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수도권은 '심장마비', 비수도권은 '영양실조'

[주장] 수도권 규제완화 무엇이 문제인가?

등록|2008.11.29 15:50 수정|2008.11.29 18:23
정부가 기업환경개선과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포장으로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국가 균형발전과 정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비수도권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정책이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수도권 산업단지 내 공장 신증설과 이전에 관한 규제가 대폭완화 된다. 이에 따라 관광지조성사업 상한 제한이 풀리고 대형건축물과 폐수비발생 공장의 신.증설이 허용되는 등 공장총량제가 무력화 되고 사실상 수도권의 규제가 없어진다.

그동안 정부는 공장총량제를 실시해 자칫 심장마비에 걸릴 수도 있는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법으로 제한해 왔다. 이로 인해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이주 되고 신설되도록 유도했으며 국토의 균형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완화로 지방 산업의 고사와 지역경제 기반은 송두리째 무너트려 지방은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릴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대한민국이 양분되도록 갈등을 조장하는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기업의 유턴현상과 입주 문의마저 뚝 끊긴 비수도권

이번 정부의 정책은 지방에 이전하려던 기업을 수도권에 눌러 앉게 할 뿐만 아니라, 지방기업마저 수도권으로 빨아들여 지방 공동화 현상을 부채질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립과 갈등의 골을 깊게 할 것이다.

실제로 규제완화 발표 이후 충북 증평산업단지에 입주하려던 SK케미컬이 사업의 전면 보류와 입주 철회를 검토하고 있고,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생산연구시설을 건립하려던 제일약품도 입주계약을 해지하는 등 지방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충북의 자치단체마다 열악한 재정자립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체의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지만 간간이 있던 투자 문의마저 수도권 규제완화 발표 이후 지금은 뚝 끊긴 상태다.

지방 산업단지는 황무지로, 혁신도시는 반쪽으로 전락

현재 충북 음성군에는 용산, 원남, 감곡 산업단지를 비롯해 태생국가산업단지 등이 추진되고 있고 혁신도시 건설이 초읽기에 들었다. 정부의 이번 정책으로 음성군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았다.

음성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지자체마다 기업들의 부지 확보와 입지에 어려움을 덜어 주고자 산업단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규제가 풀릴 경우 수 천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조성하는 산업단지는 잡초만 무성한 황무지로 전락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한 새 정부 들어 공공기관 통폐합으로 가뜩이나 축소된 혁신도시 건설에도 악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도시에 입주할 공공기관과 관련된 수도권 소재 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해야 시너지 효과를 가져와 자족도시로써의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전 대상 공공기관의 협력업체들을 지방으로 이끌 유인요소를 감소시켜 기업 유치를 힘들게 해 반쪽짜리 혁신도시로의 전락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비수도권의 입장 함께 고민, 수도권 블랙홀 상쇄시켜줄 조치 나와야

수도권은 비수도권과 비해 비교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비수도권은 수도권에 의존 할 수 밖에 없는 경제구조로 돼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앞서 수도권 블랙홀에 대한 공포감을 상쇄시켜 줄 수 있는 조치들이 우선돼야 한다. 변용환 한림대 교수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장한 것처럼 실효성 있는 광역경제권별 산업육성, 지역 간 재정이전, 조세차별화 등의 틀을 법률과 제도로 보장해 기업이 활성화된 삶의 터전으로 만들어야 한다.

수도권 과밀로 인한 사회비용 증가를 막기 위해서라도 여전히 규제가 필요하다. 또한 국토의 균형 발전을 선행하고 수도권 규제를 풀어줄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비수도권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진보와 보수를 떠나 뜻을 같이 하는 모든 단체들이 '수도권 규제완화'가 철회될 때까지 단결하고 투쟁해야 한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에 매달리는 입장이 돼버린 비수도권 국민들의 입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변 교수의 조언을 곱씹어 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