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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첫 지면파업에 정부여당 '백기'?

[지역언론 별곡 258] '조삼모사 언론정책'에 울고 웃는 지역신문들

등록|2008.12.03 09:07 수정|2008.12.03 09:53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 기반을 조성하여 여론의 다원화, 민주주의의 실현 및 지역사회의 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제1조(목적)에 명시된 문구다. 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 등 현업 언론단체는 물론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언론학계의 노력 끝에 여·야 합의로 2004년 3월 22일 제정된 법이다. 이 특별법에 따라 2005년 250억원, 2006년 250억원, 2007년 200억원의 기금이 지원됐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이하 지발위)가 2005년 첫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 신문사를 선정해 발표할 당시만 해도 항구적인 지원제도로 착각한 신문들도 많았다. 경쟁률 또한 치열했다. 처음 선정된 신문사는 일간지 5개사에 불과했다. 당시 지역 일간지에는 <경남도민일보>, <국제신문>, <부산일보>, <인천일보>, <한라일보>가 선정됐다.

옥석 가린다던 지역신문발전지원법...한시적 특별법임을 몰랐나? 

여론 다양성 말살 정책...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지난달 26일 오후 2시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조합원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지역신문 여론다양성 사수' 결의 대회를 열고, 이명박 정권의 여론 다양성 말살 정책에 맞서 전면 투쟁을 펼치겠다고 경고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지발위는 "사업 첫해, 엄격한 지원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옥석을 가리는 지원특별법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준을 맞추느라 전국 각 지역신문들은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치면서 경쟁을 벌여 왔다. 다음 해인 2006년에는 전국 18개 지역일간지와 41개 주간지가 선정됐다. 일간지가 대폭 늘었다.

우선지원 대상사에 선정된 일간지는 <인천일보>, <경기일보>, <경인일보>, <강원도민일보>, <경남도민일보>, <국제신문>, <매일신문>, <무등일보>, <부산일보>, <새전북신문>, <영남일보>, <전남일보>, <제민일보>, <중부매일>, <충북일보>, <충청투데이>, <한라일보> 등 18개사였다. 지역별로 고루 분배하는 듯했다.

이들 신문사들은 1년간 경쟁력 강화, 공익성 구현, 조사연구·연수교육, 인프라 구축, 정보화, 여유자금 분야 등에서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직·간접 지원을 받아 왔다. 이어 지발위는 전국 21개 지역일간지와 38개 지역 주간지를 2007년도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 대상사로 선정했다.

우선지원 대상사로 선정된 일간지는 <인천일보>, <강원도민일보>, <강원일보>, <경기일보>, <경남도민일보>, <경남신문>, <경상일보>, <경인일보>, <국제신문>, <매일신문>, <부산일보>, <새전북신문>, <영남일보>, <전남일보>, <전북도민일보>, <전북일보>, <제민일보>, <중부매일신문>, <충북일보>, <충청투데이>, <한라일보> 등 21개사였다.

이때부터 옥석이 가려지기 시작했다. 시행 첫 해부터 3년 연속 선정된 신문사가 주목받은 것이다. <인천일보>, <경남도민일보>, <국제신문>, <부산일보>, <한라일보> 등 5개사에 불과했다. 4년차인 2008년도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 언론사로는 일간지 20개사, 주간지 42개사 등 총 62개사가 선정됐다. 일간 34개사, 주간 68개사 등 총 102개사가 지원한 선정결과를 분석해보면 전년도에 비해 일간지는 한 곳이 줄어들고 주간지는 네 곳이 늘어났다.

일간지는 <강원도민일보>, <강원일보>, <경남도민일보>, <경남신문>, <경상일보>, <경인일보>, <국제신문>, <매일신문>, <부산일보>, <영남일보>, <전남일보>, <전북도민일보>, <전북일보>, <제민일보>, <중도일보>, <중부매일신문>, <충북일보>, <충청타임즈>, <충청투데이>, <한라일보> 등 20개사다.

"언론윤리 훼손...지면 사사로이 악용하는 사례 적지 않아"

지발위가 선정한 그동안의 결과를 보면 일간지의 경우 2005년도 5개사, 2006년도 18개사, 2007년도 21개사, 2008년도 20개사에 달했고 주간지의 경우 2005년도 37개사, 2006년도 41개사, 2007년도 38개사, 2008년도 42개사에 해당됐다.

그러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지역 일간지가 수적으로 가장 많이 난립된 광주·전남, 전북, 경기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선정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신문사는 많아도 엄격한 선정 기준에 미달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발위가 선정결과를 놓고 "언론윤리를 훼손하는 고질적인 병폐가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지면을 사사로이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개선이 필요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강조한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한시적인 지원제도이긴 하지만 취지와 목적은 그럴싸했다. 그러나 시행 과정에서 '나눠 먹기 식' 또는 '지역신문 길들이기용'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물론 탈락 신문사들의 항변에서 묻어났다. 이 때문에 2007년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과 대통합민주신당 이상민 의원이 낸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관심을 끌었다.

대표발의자인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은 "2004년 제정된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은 6년 한시법으로 지역 신문의 재정자립, 전문성 강화로 지역여론을 형성하는데 한계가 있어 개정안을 만들게 됐다"고 당시 밝혔었다. 그러나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17대 국회 임기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그런데 불과 1년 사이에 "한나라당은 4대 신문지원기구 통폐합 및 2010년 시한 만료를 앞두고 있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의 자동폐기 등 지역신문을 고사시킬 최악의 정책을 정부와 함께 밀어붙이고 있다"는 강한 비난을 지역신문들로부터 받고 있다. 전국 11개 지역신문들이 지난달 27일 이명박 정권의 지역언론 정책을 비판하는 공동기사와 광고를 일제히 게재했다.

그동안 수도권규제완화와 종부세 무력화 등의 문제에 관한 한 서울언론과 한목소리를 내던 경인지역 신문도 '지역언론 말살정책'이라는 지역신문들의 비난대열에 합류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경인] '특별법 폐기되면 지역신문 고사'→'지역신문 지원 삭감' 없던 일로’?    

지역신문 지원 삭감 없던일로?<경인일보> 28일자 '지역신문 삭감 없던일로' 란 제목의 기사. ⓒ 경인일보


경기·인천지역 일간지의 경우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대상사는 2005년 <인천일보>, 2006년과 2007년에는 <인천일보>, <경기일보>, <경인일보> 등 3개사가 각각 선정된 반면 2008년에는 <경인일보> 1개사만 선정돼 대폭 축소됐다. 그래서일까. <경인일보>와 전국 지역신문들의, 정부와 국회에 대한 비판연대가 눈에 띈다.

다음날인 27일 <경인일보> 등 지역 일간지들은 '지역신문 공동취재단' 명의의 공동기사를 게재했다. <경인일보>는 이날 '신문지원기관 통폐합의 부당성'이라는 제목의 사설도 함께 게재했다. 이 사설은 "신문지원기관이 통폐합되고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이 폐기되면, 정부의 언론정책 독주와 지역 매체의 제도적·재정적 안전장치가 제거돼 지역신문의 난립과 존폐가 일상화·고착화하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며 크게 우려했다.

사설은 또 "정부와 한나라당은 '신문지원기구 통폐합 정책을 철회해 지역신문발전위원회를 존속시키고 사무국 실치 등 역량을 강화하는 법안 마련' 등 지역 신문이 건전성 확보를 위한 지역 유력 언론사의 3가지 요구를 경청해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고 미래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더니 <경인일보>는 다음날인 28일 '지역신문 지원 삭감 없던 일로'의 기사와 함께 이달 2일 "지역신문법 2016년까지 연장"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태도가 변했다. "정부의 '지역신문 죽이기'로 벼랑 끝에 몰렸던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이 가까스로 살아났다"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는 27일 예산결산기금 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올해에 비해 대폭 삭감됐던 내년도 신문발전 및 지역신문발전 지원 예산을 올해 수준으로 원상 복구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26일 "특별법 폐기되면 지역신문 고사"→ 27일 한나라 '지역신문 죽이기' 강행→ 28일 '지역신문 지원 삭감' 없던 일로→ 2일 "지역신문법 2016년까지 연장" 등으로 제목이 슬그머니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태도는 다른 지역 일간지들도 마찬가지다.

[부산ㆍ경남] '지역신문 공동취재단' 이름으로 거세게 비판하더니...     

지방언론 죽이기...<국제신문> 27일자 6면 기획기사. ⓒ 국제신문


부산·경남지역은 이번 첫 지역신문들의 지면파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국제신문>은 27일 '공정위 신문시장 감시 '직무유기''란 제목의 기사를 '지역신문 공동취재단' 이름으로 보도한데 이어 '이젠 지역언론까지 위기로 내몰 작정인가'란 사설까지 내보냈다.

'지역신문 공동취재단'이 주목을 끈다. 이 신문의 기사 중에는 "신문시장 불공정 행위를 감시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백용호)가 이명박 정권 이후 노골적으로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불법경품·무가지를 금지하고 있는 신문고시를 무력화하려는 것이어서 언론·시민단체의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공정위가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를 보면, 불공정 행위 신문사업자에 대한 공정위 직권조사가 올 들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기사는 "지난해 71건, 2006년에는 44건의 직권조사가 이뤄졌다"며 "이에 대해 공정위는 '신고사건 처리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고 비난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4월 말 서울지역 조선·중앙·동아일보 지국 각각 40곳씩을 조사한 결과, 99.1%가 신문고시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난 현실과도 배치된다"는 이 신문의 기사는 정부가 서울의 부자신문 편에 서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꼬집었다.

사설에서도 "이 정권 들어서 언론정책은 지역 언론을 야멸차게 내치면서도 중앙의 거대 언론에 대해서는 특혜성 정책을 추진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여 왔다"며 "신문방송 겸영금지 규정을 삭제해 코드가 일치하는 거대 신문에 방송 진출의 길을 열어 준 신문법 개정 움직임이 대표적 예"라고 비난했다. "지역 경제에 이어 지역언론 죽이기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빗나간 언론정책은 역사를 후진시킬 뿐이다"고 사설 말미에서 뼈 있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부산일보>도 27일 "이명박정부 지역언론 홀대 위기 내몰아"란 기사에서 "'지역신문법' 용도 폐기 수순에 국가적 양극화 심화가 우려된다"고 했지만 28일엔 '문방위, 내년 '지역신문 발전' 예산 올해 수준 증액 결정'이란 제목의 명암이 서로 다른 기사를 내보냈다.

<경남도민일보>는 27일 "지역신문 죽이려는 정부와 전면전"이란 제목의 기사를 '지역신문 공동취재단' 이름으로 내보냈다. 전날 열린 언론노조의 '여론다양성 사수' 결의대회를 부각시킨 이 기사는 "언론노조는 이날 '경쟁력 없는 지역신문은 퇴출돼야 한다는 천박한 인식으로 지역신문과 여론 다양성을 말살하려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전면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며 "언론노조는 이어 ▲신문방송 겸영 시도와 신문고시 무력화 및 폐지 기도를 중단하고 ▲신문지원기구 통폐합 방안 철회 ▲2010년 시한이 만료되는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 시한 연장 ▲삭감된 지역신문발전지원 예산 전액 복구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경남도민일보> 등 11개 지역신문사 노동조합은 신문사상 첫 지면 파업을 전개해 27일 자 신문에서 현 정부 언론정책의 문제점을 공동으로 짚었다"는 이 기사는 "지면파업 동참 사업장은 <경남도민일보>, <경남신문>, <경상일보>, <경인일보>, <국제신문>, <매일신문>, <부산일보>, <영남일보>, <제민일보>, <충청타임스>, <한라일보> 등이다"고 참여 신문사들을 명시했다.

<경남도민일보>는 1일 '지역언론 말살 계략과 전국언론노조의 항거'란 내부 칼럼에서 다시 짚었다. "신문시장 독점 '빅3'(조중동)로 하여금 방송 겸영까지 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준 소행만 해도 지역언론에 큰 위협인데,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지역신문기금을 희생양 삼아 재편 구렁텅이로 몰아가고 있어 지역신문은 고사 위기라는 절체절명의 급박한 상황에 직면하였다"고 진단했다.

[대구ㆍ경북] "공정위는 조·중·동만 감싸는 정치적 편향성을 극복하라"   

지역언론 살아야 지역도 산다...<영남일보> 27일자 8면 기획기사. ⓒ 영남일보


대구·경북의 <매일신문>도 26일 '지역신문 고사정책 안 된다'는 공동성명을 내보낸 뒤 27일에는 '공정위, 거대 중앙언론 불·탈법은 눈감아'란 제목의 기사를 '지역신문 공동취재단'의 이름으로 지면에 실었다.

"신문고시는 아직도 공정거래관행이 정립되지 않아 민주주의적 여론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신문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제도"라며 "공정위는 조·중·동만 감싸는 정치적 편향성을 극복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27일에도 이 신문은 '정부, 지역민 여론 입막기…지역신문 벼랑끝 내몰아'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지역경제에 이어 지역언론도 홀대 속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최근 지역신문과 관련,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삭감한 데 이어 신문지원관련 4대 기구 통합을 추진하며 지역신문법을 용도 폐기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러나 이 신문 역시 28일부터 태도가 달라졌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원상회복 '…100억 삭감안 폐기'란 기사에서 묻어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는 27일 내년도 신문발전과 지역신문발전 지원 예산을 올해 수준으로 증액, 수정처리하기로 하고 예결위로 넘겼다"고 비중있게 다뤘다. 다른 지역신문들과 마찬가지로 태도가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영남일보>도 27일 '공정위, 전국지 불·탈법 경품 방치…'솜방망이 처분' 일관'이란 제목의 기사를 '지역신문 공동취재단'의 이름으로 내보냈다. 또 이날 "지역언론 살아야 지역도 산다"는 기사에서 이 신문은 "이명박 정부 들어 지역언론이 지역경제와 함께 홀대 속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최근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삭감한 데 이어 신문지원관련 4대기구 통합을 추진하며 지역신문법을 용도 폐기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일전을 불사할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더니 28일 '내년 지역신문발전 예산 올해 수준으로 원상복구' 기사에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예산심사소위는 27일 내년도 신문발전과 지역신문발전 지원 예산을 올해 수준으로 전액 원상복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29일에는 '지역신문발전 특별법 내달 개정안 발의'의 기사에서 "민주당 장세환 의원(전주 완산을)이 12월 1일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의 활동시안 연장과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권한 강화를 위한 사무국 설치 등을 골자로 한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비중 있게 다뤘다.

[호남] 기금지원 받지 못한 신문들 눈치 때문인가...비판의 소리 낮아

호남지역도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들 위주로 지면파업에 동참했으나 다른 지역에 비해 강도가 그리 크진 않았다. <전남일보>는 지난 10월 11일 "지역신문특별법 연장해야"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남일보>, <부산일보> 등 2008년 지역신문발전특별법 우선지원사로 선정된 62개 일간·주간신문사는 2010년까지 한시법으로 돼 있는 지역신문특별법의 한시규정을 철폐할 것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10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는 기사를 일찌감치 내보냈다. 그런 뒤 지난달 28일 '국회, 지역신문 지원예산 원상복구'란 제목의 기사에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27일 예산결산·기금 심사소위원회 내용을 침착하게 실었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받지 않은 신문사들이 너무 많아서 눈치를 보느라 그랬을까. 다른 곳에 비해 흥분하는 기색을 지면에서 찾아볼 수 없다. <전북일보>도 27일 공동성명서 내용과 함께 '지역신문지원법 시한 연장해야'란 제목의 기사에 이어 28일 '장세환 국회의원 지역신문 특별법 개정안 발의'란 기사를 내보냈다.

같은 지역에서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로 선정된 <전북도민일보>도 26일 일찌감치 '지역신문발전 지원 촉구 성명'을 내보낸 뒤 28일 '지역신문발전법 개정안 발의'의 기사에서 한발 물러섰다.

[강원ㆍ충청] '지역신문발전지원 예산 전액 복구' 소식에 누그러져

<충청투데이>도 26일 "지발위 예산 대폭 삭감은 지역신문 죽이기 정책"이란 성명 내용을 보도하면서 분노에 가득 찼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28일엔 '지역신문 지원예산 원상복구'란 제목의 기사에 이어 이달 2일자에는 '국회의원 18명 "지역신문 지원 6년 연장" 개정안 발의'란 제목의 기사에서 태도가 다소 누그러졌다.

<강원일보>도 28일 '지역신문 지원 예산 원상 복구 가중치: 100%’란 제목의 속보기사에서 "내년 신문발전 및 지역신문발전 지원 예산(본보 지난 26일자 1면 보도)이 올해 수준으로 원상 복구된다"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는 27일 예산결산 및 기금 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삭감하려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원상 복구하기로 결정했다"고 승전보를 전했다.

이 신문은 26일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시한 연장"의 기사에서 "강원일보 등 전국 23개 신문사들은 성명을 통해 '정부와 한나라당이 4대 신문지원기구 통폐합 및 2010년 시한만료를 앞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의 자동 폐기 등 최악의 정책을 밀어붙인다'고 개탄했다"는 공동성명 내용을 비중 있게 다뤘었다.

<강원도민일보>도 상황은 마찬가지. 26일 '지역신문특별법 시한 연장 신문지원기구 통폐합 철회'의 기사에선 "강원도민일보를 비롯한 전국 23개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 신문사들은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시한을 연장하고 지원을 강화할 것을 정부와 여당에 강력 촉구했다"며 "이들 신문사들은 25일 공동 성명을 통해 정부와 한나라당은 4대 신문지원기구 통·폐합 및 2010년 시한 만료를 앞두고 있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의 자동폐기 등 지역신문을 고사시킬 최악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도민일보>를 비롯,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우선지원대상 8개 신문사 대표 및 임원들은 지난 19일 대전에서 신문지원기구 통폐합 및 지역신문지원특별법 자동폐기 저지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는 내용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틀 후인 28일에는 '지역신문발전지원 예산 전액 복구'의 기사에서 분노가 사그라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고흥길)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위원장 전병헌)는 27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삭감했던 신문발전 및 지역신문발전 지원 예산을 전액 복구키로 결정했다"는 기사는 "예산소위는 당초 문화부가 제출한 신문발전기금 13억3000만원, 지역신문발전기금 110억원을 각각 54억5000만원과 168억4000만원 등 222억9000만원으로 증액했다"며 "예산소위는 또 지역신문발전 기금 지원이 2010년 기한 만료가 되더라도 현 수준으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제주]  ‘정부와 한나라당의 지역신문 죽이기’→ ‘지역신문 지원예산 원상복구’  

정부와 한나라당의 지역신문 죽이기..<한라일보>의 28일자 관련 기사. ⓒ 한라일보


제주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우선지원 대상사인 <한라일보>는 25일 '11개 지역신문 노조 지면파업'→ 26일 '지역신문 고사 정책에 대한 성명서'→ 27일 '정부와 한나라당의 지역신문 죽이기'→ 28일 '지역신문 지원예산 원상복구'란 제목의 기사에서 분노가 고조되는 듯하더니 정부와 국회의 태도가 돌변하자 이내 수그러들었다.

2일엔 ''지역신문 발전법' 시한 연장 추진' 기사에서 "지역 신문의 정상화와 계속적 지원을 위한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 장세환 의원(민주당·전주 완산을)에 의해 12월1일 발의됐다"는 내용을 크게 부각시켰다.

<제민일보>도 26일 '위기에 내몰리는 지역 언론', '공정위 직무유기 노골적'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1일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 2016년 연장 추진'이란 제목의 기사에선 "고사 위기에 몰려있는 지역신문의 정상화 등을 위한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1일 발의됐다"는 내용을 비중 있게 다뤘다.

지역신문발전특별법 적용 시한은 2010년 12월까지로 한정돼 있지만 지원효과가 이제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어 지역신문의 완전 정상화를 위해서는 기한연장의 필요성이 제기될 만하다. 이런 마당에 이명박 정권은 신문지원기관 통폐합을 통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기금 폐지를 검토하는 등 지역여론의 고사정책을 추진했으니 갈등의 불씨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지역언론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의도적 생색내기로 일비일희케 하는 이중정책 경계해야

그러나 이번 전국 지역신문들의 반짝 지면파업 선포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함의를 던져주고 있다. 첫째는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기반을 조성하여 여론의 다원화와 지역사회의 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지역신문발지원법이 자칫 편중되거나 나눠 먹기식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공동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선 신문들과 그렇지 않은 신문들로 구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면파업을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들이 주도한 점은 더욱 우려를 자아낼 만하다. 지역 내에서 신문들 간 또 다른 갈등과 반목이 여론의 다양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조삼모사식 지역언론 지원정책을 공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한시법인데도 정부와 여당은 의도적 생색내기로 지역신문들을 일비일희케 하는 이중성을 드러냈다. 이는 지역신문, 나아가 지역언론 길들이기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우는 아이 사탕 주는 식이라면 지역언론 스스로 냉철히 판단하고 함께 대응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 다른 함의는 정부의 지원이 지역신문 종사자들을 위한 지원이 아닌 사주를 위한 지원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지역신문발전기금이 지역언론 내부 환경을 개선시켰다고는 하지만 종사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옥석을 가린다는 구실로 조삼모사 식 지원정책을 고집한다면 사주들의 눈치만 늘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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