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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는 가난한 사람들만 이용하는 곳?

보건소에서 체력 측정과 상담을 받다

등록|2008.11.27 09:25 수정|2008.11.27 09:25

체성분검사몸에 지방, 근육, 체질량은 어느 정도일까 ⓒ 김선태

흔히 보건소는 의료기관으로 치지 않을 만큼 돈 없는 사람이나 이용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보건소에 가면 오히려 다른 의료 기관에서 받지 못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건소는 일반 의원이나 병원과 달리 65세 이상의 어르신들과 생활 보호자 등은 거의 돈이 들지 않는다. 일반 병의원에서 하지 않은 각종 건강교육이 열린다. 건강을 위한 여러 가지 행사와 심지어 아토피를 극복하기 위한 천연비누만들기 같은 강좌까지 해주고 있다. 그러나 일반주민들은 이를 잘 알지 못한다.

내가 보건소에서 가장 자주 찾는 곳은 체력측정센터이다. 오늘은 내가 만 65세가 되는 날이다. 그래서 나의 체력이 얼마나 형편없이 망가져 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체력측정센터를 찾았다.

매년 해오던 것을 지난해에 하지 못했고 그동안 꾸준히 운동은 했지만 사실 몇 가지 운동을 줄여서 내 몸 상태가 상당히 나빠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 64세 되는 날에 측정한 나의 체력은 44세 체력, 98점 짜리 완전히 성공한 케이스였다. 

그래서 나는 이런 결과를 가지고 나의 건강실천기인 '내장비만 뱃살 싸~악'에서 상당히 자랑스럽게 적곤 하였었다. 그렇지만 이제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또 직장을 그만둔 뒤로 아무래도 조금씩 나태해져 감을 느낀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반성하는 의미에서 측정을 해보고 그 결과에 따라 나의 생활 습관을 다시 정상적인 위치로 되돌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결심을 한 것이다.

나는 요즘 상당히 컨디션이 좋지 않다. 사실은 이미 일주일 이상을 감기와 비염을 앓고 있으며, 오늘도 체력센터를 거쳐 비염치료를 받으러 가야 하는 처지였다. 체력센터에 들어서니 벌써 지난번과 달리 몸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약간 오한이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왕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어 준비를 하고서 측정에 들어갔다.

맨 먼저 체성분 검사를 하는데 벌써 체지방(20.8->25,7)은 늘고 근육량(52.3->49.5)은 줄었다는 것을 수치로 확인 할 수 있었다. 이것만 보아도 ‘아차! 내가 그동안 좀 소홀 하였구나’ 싶었다. 차근차근  체력 측정이 시작 되었다. 평형감각(28->102초)은 다른 날보다 훨씬 우수하게 나오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측정한 수치 중에 가장 오랜 시간을 버틴 기분이었다.

완력 검사(45.6->42.8)에서 약 3kg이나 줄었다. 이것은 그동안 완력계를 놓은 지 4개월이 넘었으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어서 몸 앞으로 굽히기(26.8->24.9)도 최고치에서 약 2cm 모자란 결과이다. 이것을 보면서 다듬지 않은 몸으로 함부로 측정을 신청한 내가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윗몸일으키기복근의 상태를 알수 있는데 ⓒ 김선태


윗몸일으키기(18->16)으로 역시 나빠진 결과이다. 물론 이런 수치는 연령별 평균치보다는 대부분이 훨씬 더 좋은 결과이지만 나의 기록이 이렇게 퇴화하고 있다는 것에 짜증도 났다. 물론 내가 그동안 운동을 조금 소홀히 하였고, 약 10일 동안 제대로 해보지도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빠진 것은 사실 아닌가?

더구나 민첩성을 알아보는 전신반응의 경우(226->293msc)에는 약 30% 이상 둔화되어 버렸다는 말이니 이렇게 되면 영감이 틀림없는 몸이 되는 것이다 싶어서 무척 기분이 좋지 않다. 

어찌 되었든지 내 체력측정의 결과에 의한 판정은 내 체력나이는 53세로 실제 나이보다 12살이 적은 정도이고 체력 점수는 88점이라니까 아직은 건강하고 잘 관리가 되고 있는 셈이긴 하다. 그러나 나의 체력지수에 비해서 너무 많이 나빠진 것이 몹시 속이 상한다. 이제 내년 2월 27일, 법정 만 65세가 되는 날에 다시 측정을 하여서 꼭 20세의 젊은 내 체력을 보여주고 싶다.

체력 측정이 끝나고 나서 '체력진단 및 운동처방'을 가지고 담당자가 친절하게 나의 체력에 대한 분석과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운동 그리고 식사조절 등의 주의 사항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집에서 참고하라고 [노년에 해야 할 스트레칭 운동법]이라는 화보와 [저열량식]이라는 식사요법2 책, 아주 작은 [주머니속의 똑똑한 밥상]이라는 책자 그리고 배 둘레를 측정하도록 줄자까지 선물로 주었다.

이렇게 충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어느 의료기관이란 말인가? 이렇게 체력검사를 마치고 나서 오늘 외출을 한 김에 종로 헌혈의 집을 들렀다. 오늘로 내 생애 30번째 헌혈을 하였다. 앞으로 좀 더하고 싶지만 나의 법정연령 때문에 다음에 단 한 번의 기회가 남아 있을 뿐이다. 만 65세가 되면 더 이상 헌혈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내년 1월 중에 단 한번 하는 것으로 헌혈을 마감해야 한다니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디지털특파원,사울포스트,실버넷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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