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막이 공사'로 겨울 준비 끝
[동영상] 기름을 사고 김장만 하면 따뜻하게 겨울 날 수 있을 것 같아요
▲ 외벽이고, 창틀과 벽 사이가 벌어져 바람이 솔솔 들어와 바람막이를 하지 않으면 엄청 춥다 ⓒ 김동수
우리집은 30년 이상 된 재래시장 안에 자리잡고 있다. 30년 전에 지은 건물이라 단벽이다. 블록 하나만 있기 때문에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특히 창틀과 벽 사이 틈이 벌어져 바람이 많이 들어온다. 새집 증후군은 전혀 없지만 겨울바람이 벽사이로 들어올 때마다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 좋은 집에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아이들은 어릴 때 감기를 달고 살았다. 해마다 11월 말이 되면 우리집은 바람막이 공사로 분주하다. 기름값을 절약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쌩쌩 부는 바람 때문에라도 공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비닐를 이용해 하는 공사기 때문에 돈도 별로 들지 않는다. 8년 전에 1만원 주고 산 비닐과 쫄대를 계속 쓰고 있으니 '공사'라고 부르는 것 치곤 꽤나 싸다. 비닐과 쫄대, 망치만 있으면 바람막이 공사 준비는 끝이다.
▲ 겨울준비에 필요한 것은 비닐과 졸대면 충분하다 ⓒ 김동수
바람막이 공사는 별로 어렵지 않다. 쫄대에 본드를 발라 벽에 붙인다. 쫄대는 한 번만 제대로 붙이면 되는데 우리집은 8년 동안 그대로 잘 버텨주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닐이 울지 않게 평평하게 펴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비닐을 평평하게 펴는 재주가 별로 없다. 아내가 닥달이다. 8년을 했으면서 비닐 하나 평평하게 하지 못하느냐고.
"아니 여기 울었잖아요. 8년을 했으면서 이렇게 하면 어떻게해요."
"그럼 당신이 하든지. 만날 나만 탓하고 바닥이 고르지 않아 탁자가 흔들리잖아요?"
"또 남탓이다. 자기가 못하면 무조건 나보고 하라는 습관은 언제쯤 고칠까."
"쫄대 좀 잡아 주세요! 막둥이 너 탁자에서 빨리 내려가. 넘어지잖아."
"이제는 체헌이 한테 닥달이다. 알았어요."
▲ 쫄대를 벽에 붙여놓고 그 위에 비닐을 통하여 바람막이 공사를 하고 있다. ⓒ 김동수
아내 닥달에 비닐을 평평하게 하고 싶었지만 마음이 비뚤었는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결국 운 상태로 바람막이 공사는 끝났다. 이곳 저곳 운 비닐막을 보면서 내년에는 꼭 평평하게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고, 그래도 바람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다음으로 방바닥에 카펫을 깔았다. 많은 이들이 '카펫'은 비쌀 거라고 생각하지만, 3만원 주고 산 비닐 카펫이다. 처음에는 냄새가 심하기 때문에 하루 정도 바깥에 내놓으면 냄새가 사라진다.
▲ 방바닥에 비닐카펫을 깔고 있다. ⓒ 김동수
비닐 카펫이 얼마나 따뜻할까 의문이겠지만 생각보다 따뜻하다. 3만원으로 기름값을 많이 아낄 수 있다. 3만원으로 3년 정도는 쓸 수 있으니 좋은 카펫을 살 수 없는 집에는 좋은 겨울준비임은 분명하다.
바람막이와 비닐카펫으로 우리집 겨울 준비는 절반이 끝났다. 앞으로 남은 일은 기름을 사는 것과 김장을 하는 것이다. 기름은 다음 주 쯤에 넣기로 했다. 김장은 12월 중순쯤 한다.
김장까지 끝나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으리라는 마음이 든다. 시작이 반이라 하지 않았는가? 오늘 우리집은 바람막이와 비닐카펫으로 겨울 준비를 했다. 다른 집에 비하여 더 따뜻한 집은 아니지만 우리 보다 훨씬 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집에 사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다들 따뜻한 겨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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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준비비닐막이 공사와 함께 비닐카펫을 깔면 우리집 겨울준비는 끝난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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