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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엄지짱] 사진에 '한이 맺혔던' 나의 어린 시절

등록|2008.12.01 09:37 수정|2009.01.20 15:00

▲ 제가 사랑하는 아이들과 조카들의 어렸을 적 익살스런 모습입니다. ⓒ 홍경석


저는 본디 빈궁하여 사진이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만이 유일한 학력인데 그러나 초등학교의 졸업식 날에도 역전에 나가 돈을 버느라 불참하게 되었지요.

하여 초등학교의 졸업앨범에도 정작 저의 사진은 없습니다. 그 졸업앨범 역시도 수십 년이 지난 다음에야 초등학교 동창생이 카피하여 주는 바람에 그나마 간직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조만간 도래하는 날이 바로 선친의 기일입니다. 하지만 선친 역시도 생전에 사진은 달랑 딱 한 장만 남기곤 작고하셨지요. 그처럼 평소 사진에 '한이 맺혔던' 관계로 제가 모 카메라 대리점의 영업부장을 하던 과거엔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원 없이' 찍었습니다.

카메라 영업을 했던 즈음엔 제주도만 빼곤 전국을 모두 가 봤습니다. 위로는 판문점에서부터 강원도 거진과 간성까지, 아래로는 전남의 진도까지도 가서 고운 풍경을 두루 찍어 두었지요.

그같은 사진에 대한 '열정'은 아이들이 자랄 적에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세월이 가도 남는 건 오로지 사진뿐이란 생각이 작용한 때문이었음은 물론이죠.

이 사진은 아이들이 집 앞의 제 차 트렁크에 들어가 익살을 부리는 장면을 찍은 것입니다.
당시는 제가 돈을 '좀' 잘 벌었지요.

하여 동네에서 차가 있는 자는 오로지 저 하나뿐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얼추 거지의 형국이 되어 허덕이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인생사는 어차피 길흉화복이 점철하는 것이고 아울러 고진감래는 반드시 있다는 신앙으로 여전히 무장하고 있으니만치 이담엔 기필코 저도 잘 사는 날은 오리라 믿고 있습니다.

사족이 길었는데 아무튼 사진의 악동 녀석들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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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왼쪽의 녀석은 제 아들인데 현재 충남대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군 전역 후 복학하는 바람에 자기 여동생보다 늦었지만 효심이 극진하고 공부도 잘 하는 저의 병풍이자 버팀목이죠.

그 옆에 서 있는 녀석 역시도 군에서 제대한 뒤 올해 복학한 대전대학교 학생입니다. 의리가 깊어 친구와 선, 후배들이 그야말로 '줄줄이 사탕'이랍니다.

그 다음, 그러니까 왼쪽에서 세 번째의 녀석은 연세대학교 학생입니다. 공부를 잘 한다고 소문이 나더니 그예 자신이 원하던 대학을 가더군요. 이 녀석 또한 심지가 깊어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끝으로 양손을 벌리고 혀까지 날름 벌리고 있는 놈은 제가 늘 사랑하고 극찬을 마다하지 않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그야말로 저의 장중보옥(掌中寶玉) 딸입니다.

제 글을 보신 분들은 익히 아시는 상식일진대 서울대학교 4년 연속 장학생입니다.

이제는 디카가 있어 무시로 아무거나 찍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과거엔 디카의 출시는 휴대폰처럼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지요!

아버님께서 생존해 계셨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디카로 마구마구(!) 사진을 찍었으련만 그러지 못 하는 현실이고 보니 불현듯 또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이 글을 쓰노라니 다시금 아버님이 울컥 그립습니다! (저, 잠시 울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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