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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들의 천국 ‘밀알의 집’

직장 동료들과 '작은 봉사 큰 기쁨'의 비인가 장애우 시설을 다녀왔다

등록|2008.11.29 14:53 수정|2008.11.29 18:21

▲ 장애우들의 보금자리 '밀알의 집'. ⓒ 오승준



광주시 북구 대촌동에 자리잡고 있는 장애인 생활시설 ‘밀알의 집‘. 이곳에는 지체 및 지적장애인(1-3급) 성인 남자 8명이 자립 공동체를 형성하며, 윤영필 목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일반가정과 유사한 환경 속에서 다앙한 일상생활 훈련 등 재활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몸은 비록 불편하지만, 마음은 행복천국으로 살고 있는 것.

▲ 비닐하우스 안의 싱싱한 배추, 시금치, 쑥갓, 치커리 채소들. ⓒ 오승준

▲ 텃밭에 심어진 겨울 김장용 배추. ⓒ 오승준




윤 목사가 사재를 털어 마련한 1200여평의 대지와 밭에 아담하게 지어진 가정집 같은 양옥과 자연학습장인 텃밭, 잔디밭, 비닐하우스, 닭장 등은 이들의 소중한 보금자리이다.

28일 오후 직장동료들과 함께 매달 한번씩 실시하고 있는 작은 봉사를 실천하기 위해 ‘밀알의 집’을 방문했다. 텃밭에서 일하다가 달려와 우리 일행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이곳의 시설 책임자인 윤영필 목사로부터 먼저 시설현황과 장애우들의 생활 실태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들었다.

▲ 거실에 꾸며진 기독교 정신으로 생활하는 '밀알의 집'. ⓒ 오승준



▲ 방안 아래목을 차지하고 있는 메주와 볏짚. ⓒ 오승준




이곳은 비인가 장애우 시설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우들은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힘든 일은 할 수가 없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간단한 방안청소, 고구마 및 무우 캐기 체험, 닭 모이 주기 및 닭장 청소하기 정도라고 한다.

윤 목사가 운영하고 있는 '밀알 특수어린이 집'(북구 양산동에 있는 장애인 어린이 시설로서 70여명의 원생들이 학습하고 있음)의 원생과 직원들, 그리고 주변 교회에서 가끔씩 방문하여 텃밭 가꾸기와 환경정비 등을 도와 주기는 하지만, 평상시에는 윤 목사, 공익요원 1명, 윤 목사의 아버지 윤기현(83)씨가 이곳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 축사에는 100여 마리의 닭과 7마리의 칠면조가 살고 있다. ⓒ 오승준


10여평 되는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에는 시금치, 쑥갓, 치커리, 배추 등이 푸르름을 한껏 과시하며 풍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또 주변 텃밭에는 사람 팔뚝보다 더 큰 무와 배추, 파릇 파릇한 파, 토실토실한 토란 등이 곧 닥칠 겨울 김장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였을 때에도 윤기현 할아버지와 장애우들이 텃밭에서 캐 온 토란을 열심히 다듬고 있었다.

무농약 무공해 채소들을 손수 심고, 가꾸고, 수확하여 장애우들의 식탁에 올리는 것을 감사와 큰 보람으로 알고, 그들과 동고동락 하면서 참된 예수 사랑을 펼치고 있는 윤 목사 가족들의 분주한 몸짓에서 진정한 봉사와 사랑의 참 의미를 느꼈다.

▲ 토란을 다듬고 있는 윤기현 할아버지와 장애우들. ⓒ 오승준

▲ 토실토실한 토란. ⓒ 오승준


축사 앞에 자리 잡고 있는 정자 난간에 매달려 있는 무 잎을 삶아 말려놓은 무청이 마치 아름다운 한폭의 풍경화처럼 가슴을 치고, 주변에 심어 놓은 다양한 유실수(매실, 석류, 감, 배, 모과 등)와 넓다란 잔디밭이 피안의 언덕처럼 눈을 어지럽혔다.

한가롭게 노니는 닭장 앞 100여 마리의 통통한 닭들이 이곳에서 직접 가꾸는 무공해 채소들과 더불어 이곳 사람들의 또 다른 건강보약이다.

집안으로 들어가 장애인들의 잠자리도 살펴 보고, 그들과 정담도 나누었다. 방안은 정리정돈이 잘된 소박한 서민들의 아늑한 방이었다. 모두가 다정한 우리가족이요, 이웃이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모과, 시래기, 따끈따근한 방 아랫목을 차지하고 있는 메주와 볏짚들이 고향의 진한 향수로 다가와 가슴팍을 쳤다.

▲ 닭장 앞 정자 난간에 매달려 있는 무우창. ⓒ 오승준



주변의 뜻있는 후원자들의 도움과 윤 목사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의 손길에 힘입어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장애인들. 그들의 눈빛과  표정에 밝음과 여유로움이 가득 배어 있다.

장애인 김성복(가명)씨는 "밀알의 집에 들어 온 지 10여년이 되었지만, 목사님이 워낙 부지런 하시고, 우리들의 삶을 꼼꼼히 챙겨 주시기 때문에 생활하는 데 전혀 부족함이나 불편함이 없다. 행복하다"며 "이곳은 우리 장애인들의 지상천국이다. 이제 이곳을 떠나서는 살 수 가 없다"고 말했다.

▲ 직원들이 십시일반 마련한 금일봉을 윤영필 목사에게 전하고 있는 광주시청 최연주 과장. ⓒ 오승준



윤영필 목사는 '밀알의 집'에 대해 "20여년 전에  밀알 선교단(기독교 봉사단체)활동을 하면서 만난 장애우들과 가족과 같이 지내다가 주변의 권유로 1992년 북구 중흥동의 한건물을 빌려 '밀알의 집'이라 명명하고, 장애우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되었다"며 "5년 전에 이곳으로(사재를 털어 마련한 집) 이사를 와 정착했다"고 말했다.

무를 손수 깎아 방문객들의 입에 넣어주고, 말린 무청을 나누어 주는 윤 목사의 착한 모습과 넘치는 시골 인심에 우리 일행들은 도리어 부끄러움 가득한 마음으로, 그러나 '작은 봉사 큰 기쁨'의 희열을 맛보며, '밀알의 집'을 나섰다.

다음에 올때는 맛있는 삼겹살 등을 사가지고 와 잔디밭에서 장애인들과 다정하게 식사 하면서, 가족 같은 깊은 정 무진장 나누리라 생각하며….

▲ 사재를 털어 16년동안 장애우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그들의 부모 노릇을 하고 있는 윤영필 목사. ⓒ 오승준

덧붙이는 글 '밀알의 집' 후원 문의 : 062-433-4833(윤영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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