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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치는 밤, 잠 못 이루는 소녀… 왜?

[철학책] <함께 가보는 철학사여행>, <천둥치는 밤>

등록|2008.11.25 14:28 수정|2008.11.25 14:28
이오니아 자연학과 피타고라스부터 플라톤의 이원론, 아리스토텔레스의 체계, 신학, 데카르트, 대륙합리론과 영국 경험론, 칸트의 비판철학, 독일 관념론과 헤겔, 마르크스주의와 실존주의까지. 기원전 6세기에서 시작해 2500여 년간에 걸친 심오한 인간 정신의 역사, 인간과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사고 끝에 이어져온 철학사는 수많은 책들로 정리되어 소개되고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있다.

1990년대 말 연세대 사태 등으로 세상이 날로 이상하게 변해가는 대학시절 학과 학회모임에서 선배들과 세미나를 하면서 무척 어렵고 차갑고 당혹스런 내용일 줄 알았던 철학, 그래서 다가가지 않았던 철학사의 고정관념을 깨준 책을 접했다.

철학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 철학이라는 학문의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기술하기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사상적 기반을 나타내기 위해 철학사의 큰 줄기인 신비주의와 합리주의 두 축을 잡고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었다.

▲ 대학시절 접한 철학사 책. 졸업후에도 시간날 때 두어번 더 읽어봤지만 역시 어려웠다. 어렵게 책상자에서 꺼내봤다. ⓒ 이장연


혼돈스러운 단어의 의미와 개념이 나뒹구는 숲 속의 나무만 붙잡고 방황하는 철학의 초보자인 내게, 일러스트가 가미된 책은 철학사란 큰 숲을 조바심내지 않고 느긋이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 책은 바로 고사까 슈우헤이의 <함께 가보는 철학사여행(원제 : 일러스트 서양 철학사)>이다.    

전문적인 철학 연구자도 아니고 타인의 생각을 연구하기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자는, 철학사를 그것도 그림을 응용해 헤겔이나 칸트같은 사람의 기본적인 생각을 설명하는데 1년이란 세월을 보낼 정도였다. 그만큼 철학이 대단하고 흥미진진하다는 말일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을 재미있는 일러스트로 표현했다. ⓒ 철학사여행


대학 졸업후에도 책장에 꽂아둔 철학사여행을 시간을 날 때 두어번 읽어봤는데, 역시나 이것저것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2500년의 철학사와 철학자들의 생각들을 한 권의 책으로 간파하려 하는 것 자체가 무리고 욕심이고 오만일 것이다.

아참, 이데아를 찾는 플라톤처럼 유토피아를 찾는 이들처럼 '인간이란 무엇인가?' 란 철학적 질문들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여자아이가 있어 소개코자 한다.

짧은 단발머리를 한 그 아이는 주둥이가 길쭉한 강아지와 함께 잠들기 위해 침대에서 누웠지만, 나무뿌리마저 뽑아버릴 듯한 기세의 밤바람이 몰고왔을 수천가지 질문에 도통 잠을 들지 못한다. 그 질문들은 고대 철학자들부터 현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한번씩은 품어봤던 것들이다.

'무한의 끝은 어디일까?' '다른 별에도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 우리는 어디에서 왔지?' ' 나는 누굴까?' ' 나한테도 상상력이 있을까?' 우리가 지금 사는 게 사실은 꿈이라면?'    

▲ 머리 속에는 누가?? ⓒ 천둥치는밤


그 무수히 많은 질문들에 여자아이는 스스로 답을 찾아 헤매지만,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 사이 밤은 깊어가고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내리쳐 아이는 무서워 강아지를 침대 안으로 불러 꼭 껴안고 만다.

하지만 어두컴컴한 불안도 잠시 천둥과 번개를 몰고온 비바람이 물러가자, 아이는 어른들도 평생 답을 찾지 못하는 너무 심각한 생각에 골머리를 앓아 배가 고픈지 우유와 비스킷으로 배를 채우고, 짧지만 너무나 심오한 질문들을 기쁘게 정리하고 날이 새기 전에 잠이 든다.

책 <함께 가보는 철학사여행>의 일러스트보다 더 세밀하고 이해하기 쉽게, 여자아이의 질문과 상상의 답을 삽화로 멋들어지게 그려낸 철학동화 <천둥치는 밤>을 말하는 것이다.

저자인 미셸 르미유는 천둥치는 밤 잠못 드는 여자아이의 수천가지 질문들을 그림을 통해 표현하면서, 철학이 단순히 나열된 철학사나 유명한 철학자의 사상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그 내면, 주변의 세계에 대한 숱한 질문과 의문, 상상력에 숨어있음을 그리고 그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슬며시 말해주고 있다.

고사까 슈우헤이처럼 철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철학적 질문들을 숱하게 던지며 생각의 꼬리와 꼬리를 물어간다. 고리타분할 것 같은 철학사와 철학적 질문들에 대해, 좀 더 친근하고 이해하기 쉽게 그러면서도 또다른 수많은 생각들을 불러일으키는 책들이다.

특히 단순한 그림책인 줄 알았던 철학동화 <천둥치는 밤>은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세상의 모든 것이 신기하고 질문투성이인 아이들의 기발하고 재치넘치는 답도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도서실에서 빌린 이 책 때문에 여자아이처럼 어젯밤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나의 행위, 그것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에 쉽게 찾을 수 없는 복잡한 질문들이 머리 속에 가득해 그 답을 찾느라 새벽 3시까지 잠들지 못했다. 질문과 의문의 연속은 날이 샌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도서실에서 빌린 책 <천둥치는 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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