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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끝물막이 공사 2년 7개월 뒤, 새만금은?

습지보존 외친 '2008 람사르총회' 무엇을 남겼나

등록|2008.11.30 14:07 수정|2008.11.30 14:07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4일까지 8일간 경남 창원에서는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이하 람사르총회, http://www.ramsar2008.go.kr/, 총회가 끝난 지 한 달도 안지났는데 홈페이지가 사라졌다)가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이란 주제로 열렸습니다.

환경부와 경상남도가 주관하고 국내외 환경단체와 환경활동가들이 결합(세계NGO대회)해, 우포늪과 주남저수지, 순천만 일대 습지를 중심으로 치뤄진 람사르총회는 많은 것을 생각케 했습니다.

* 습지보전을 위한 환경올림픽 2008 람사르총회 http://www.greenkorea.org/campaign/2008_ramsar/

* 환경부 람사르총회 및 습지 설명자료
http://daegu.me.go.kr/sosok/common/board/board.jsp?id=dg_policy&mode=view&idx=302910

▲ 2008람사르총회가 경상남도 창원에서 열렸었다. ⓒ 환경부


▲ 경상남도내 습지 ⓒ 환경부


무엇보다 지난 2006년 4월 21일, 과거 정부에 이어 노무현 참여정부와 대법원(3월 15일 새만금 소송 판결로 공사재개)은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와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그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해안습지인 새만금을 갯생명과 어민들의 생명줄인 해수를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로 막아버린 뒤 2년 6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 세계 최대규모의 해안습지인 새만금 ⓒ 이장연


2005년 우간다에서 열린 람사르총회에서 2008년 올해 차기회의 개최국으로 한국이 결정되던 당시에도, 참여정부와 환경부, 전라북도, 한국농촌공사, 건설업체들은 '자연생태계의 보고'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습지인 새만금을 파괴하고 있었습니다.

▲ 지난 2005년 10월부터 2006년 4월 끝물막이 공사가 있기 전까지 환경단체 회원, 시민, 종교인 등이 새만금 방조제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매일 같이 촛불을 밝혔었다. 사진은 2월 2일 습지의날 거리 기자회견 모습. ⓒ 이장연


거대습지를 파괴하는데 앞장서고, 그것도 모자라 람사르총회가 열리는 경상남도를 비롯해 전국 곳곳 연안·내륙습지(논)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매립하면서, "습지보존"을 떠벌리는 자리를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연 것입니다.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람사르총회, 그러다보니 습지를 개발과 경제성장의 도구로 전락시킨 이명박 정부의 허울뿐인 "녹색성장"을 선전하는 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새만금살리기는 이제 포기한 듯싶은 기성환경단체들이 행사장 주변에서 이런저런 퍼포먼스와 집회를 벌이면서 습지보존을 역설하긴 했지만, 그것은 한반도대운하를 재추진하려는 '불도저' 정부에게 전혀 먹히지 않은 씨알이었습니다.

이미 새만금특별법안이 통과(투자촉진을 빌미로 국회에서 특별법 개정을 앞두고 있다)되어 연안개발특별법과 함께 갯벌 생태계뿐만 아니라 갯벌에 의지해 살아온 연안 주민들의 생존권까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새만금 연안 어민분들은 하루가 다르게 죽어가는 말라가는 갯벌을 지켜볼 수 없어 해수를 유통시키라며 기름값도 댈 형편이 안 되는데 배를 타고 여러 차례 해상시위까지 벌여왔습니다.

▲ 2006년 2월 새만금 공사현장 모습 ⓒ 이장연


▲ 새만금 방조제로 해수가 원활히 유통되지 않아 고깃배들은 움직일 수가 없다. ⓒ 이장연


▲ 해상시위를 벌이고 대규모 지역집회를 벌여도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멈추지 않았다. ⓒ 이장연


하지만 새만금이란 거대한 땅덩이와 개발에만 눈이 먼 이들은 여전히 이 목소리를 듣지 않습니다. 일본의 이사히야만도 10년 전인 1997년 물막이 공사로 이사히야만을 둘러싼 아리아케해의 수질이 심각하게 오염되고 어획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바다가 죽어버리자, 어민들뿐만 아니라 과학자, 변호사, 시민들까지 나서서 방조제 수문개방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그것을 새만금이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아니 시화호가 썩어가는 것을 목격하고도 몇 년 동안 주민들이 새만금 방조제의 일부인 "4공구를 트라"는 주장을 묵살해 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농촌공사는 새만금 바다와 갯벌의 마지막 숨통인 배수갑문까지 막아버렸습니다. 어패류가 집단패사하고 악취가 진동하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갯벌이 꽃피는 봄에 새만금에 가렵니다!!

탐욕스런 인간과 문명, 개발압력으로 점차 사려자가는 습지와 습지에 서식하는 수많은 생명들을 보전하기 위해 1971년 2월 이란의 람사르에서 만들어진 국제환경협약에 101번째로 가입하고 8개의 람사르습지가 있다고 자랑했지만, 정작 새만금과 갯생명, 어민들의 삶을 지켜내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이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깝고 분하기만 합니다.

▲ 지난 2005년 1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새만금을 시민들과 찾았다. 방조제 공사로 더 이상 볼 수 없을지 모르는 새만금을 기억하기 위해... ⓒ 이장연


▲ 해창갯벌에서 문규현 신부님과 아이들, 시민들과 함께 ⓒ 이장연


그렇다고 그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자문해 봅니다. 새만금 끝물막이 공사를 50여일 앞둔 시점에서야 어렵게 '새만금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국민회의'를 꾸리고, 시민과 언론에 새만금과 어민들의 삶과 생명을 지켜달라고 외치고 매서운 추위속에서 광화문 거리에서 촛불을 밝혔지만, 우리의 정성과 노력, 치열함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나 싶기 때문입니다.

▲ 매서운 추위에도 촛불을 밝혔었다. 그 때 블로그를 제대로 알았다면... ⓒ 이장연


그래서 이 추운 겨울이 지나고 땅이 녹는 새봄이 오면 저는 자전거를 타고 새만금을 찾을 생각입니다. 끝물막이 공사 이후 새만금을 찾지 못한 미안함과 부끄러움 때문에 늘 가슴 한구석이 시렸습니다. 그 가슴아픈 통증을 드넓은 갯벌과 바다, 파란 하늘아래 내려놓고, 생명이 매마른 갯벌에 바닷물이 흐를 수 있도록 곡괭이라도 들어봐야겠습니다. 저 거대한 방조제를 거둬낼 곡괭이를 말입니다.

▲ 2006년 3월 19일 새만금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를 막기 위해 사람들은 방조제로 몰려들었다. ⓒ 이장연


▲ 그 때 함께 했던 사람들과 함께 새만금을 살려내고 싶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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