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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들이 거리서 '국가보안법 폐지' 촛불 들다

[현장] 간디학교 학생, 29일 촛불 들고 '열린음악회'... 50여 명 모여

등록|2008.11.29 21:16 수정|2008.11.29 23:18

▲ 간디학교 학생들은 29일 저녁 진주 차없는거리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 윤성효



고등학생들이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열린음악회'를 열었다. 경남 산청 소재 간디학교 학생들은 29일 저녁 진주 차없는거리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촛불문화제의 제목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최보경 선생님을 지키기 위한 열린음악회'다. 간디학교 학생들이 마련한 행사였는데, 학생과 교사, 시민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국가보안법은 1948년 12월 1일 만들어졌는데, 올해는 60년째. 이날 촛불문화제는 그날을 며칠 앞두고 열어 더욱 의미가 컸다.

간디학교 학생들이 이곳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치며 촛불문화제를 열기는 세 번째. 촛불문화제는 이날 오후 6시30분에 시작해 저녁 8시경 마무리 되었다. 바람이 불고 쌀쌀한 날씨 속에 진행되었는데, 사회를 맡은 김찬욱(고2)군은 "촛불을 켜서 다뜻하게 지내자"고 말했다.

▲ 국가보안법 폐지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율동에 맞춰 손을 들어 응원하고 있다. ⓒ 윤성효


최보경 교사(역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최 교사는 오는 12월 18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4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날 학생들은 거리에 책상을 놓고 지나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재판부에 낼 탄원서 서명을 받기도 했다.

또 학생들은 간디학교 학생․학부모․교사대책위가 만든 "최보경 선생님을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들은 유인물을 통해 “제발 우리 학교 역사 선생님을 구시대 악법인 국가보안법으로부터 지켜주세요. 우리가 계속해서 최보경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정치적인 연설보다 공연 위주로 진행되었다. 현장에는 "우리 민족의 평화통일을 가르친 것이 죄가 되나요. 우리 선생님 최보경 선생님을 지켜주세요"라는 펼침막을 설치해 놓았다.

▲ 간디학교 학생들이 29일 저녁 진주에서 연 촛불문화제에는 50여명이 참석했다. ⓒ 윤성효


간디학교 댄스 동아리 '언니네'와 민중가요 동아리 '코다(코끼리 다리)' 등이 율동을 선보이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또 교사 3명이 화음을 맞춰 노래를 부르기도 했으며, 박준태(고1)군은 팬플룻으로 '거위으 꿈'을 연주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손원진(고1)군은 "국가보안법은 구시대의 유물이다"면서 "그것 때문에 선생님의 가정도 힘들고 학생까지 힘들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을 갖고 그런다"고 말했다.

황기하(고2)양은 "말이 안 된다, 아이들한테는 창의적인 생각을 하라고 하면서 아이들이 창의적인 생각으로 이상한 것을 만들면 국가보안법으로 문제 삼을 것 아니냐"면서 "그 법은 인간의 자유를 펼칠 수 없도록 한다,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 간디학교 학생들은 진주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치며 29일까지 세 차례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 윤성효


두헌이 엄마라고 소개한 한 학부모는 마이크를 잡고 "웬만해서는 이런 자리에 나오지 않고 남 앞에서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면서 "그런데 학생들이 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아 저절로 나오게 되었는데, 선생님을 위해서 학생들이 나선 것을 보니 대견스럽다. 앞으로 다른 어려운 사람을 위해 신경 쓰고 활동하는 학생들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찬욱군은 "오늘 열린음악회는 국가보안법 폐지와 최보경 선생님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날씨가 춥더라도 무분별하게 국가권력을 휘둘러 것에 촛불을 들고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최보경 교사를 비롯해 진주지역 몇몇 교사들도 참석했다. 최보경 교사는 오는 12월 1일 광주YMCA 회관에서 열리는 '국가보안법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해 증언할 예정이다.

▲ 간디학교 1년 박준태군이 팬플룻을 연주하고 있다. ⓒ 윤성효


▲ 간디학교 학생들이 마련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 윤성효


▲ 간디학교 교사들이 '국가보안법 폐지' 염원을 안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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