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하구 '습지보호구역 확대 지정' 논란
환경부 '협의 요청'·부산시 '어업 피해'... 환경단체 '연석회의 열자'
▲ 아미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구 전경. ⓒ 습지와새들의친구
"2005년 6월 5일 부산광역시장은 취임 1주년 기념사에서 명지대교 아래 남단을 습지보호구역으로 확대 지정할 것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은 어민 반발을 이유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한다. 부산시는 신뢰회복의 차원에서도 습지보호지역 확대지정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국제적인 철새도래지... 대마등, 장자도 등 확대 요구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삼각주인 낙동강 하구는 국제적인 철새도래지다. 정부는 1999년 8월 부산 사하구 신평, 장림, 다대동 일원 해면과 강서구 명지동 하단 해면 등 총 34.20㎢에 걸쳐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했다.
습지보호구역 확대 대상 지역은 기존 습지보호지역 해면 경계와 명지대교를 경계로 둘러싸인 을숙도 하단부다. 기존 습지보호지역 해면부 내 섬인 대마등과 장자도를 포함하고, 기존 습지보호지역 서북단 경계선에서 신호지방산업단지 동측 해면부를 따라 남으로 내려와 진우도 동쪽 갯벌과 기존 습지보호지역 서남단 경계선을 잇는 해역을 포함한다.
명지대교 남쪽 을숙도 하단부 1.78㎢, 대마등 0.25㎢, 장자도 0.46㎢를 비롯해, 기존 습지보호지역 서측 해역 등 1.40㎢를 포함하는데, 이렇게 되면 습지보호구역은 현재 34.20㎢에서 38.09㎢로 넓어진다.
을숙도 하단부를 비롯한 대마등과 장자도는 수로와 갯벌이 발달하고 세모고랭이와 갈대군락 등을 이루고 있어 멸종위기종(2급)인 큰고니, 고니, 솔개, 재빛개구리매와 희귀종인 황조롱이의 주서식처로 알려져 있다. 또 이곳에는 고라니와 너구리, 대륙족제비 등의 포유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 낙동강 하구 대마등 중앙 수로. ⓒ 습지와새들의친구
환경부 '확대지정 협조 요청'-부산시 '어업인 피해 발생 반대'
확대지정을 놓고 환경부와 부산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007년 6월 부산시에 보낸 공문을 통해 낙동강하구 습지보호지역 확대지정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당시 환경청은 공문을 통해 "낙동강하구 습지보호구역내 명지대교 건설로 인하여 수반되는 습지생태계의 훼손에 상응한 습지보호구역 확대지정 협의에 따라 2005년 6월 5일 부산광역시장 취임 1주년 기념사에서 명지대교 아래 남단을 습지보호구역으로 확대 지정할 것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 환경청은 "낙동강하구 습지보호구역 확대지정이 계획된 을숙도 명지대교 남단, 장자도, 대마등, 진우도 등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각종 희귀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서식·도래하는 습지생태계의 보고로서 보호가치가 매우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환경청은 "관계기관 협의와 전문가 의견수렴, 조사내용 등을 바탕으로 낙동강하구 습지보호구역을 확대 지정함과 더불어 기존 습지보호구역 경계를 명확히 하여 보호구역을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부산시는 확대 지정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9월 환경부에 보낸 공문을 통해 "진우도 인접 해역은 관내 어업인들의 주 조업구역이다"라며 "습지보호지역 확대는 어장축소와 생산성 저하로 어업의지를 상실하고 있는 어업인들의 조업어장을 더욱 축소시켜 조업환경 악화의 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이 일대에는 ▲낙동강하구둑 축조 ▲신호·녹산산업단지 조성 ▲부산신항만개발 등이 추진되었거나 계획되고 있다. 부산시는 "어업 관련 인·허가시 별도의 행정절차 이행으로 어업권 행사에 제한요소가 되어 수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습지와새들의친구 "환경부-부산시-환경단체 연석회의 열자"
▲ 낙동강 하구 대마등에서 발견된 고라니(위)와 너구리의 발자국. ⓒ 습지와새들의친구
습지와새들의친구는 29일 낸 자료를 통해 "환경부, 부산시, 환경단체 연석회의를 제안한다"면서 "이런 연석회의 석상에서 잘 잘못이 가려지고 습지보호지역 지정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낙동강하구에서 시급히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야할 지역은 진우도 북단의 녹산, 신호갯벌"이라며 "시급히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야할 지역은 외면한 채 이루어지는 습지보호지역 지정은 철회되어야 하고 환경부는 원안대로 이를 지정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시의 입장에 대해, 이 단체는 "부산시는 어민반발 등으로 동의하기 어렵다하나 어떠한 주민설득 작업등을 행하지 않았고,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더라도 기존어업권과 관행어업에 대해서는 제약을 두지 않으므로 어민피해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27일 부산시와 환경부 관계자로부터 관련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이 단체는 "부산시와 환경부의 주장이 서로 상반된다"며 "환경부는 부산시가 반대해서 못한다고 하고 있으며 부산시는 반대를 얘기한 적이 없으며 부산시 의사와 환경부가 지정하면 된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석회의가 필요하다는 것.
습지와새들의친구는 "낙동강하구 습지보호지역 지정과 관련한 환경부의 최종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부산시의 신뢰성을 상실한 행정은 향후 협의를 통한 낙동강하구 문제해결에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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