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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청소년 보호법' 사태 일어날까 두렵다

보건부는 문화예술을 파탄에 몰아넣으려고 하는가

등록|2008.12.02 08:49 수정|2008.12.02 08:49
최근에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보건부)가 청소년 보호법(이하 청보법) 을 지금보다 더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려고 해 문화예술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영상물등급위원회나 게임물등급위원회 등 세부 분야를 심의하는 단체에서 등급을 심사한 내용을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강제적'으로 재심 신청을 내릴 수 있고, 청소년관람불가(구독 불가) 등급을 받은 매체의 예고편이나 홍보물의 배포가 심각한 제한을 받게 된다고 한다.

사실, 이번 논란은 1997년에 벌어졌던, 일명 '청보법 사태'의 재현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 청소년 보호법을 제정한 문화체육부(현 문화체육관광부)는 청보법을 제정하고 청소년보호위원회(이하 청보위)에서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결'한 만화를 전부 수거하고, 이현세, 이두호, 강철수씨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만화를 그린' 만화가를 구속한 사례가 있다.

문제는 청보위에서 유해하다고 생각한 만화들이 성인 만화였기 떄문에 원래부터 청소년에게 유해할 수밖에 없던 만화였다는 것이다. '청보법 사태'의 결말은 참혹했다. 만화 시장은 급속도로 위축됐고,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성인 만화 분야는 아직도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태다. 동시기에 헌법재판소에서 나온 '음반 사전 심의'에 대한 위헌 판결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상황이었다.

개선했다고는 하나, 아직도 청소년 보호법은 문화예술가들에게 족쇄가 되고 있다. 영화나 게임은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심의하고 있지만 출판물이나 음반 심의에서는 심의의원들의 자의적인 해석이 판을 치고 있다.

다른 소설과 폭력성이 비슷했던 'GOTH'는 판매 금지 처분을 당했고(정작 웃긴 것은 만화판은 문제없이 넘어갔다는 점이다) 최근에 가수 동방신기의 '주문 - MIROTIC'을 포함해 많은 노래들의 가사가 '은근히' 야하다는 이유로 청소년 판매 금지 처분을 당했다. 60년대에 발표된 신중현의 '미인'에서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라는 가사가 야하다는 이유로 금지곡 처분을 받은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음반을 심의하면서 정작 음반 산업 종사자가 없는 청보위, 합리적인 판단이 아닌 심의위원들의 자의적인 해석으로만 이루어지는 청소년 유해물 판정, 그리고 정작 향유 대상인 청소년들이 심의 과정에 전혀 참여를 못하는 현실인데, 보건부는 이 법을 또 개정, 아니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만약, 이 법이 개정되면 1997년에 만화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은 것처럼, 문화계 전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명박 정권의 '역사 교과서 좌편향 논란'과 겹쳐서, 자꾸만 '표현의 자유'가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가는 것 같다. 적극적인 문화예술계의 대응이 필요한 때다.
덧붙이는 글 - 성상민 기자는 고등학생입니다.
- 이기사는 만화 중심의 문화 언론 [만](http://www.mahn.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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