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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이 줍는 쓰레기는 사랑이에요"

쓰레기 줍기로 하루 시작하는 부천 상동고 이창구 교장 선생님

등록|2008.11.26 10:03 수정|2008.11.26 23:42

▲ 매일 아침 6시 40분이면 어김없이 출근하셔서 학교 주변 쓰레기를 주우시는 부천 상동고 이창구 교장 선생님 ⓒ 김가람



▲ 학생들에게는 배우기 좋은 환경, 선생님들에게는 가르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교장 선생님과의 만남은 내게 무한한 용기와 희망을 불러넣어주었다. ⓒ 김가람


미국에선 역사상 232년 만에 첫 흑인 대통령이 된 오바마의 등장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평화, 화합을 내건 오바마로 인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외교가 단절도 되었던 북한과도 화해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 부천 상동고등학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올해 9월 1일자로 취임하신 이창구 교장 선생님이 몰고 온 바람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환경 개선이다.


외모에서부터 절도(節度)와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백발의 교장 선생님은 아침 일찍 출근하셔서 학교 주변을 청소하신다. 학생들은 지각을 할까 서둘러 등교하는 시간에 교장 선생님이 든 쓰레기 봉투에는 이미 우리가 무심코 버린 휴지 조각, 과자봉지 등이 가득하다. 보통 청소라고 하면 학생들이 해야 하는데 교장선생님께서 이 추운 겨울에도 왜 아침 일찍 나오셔서 청소를 하시는지. “뭐 취재할 일이 있나?”고 손사래를 치시던 교장 선생님을 만나 궁금한 점을 여쭈어 보았다.

교장 선생님은 “시키는 입장이라고 해서 시키지만 말고 내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교장이 쓰레기를 주우니 학생들도 쓰레기를 덜 버린다. 어느 학교에 부임해서도 그랬다. 가만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확인하고 점검해서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절약의 방안을 찾아본다”고 하셨다.

아침 6시 40분 정도면 어김없이 출근하신다는 교장 선생님은 “이제 일찍 오는 게 습관이 되어서 아무렇지도 않다. 1325명의 학생들에게는 배우기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선생님들에게는 수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밝히셨다.

교장 선생님이 부임하신 후 실내화를 사용하게 된 이유를 여쭙자 “밖에서 신던 신발을 안에서 신으면 그 먼지가 다 몸에 들어가고 건강에 좋지 않다. 그래서 실내화를 신도록 했다. 또 실내화 가방을 들고 다니기 어렵다고 해서 1층에 신발장을 설치하게 되었다”고 설명해 주셨다.

"실내화와 실내화를 구분하니 처음에는 학생들이 번거로워했다. 그러나 차츰 시간이 지나자 이제는 교장 선생님의 뜻을 알았는지 학생들이 감사하다고 말을 적은 쪽지를 건네주기도 한다”고 알려주셨다. 환경이 바뀌면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다. 학생들을 위한 올바른 길이라 한번 마음을 먹으면 바로 실천으로 옮기시는 교장선생님을 뵈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또 교사 시절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나는 담임을 맡았을 때 아이들에게 평소에 영어로 노래를 만들어 항상 부르게 시켰다. 그렇게 매일 하다 보니 영어 대회 같은 데에서도 1등을 많이 했었고 영어 실력도 많이 늘었다. 나는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서 급훈도 ‘안 되는 건 되게 하라’였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학생들에게 독후감을 쓰게 시켰고, 발표를 시켰다. 그 당시에는 한 반에 60명씩 있었기 때문에 발표를 다 하면 60권의 책을 읽은 셈이 된다.”

이런 교육을 받은 제자들이 어느새 중년이 되어 찾아와 그때 읽었던 책이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다고 전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하셨다. “시간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세계를 지배한다. 그림을 그릴 때 풍경화를 그릴 것인지 정물화를 그릴 건지 대상을 정하고 그리면 잘 그려지듯이 인생의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향해 매진할 것”을 당부하셨다.

학부모 임순옥씨는 “교장 선생님의 청소는 단순한 쓰레기 줍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학교와 학생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이런 일을 못한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교장 선생님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학교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니 든든하고 믿음이 간다”라고 하셨다.

우리 교장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지금까지 내가 다녔던 학교의 교장 선생님 중에 아침 일찍 나오셔서 직접 휴지를 줍는 분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매일 등교 할 때마다 쓰레기를 줍는 교장 선생님을 생각하면 손에 들고 있던 휴지가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교장 선생님은 외모는 엄격해 보인다. 그러나 누구보다 희망과 용기를 불러 일으켜주는 자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상동고는 자연의 소리가 들리는 시민의 강이 흐르고 학교의 공원화 정책에 따라 울타리 없는 학교로 지정되었다. 여기에다 교장 선생님이 몸소 실천하시는 환경 사랑에 힘입어 깨끗한 학교로 변하고 있다. 환경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의식도 깨어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천청소년신문 '터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가람 기자는 고등학생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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