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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후원금 내면 일자리 보존해 줄래요?"

민노당의 정치자금 모으기 행사와 대기업 비정규직 현실

등록|2008.12.02 22:25 수정|2008.12.02 22:25

민노당 전단지식당 앞에서 나누어준 전단지 일부 ⓒ 변창기



"거긴 괜찮아요? 우리 회사엔 12월 말일부로 16명 계약해지되어 나가야 한다는데"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내 앞에서 일하는 다른 업체 노동자가 대뜸 그렇게 말합니다.

"지금 회사가 어려운데 힘들어도 힘들다 말하지 말고 열심히 일이나 해"

더군다나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앞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에게 심각한 이야기를 들어서 심란한데 이번엔 우리 업체장이 오더니 한마디 툭 던지고 사라집니다.

"시케이디 쪽에 두 업체가 12월 1일부로 폐업처리 됐답니다"
"oo공장 몇 백명, oo공장 몇 백명 짤린데요"

오늘 오전 중에 주변 노동자에게 들은 갖가지 심란한 하청의 고용불안에 대한 정보들입니다.

민주노동당에서 정치자금 모으기 행사 하다

오전 내내 고용불안에 대한 문제로 심란해 있었습니다. 미국의 경제 한파로 인한 여파가 곧장 우리의 고용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원청 사측은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워 팔리지 않는 차종에 대해 단종을 단행하였습니다. 졸지에 할 일 없는 정규직 노동자는 일자리, 일거리 달라 아우성 일 때 수백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계약 해지로 공중분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원청 사측은 공장내 배치전환을 시도하고 정규직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아 정규직에게 넘겨주고 있습니다. 나 또한 자리 보존이 될지 안될지는 내년 초가 되어봐야 알거 같습니다. 그렇게 심드렁한 기분으로 점심시간을 맞았고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민주노동당에 힘을 모아 주십시요."

식당 입구에서 민주노동당 직원인지 당원인지 모르지만 두사람이 서서 전단지를 나누어 주고 있었습니다.

"세액공제 힘모아서 부자정권 맞장뜨자."

앞장을 보니 그렇게 쓰여져 있었습니다. 속을 펴보니 내 표현방식으로 말해서 '정치자금 하게 돈좀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내 심정이 그래서 민주노동당 이미지 옷을 입은 그분들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저는 올 년말에 짤립니다. 만약에 제가 민주노동당에 정치후원금 10만원을 보태주면 내 일자리를 지켜 줄수 있습니까?"

그분들은 그럴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얼마후면 처리될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자리 보존도 못해 줄거면서 왜 돈을 달라고 서서 그럴까요?
좀 분위기 봐가면서 정치자금을 모으던가 말던가 하시지 말입니다. 초상집 분위기에 와서 당신들의 정치 들러리 서라면 누가 서겠나요?

흩어진 진보세력으로는 보수권력에 백전백패

정치가 바뀌면, 법이 바뀌면 우리같은 민초들 삶이 뭐가 달라 지나요?
저는 민초로 이제까지 굴러 다녔는데도 바뀌는거 한번도 못봤습니다.

미포조선 하청업체 용인기업 노동자를 보십시오. 현대차 하청업체 노동자를 보십시오. 대법원에서 노동부에서 불법파견 판정 났는데도 그대로 잖아요. 정규직 안시켜 주잖아요. 법있으면 뭐한답니까? 법있어도 지켜지지 않는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인데.

제가 볼땐 말입니다. 법 바꾼다고 정치세력 교체 한다고 팍팍한 민초들 삶의 위치가 하루아침에 상승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진보세력은 가진자들의 세상에서 노동자들의 세상으로 바꾸자고 말합니다. 강부자 정권이랑 맞장 뜨자구요? 그러나 당신들, 지금 그 상태로는요. 절대로 부자정권 밀어낼 수 없습니다. 모래가 산더미 같아도 작은 돌맹이 하나 깨뜨리지 못함과 같은 이치이지요.

진보세력, 당신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고 제각각 주장하는 내용이 다릅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그 밖의 수만은 진보세력 조직들. 솔직히 똑똑하지도 않고 가방줄 짧은 저는 정치에 대해 전혀 모릅니다. 그런 제가 보기에 진보세력 또한 강부자 정권, 보수세력 못잖은 정치적 야욕을 품고 있는거 같습니다.

정말 올바르게 돌아가는 세상을 갈구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정치노선가지고, 사상가지고, 이념가지고 왈가왈부 논쟁하거나 시도때도 없이 뭉쳤다가 갈라졌다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기가 최고로 잘났고 자기가 으뜸이고 자기 주장만이 옳다고 양보없는 욕심으로 뭉친 조직. 보수 정치인이 부자들 들러리 세워 권력유지 하려는 것이나 진보 정치인이 민초들 들러리 세워 호의호식 하려는거나 다를바 있을까요?

왜일까요? 민주노동당이 대기업 식당앞에서 정치자금 모금하는 모습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드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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