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9)
― ‘단 한 번의 실험’, ‘한 번의 실수’ 다듬기
ㄱ. 단 한 번의 실험
.. 그러나 단 한 번의 이런 실험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 《알도 레오폴드/송명규 옮김-모래군의 열두 달》(따님,2000) 58쪽
┌ 단 한 번의 이런 실험으로
│
│→ 한 번 이런 실험을 했다고
│→ 한 번 했던 이런 실험으로
│→ 이런 실험 딱 한 번으로
│→ 이런 실험을 한 번 했다고
└ …
보기글에서는 ‘단’을 아예 덜어도 됩니다. “한 번 이런 실험을 했다고”로만 적어도 됩니다. ‘딱’을 앞에 붙여도 좋습니다. 다만, “한 번의 실험으로”가 아니라 “한 번 한(했던) 실험으로”입니다. ‘하다’라는 움직씨를 넣어야 알맞고, 토씨 ‘-의’를 붙이는 일은 알맞지 않습니다.
ㄴ. 한 번의 실수
.. 나는 한 번의 실수로 나를 믿던 친구를 잃고 말았다 .. 《벤슨 뎅,알폰시온 뎅,벤자민 아작/조유진 옮김-잃어버린 소년들》(현암사,2008) 336쪽
‘실수(失手)’는 ‘잘못’으로 손질합니다. ‘신뢰(信賴)하던’이라 하지 않고 ‘믿던’으로 적은 대목은 반갑습니다.
┌ 한 번의 실수로
│
│→ 한 번 잘못해서
│→ 한 번 잘못하는 바람에
│→ 한 번 삐끗해서
└ …
한자말 ‘실수’를 토박이말 ‘잘못’으로 고쳐 주었어도 “한 번의 잘못으로”처럼 적는 분이 있습니다. “한 잔의 차”나 “한 대의 차”처럼 적는 꼴인데, 이와 같이 얄궂게 쓸까 걱정된다면 ‘잘못’을 앞으로 돌려서 “잘못 한 번”처럼 적어 봅니다.
┌ 잘못 한 번으로
├ 잘못 한 번 때문에
└ 잘못 한 번 하면서
가만히 보면, 잘못 쓰거나 말거나 그냥저냥 말하고 글쓰는 분이 많아서, 토씨 ‘-의’를 얄궂게 붙였든 알맞게 털어냈든, 크게 마음 둘 까닭이 있느냐고 말씀하는 분이 제법 많습니다. 이런 낱말을 넣는다고 크게 어긋날 일이 없고, 저런 말투로 이야기한들 그다지 비틀어질 일 또한 없다고 느낍니다.
무엇인가를 알려준다고 하는 자리에 ‘가르치다’가 아닌 ‘가리키다’를 넣어도 모두들 잘 알아듣습니다. 국어 교사가 ‘아이들을 가리킨다’고 해도 아이들부터 잘못인 줄 깨닫지 못하는 한편, 잘못인 줄 깨달았어도 바로잡아 주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도 입에 붙고 손에 익습니다.
┌ 한 번 잘못해서
├ 한 번 잘못했다고
├ 한 번 잘못한 탓에
├ 한 번 잘못하는 바람에
└ …
너무 작아 보여서 대충 넘기는지 모르고, 우리 말이야 누구나 아는 말이니 아무렇게나 써도 뜻만 알아들으면 그만이라고 여기는지 모릅니다. 이러는 동안 우리 스스로 우리 말로 우리 넋을 담아내지 못하고, 우리 뜻을 우리 글로 넉넉히 실어내지 못하고 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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