적이고 달달한 음식을 찾던 저희 3남매에겐 정말 인기없는 요리사셨고, '우리엄마는 요리를 못해'라는 말이 집안에서는 뭐 대수롭지 않은 대화였어요. 그런데 5년전부터 아빠의 건강상이유로 자연스럽게 식이요법이 필요했던 그때 마침 불어닥친 웰빙바람으로 각종 미디어에 소개되었던 웰빙음식들, 조미료없이 재료고유의 맛을 살리는 그 요리법, 바로 우리 엄마식이었던겁니다. 그래서 집에서의 30년간 요리 못하는 엄마로서의 굴욕을 한 번에 벗어던지신거죠.
다만, 엄마가 걱정하는 건 시집간 딸래미 '음식 가르치지 못했다'는 것이었는 데, 결혼 5년만에 친정근처로 돌아온 딸에게 '강원도의 맛'을 전하겠다고 다짐이 대단하십니다. 그래서, 그 첫번째로 정말 요리에 소질없는 당신의 큰 딸도 할 수 있다며 간단한 '동치미'를 알려주시겠다고 연락하신거죠.
저희 친정엄마께 배운 강원도식, 초간단, 초담백 동치미 비법을 알려드릴께요.
첫째, 재료를 준비합니다.
▲ 재료를 예쁘게 준비하세요^^ ⓒ 신현정
1. 무는 동치미용 무가 따로 있더라구요. 알타리무보다 크고 보통 무보다 작은 무로 예쁜애들만 골라서 3단 구입했어요. 개수로 40개 정도.씻다가 팔 떨어지는 줄 알았답니당.
2. 갓도 한단 준비했어요.
3. 싱싱한 쪽파는 두단 준비하구요.
4. 알이 꽉찬 통통한 배추는 1통 준비해서 굵은 소금에 1시간정도 절여요.
5. 마늘과 삭힌 고추(요건 집에 있는 걸루다가, 슈퍼에서도 팔던데요^^)는 양파망에 넣어서 준비합니다.안보이지만 양파도 2개 들어있어요.
둘째, 준비한 재료들을 모두 깨끗히 씻어서 다듬어 놓으면 됩니다.
여기서 잠깐.
"엄마, 사과랑 배 안 넣어?"
"응"
"인터넷에서 보니까 넣어야 맛있다는데"
"안 넣어도 맛있어"
"ㅠㅠ"
셋째, 준비한 재료를 '배추->무->나머지 재료' 순으로 항아리에 차곡차곡 개켜놓습니다
▲ 재료를 적당한 용기에 담아주세요 ⓒ 신현정
넷째, 소금물을 만듭니다(생수6통정도에 굵은 소금 한 대접 정도, 오로지 최여사 감으로 다가)
"소금 얼만큼 넣어?"
"좀 짜다싶을 정도로.."
"ㅠㅠ"
다섯째, 소금물을 항아리에 재료들이 다 잠길정도로 붓고, 고정용 돌멩이^^를 두어개 얹은 후 항아리를 닫습니다.
여섯째, 한달을 기다려서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엄마, 이거 무 하나 잘라죠~"
"왜?"
"사진찍어서 블로그에 올리게, 동치미 했다고 자랑해야지^^"
"안돼, 동치미는 12월10일날 줄테니까, 그 때 찍어"
"ㅠㅠ"
이래서 완성 사진은 없답니다. ^^ 베란다 잠가버리셔서 항아리 뚜껑닫은 후 모습도 못찍었어요 ㅠㅠ
그렇게 서너시간만에 동치미 담그기 도전은 끝이 났습니다. 처음으로 엄마 따라다니면서 음식을 배웠습니다. 엄마랑 김장하면서 엄마가 좋아하는 '조미미'씨 노래를 집안에 쩌렁쩌렁 울리게 틀어놓고 모녀가 흥얼거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인터넷 레시피만큰 다정하지도 않고, 자세하게 알려주지도 않는 우리 엄마지만 그 맛은 매년 겨울 제가 맛보는 바로 그 손맛을 배운거니까, 올해의 동치미 맛에 대한 기대감은 12월까지 계속 높아만 갈 꺼 같습니다.
다음번에는 결과물이 바로 나오는 음식으로 좀 자세히 가르쳐달라고 엄마를 졸라 볼려구요^^. 우선은 음식하는 데 사진기 들고 정신사납게 한다고 혼나지 않을 방법을 우선 찾아봐야겠지만요.ㅎ
▲ 무와 마늘의 자태가 아릅답지 않나요? ⓒ 신현정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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