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쇠고기인지 돼지고기인지 구분 못하는 남편

국거리가 돼지고기인가, 찌개거리가 쇠고기인가? 갸우뚱하다가 그만

등록|2008.12.02 11:58 수정|2008.12.02 11:58

▲ 쇠고기와 돼지고기도 구분 못하는 남편. 개떡같이 이야기하면 찰떡같이 알아들을만도 한데... ⓒ 윤태


지난 1일 저녁, 아내가 돼지고기 한 근만 사오라고 합니다. 비계 없는 부분으로 국거리로 한 근만 사오라고 5천원과 적립카드를 줍니다. 고기집에 들어왔습니다. 5천원짜리를 펄럭이며 주문을 했습니다.

"돼지고기 비계 없는 걸로 국거리 한 근만 주세요."
"국거리요? 국거리는 쇠고기인데요."
"예? 아, 분명히 돼지고기 국거리 사오라고 했는데요."
"국거리는 쇠고기이고, 찌개거리는 돼지고기에요. 국거리인가요? 찌개거리인가요?"
"네, 돼지고기 국거리요. 한 근만 주세요."

손으로 한웅큼 고기를 집어 봉지에 담아 저울에 올려놓으니 딱 오천원어치입니다. 돼지고기 한 근이 이렇게 적은가 좀 의아해했지만 별 의심 않고 집으로 왔습니다. 겉옷 벗고 쉬려고 하는데 아내가 울상을 짓습니다.

왜 쇠고기를 사왔냐고 합니다. 어, 이상하다. 분명히 돼지고기 달라고 했는데 내가 사온 게 쇠고기였다니…. 생각해 보니 국거리-쇠고기, 째개거리-돼지고기, 이 관계가 헷갈렸던 모양입니다. 국거리-돼지고기, 찌개거리-쇠고기, 순간 이렇게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정육점에서 국거리인가요? 찌개거리인가요? 하고 물어본 자체도 혼돈을 줬구요.

아내는 가서 돼지고기로 바꿔오라고 합니다. 그냥 쇠고기 쓰면 안 되냐고 물었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거 이참에 쇠고기 한 번 먹어보자고요. 바꿔오기도 좀 쑥스럽기도 하고, 그런데 아내는 쇠고기를 쓰면 우러나는 맛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아내는 바꾸지 말고 그냥 돼지고기를 사오라고 합니다. 잘못 산 쇠고기는 나중에 먹으면 되니까요. 이번에는 국거리인지, 찌개거리인지 확실히 알려달라고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갸우뚱합니다. 물 적당히 넣고 감자, 양파, 돼지고기 넣어 끊이는 것인데, 그것이 국인지, 찌개인지 갸우뚱하고 있습니다.

결국 다시 알려주기를 '국거리든 찌개거리든 중요한 건 돼지고기 잘게 썰어놓은 것'으로 한 근만 사오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한마디 덧붙입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못 알아듣남?"

역시 제 불찰입니다. 정육점 다시 가서 "고기를 잘못 샀네요. 국거리인지, 찌개거리인지 여하튼 잘게 썬 돼지고기 주세요"라고 했습니다.

한 근 3600원어치인데 쇠고기보다 두 배 이상 많습니다. 붉은 색깔도 쇠고기보다 좀 어둡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차이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참 무딘 것 같습니다. 처음에 돼지고기 주문했을 때 색깔이나 양으로 척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것을 간과한 것입니다. 심부름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제 자신.
남자들이 살림, 요리 등 가정사에 무심하다는 반증이라고 할까요?

재밌는 경험담이었습니다.

남편 여러분! 고기 심부름 똑바로 합시다!
덧붙이는 글 티스토리 블로그에 송고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