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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작가 펄벅, 부천에서 흔적을 만나다

1967년 부천에 소사희망원 설립, 노벨문학상 수상

등록|2008.11.26 21:04 수정|2008.11.26 21:04
미국의 여류 소설가인 펄벅의 <대지>를 읽었다. 펄벅은 부천과 특별한 인연이 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동에 있는 펄벅기념관에 다녀온 후 세계를 무대로 봉사활동을 펼친 작가의 정신에 감동했다. 부천기업인 유한양행 창업자인 고 유일한 박사 부인과의 인연으로 한국을 찾은 펄벅. 1967년 6∙25전쟁의 상처를 안고 있던 전쟁 고아와 혼혈아동들을 모아 부천에 소사희망원을 설립해 사랑을 베풀었다.

미국 여성으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펄벅 여사의 작품을 읽지 않더라도 그의 삶에서 이미 노벨상 못지않은 가치를 발견했다. 그의 삶만큼이나 대작일 것이라는 예감으로 읽어내려 간 대지는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사는 선교활동을 하던 부모님을 따라 15세까지 중국에서 생활했다. 이후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중국으로 다시 가 학생들을 가르치며 <대지>를 펴냈다.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쓸 수 없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역시 중국에서의 경험은 대작을 낳는 밑거름이 된 것 같다.

3부작인 대지, 아들들, 분열된 가정은 중국 농민들의 생활을 간결하고 쉬운 문장으로 그려 내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은 작품이다. 펄벅은 대지로 퓰리처상을 받았으며 3부작을 완성한 뒤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미국에 정착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펼친 여사는 평생 소설과 수필, 평론, 아동서적에 이르기까지 80여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대지의 주인공인 왕룽은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세상의 어떤 보물보다 값진 것이 땅이라고 믿는다. 아버지와 둘이 살았는데 하도 가난해서 차도 제대로 못 마시고 물도 많이 쓰지 못할 정도였다. 장가를 들게 된 왕룽의 신붓감 조건이 요즘 세태와는 전혀 딴판이다. 제1조건이 너무 젊어도 안 되고 무엇보다 예뻐서도 안 된다는 것, 왕룽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가사 일을 돌보면서 겪은 어려움 때문이었다.

선택한 부인은 황 부잣집의 여종인 오란이라는 사람이다. 얼굴은 못생겼지만 부잣집에서 어릴 때부터 일을 해봤기 때문에 말을 잘 듣는다. 부지런하고 사치를 모르는 성격이다. 부부는 성실하게 일해서 대지를 많이 사게 된다는 내용이다. 가난했던 왕룽은 지주가 되자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여자를 알게 되어 결국 첩을 집으로 끌어 들인다.

오란은 남편의 결정에 아무 소리 못하고 따르게 된다. 그런 아픔에도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참아야 했던 오란, 결국 병으로 죽게 되는 오란 앞에 왕룽은 참회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남편의 부당한 결정에도 참아야 했던 여성들의 아픔을 그린 것 같다.

왕룽의 삼촌 또한 기억에 남는 인물이다.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기보다 왕룽에게 의지해 요구만 하는 인물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은 삼촌의 횡포를 감당할 길이 없었다. 왕룽은 삼촌에게 마약을 권하며 병이 들게 만들어 버렸다. 아무리 미워도 마약과 함께 삼촌의 인생을 태우게 한 왕룽은 생각은 짧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

1965년 펄벅 여사에 의해 펄벅재단 한국지부가 설립되었다. 현재까지 40여년 간 한국사회의 편견과 차별 속에 있는 전국의 혼혈 아동과 가족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있다. 펄벅 기념관은 주로 동남 아시아지역에 집중 건립되었다고 한다. 중국을 미롯, 베트남, 타이완, 필리핀, 일본 등지에 있는 것은 미군에게 고통을 받은 나라에 대한 배려 차원이라고 했다. 나라에서 하지 못한 큰일을 하고 떠난 펄벅 여사는 노벨 평화상 받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동안 역사, 과학, 수학 등 비문학 도서를 주로 읽었다. 오랜 만에 읽은 문학 작품이 주는 감동은 컸다. 어떤 자리에 가도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한다. 학원에서도 그렇고 무슨 강연을 할 때도 그렇고 책이야기는 꼭 나온다. <대지>는 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왕룽이 대지를 사랑하고 열심히 일을 했듯이 나도 책을 항상 옆에 두고 열심히 읽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덧붙이는 글 김가람 기자는 고등학생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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